부동산 정책·포용적 성장·공공기관 이전 발표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는 발표 계속 이어져
청와대 중심에서 당 중심으로 국정운영 전환
새로운 당청관계 설정 못하면 혼란만 가중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그야말로 국정운영의 중심은 청와대가 아니라 당에 있다는 것을 표방이라도 하듯, 부동산 정책, 공공기관 이전 등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이에 청와대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을 탈피하기 위해 이 대표가 부던히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추미애 전 대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 전 대표는 청와대가 발표하는 정책을 수습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에는 청와대와 조율이 전혀 되지 않는 정책을 앞서 발표하고, 청와대는 이를 뒷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 전 대표의 민주당은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의 계획

지난달 30일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이 대표는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부동산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부동산 정책을 갑작스럽게 꺼내 든 것이다. 이에 대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면서 투기에 대해서 분명히 세금을 부과해 환수해야 하지만, 일괄적으로 강남에만 세금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이 대표의 부동산 정책 발언은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또한 포용적 성장론도 거론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포용적 성장론을 꺼내 들었다는 것은 청와대의 의중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울 등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는 공공기관에게는 핵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이처럼 현재 이 대표는 청와대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7선 국회의원인데다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상급 직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때에도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당청관계는 어디로

이와 같이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민주당의 성공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민주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집토끼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 대표는 민주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서 집 나간 집토끼를 다시 잡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때문에 청와대와의 공조 부분은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청와대는 일단 이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견제구를 날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현재처럼 청와대와 사전조율되지 않는 정책을 계속 쏟아낼 경우, 청와대로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추구하는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당청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넋을 놓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경우, 국정운영 주도권을 민주당에게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면, 당청관계는 국정운영의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당장 청와대가 이 대표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 워낙 정치적 경륜이 오래됐고, 허니문 기간에 굳이 견제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허니문은 언제까지

이에 이 대표는 당청관계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의 중심을 청와대가 아닌 당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발표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종부세 강화를 놓고 장하성 실장과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에서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청와대와의 사전조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이 대표가 청와대와 사전조율도 없이 계속해서 정책을 쏟아내면서 청와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따라서 사전조율된 상태에서 정책발표를 한다면 당청관계도 어느 정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중과 관계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게 된다면 청와대는 그 뒷수습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당청관계는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래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을 하게 되면 국정운영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기국회가 아직 한참 남아있고, 각종 민생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사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힘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대표의 어깨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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