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이주대책을 보상을 요구하며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살수차와 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이주대책을 보상을 요구하며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살수차와 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가 안전대책이 미비함에도 무리하게 작전을 강행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5일 용산참사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숨진 철거민들과 경찰관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및 인권증진을 위핸 제도 개선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용산4구역)에서 진행된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시작하자 이튿날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에 나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철거민 9명과 경찰특공대원 21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이 철거민들과의 충분한 협상 노력 없이 망루 농성 시작 25시간만에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진압작전을 개시했다고 지적했다.

작전계획서에는 망루에 시너, 화염병 등 인화물질이 많고 농성자들이 분신·투신·자해 등을 할 우려가 있다는 예측과 함께 300t급 크레인 2대와 에어매트 3개, 소방차 6대 등 152개 장비가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실제 진압 당시에는 100t 크레인 1대만 동원됐을 뿐 에어매트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유류로 인한 화재진압에 쓰이는 화학소방차는 현장에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특공대 제대장은 지휘부에 작전 연기를 건의했으나 서울청 경비계장은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 것이냐”며 묵살했고 경찰특공대는 작전계획서에 명시된 사전예행연습을 하지 못한 채 작전에 투입됐다.

경찰특공대가 옥상에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해 1차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지휘부는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안전조치 없이 경찰특공대를 2차 진입시켰고 이후 참사로 이어진 2차 화재가 일어났다.

조사위는 “2차 진입 강행은 경찰특공대원들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수행이었다”며 “지휘부가 진압작전계획 상의 안전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점, 1차 진입 후 유증기 등으로 화재발생 위험이 높아진 점 등 변화된 상황을 파악해 적절히 지휘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참사현장에서 사망자를 발견하고도 16시간 이상 지난 뒤에 사체 확인을 시켜줬을 뿐 유가족 측에 사망자 관련 정보나 부검 필요성·경과를 통지하지 않았다. 아울러 유가족 및 단체활동가들을 미행하며 동향을 살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참사 발생 이후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분석▲경찰 비판 글에 반박글을 게시 ▲용산참사 관련 각종 여론조사 투표 참여 등을 지시해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참사의 파장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조사위는 경찰이 실제 이를 이행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망한 철거민들과 순직 경찰특공대원에 대한 사과 ▲사망자 유가족에 관한 정보제공 지체 사과 ▲경찰의 여론조성 활동 금지 ▲조사위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 발표 ▲변사사건 처리 규칙·경찰특공대 운영규칙 개정 등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한편 조사위는 참사 당시 서울청 지휘부의 진압 강행조치가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경찰의 사이버요원을 동원한 여론조성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또는 강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권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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