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기론(理氣論)에서 현대의 문제를 생각하다
[칼럼] 이기론(理氣論)에서 현대의 문제를 생각하다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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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최근에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크게 국가에 의한 강력한 규제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여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 여당 국회의원직을 겸직하는 김현미 장관, 그리고 여당과 청와대가 부동산과 관련된 제각각의 발언과 정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강남불패”, “부동산 불패”라는 말들은 서민들에게 더 큰 위화감과 박탈감을 주고 있다.

필자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각 정당이 내놓는 방법, 정부의 정책들을 살펴보고, 내 나름의 방안을 만들어보는 방식이었다. 물론 공상에 불과하지만······. 공상을 이어가다보니 갑자기 “강남불패”라느니 “부동산불패”라느니 하는 단어들 속에 정말 큰 문제가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것이 서울특별시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역도 아니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이 택지, 전답, 임야와 같은 부동산 스스로도 아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부동산도 경기 침체도, 낮은 취업률도 조직을 바꾸거나 정책을 바꾸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공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성리학(性理學)의 가장 수준 높은 형이상학적 논리인 이기(理氣)에 관한 여러 가지 설, 즉 이기론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기론은 우주와 인간의 존재 구조와 그 생성근원을 유기적으로 해명한 성리학의 이론으로, 모든 사물의 존재와 생성과 관련된 법칙·원리 또는 이치라는 뜻의 이(理)와 든 구체적 사물의 존재와 생성과 관련된 질료(質料)·형질(形質), 즉 현상학적 요소인 기(氣) 사이의 관계가 그 핵심이 된다. 이와 기 사이의 관계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이황(李滉)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다.

천하에 이 없는 기 없고 기 없는 이 없다. 사단[四端. 『맹자』 공손추(公孫丑)편에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인 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의 네 가지]은 이가 발(發)해 기가 따르는 것이요, 칠정[七情. 『예기』 예운편(禮運篇)에 나오는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의 일곱 가지 정서]은 기가 발해 이가 타는 것이다. 따라서 기가 따름이 없으면 발현할 수 없고, 기에 이가 탐이 없으면 이욕(利欲)에 빠지므로 금수(禽獸)가 된다. 이것은 바꾸지 못할 정한 이치이다. -『도산전서(陶山全書)』, 권(卷)51

이것은 이전 칼럼에서도 이야기했던 사칠논변 과정에서 이황이 기대승(奇大升)에게 보낸 글이다. 흔히 이를 핵심, 기를 표면으로, 혹은 이를 전략, 기를 전술, 혹은 이를 원칙, 기를 융통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를 기보다 우위에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황은 이와 기가 각각의 역할이 있고, 서로 이어지고 끊어짐을 반복한다고 주장했고, 무엇보다도 이와 기 사이에 특정한 무엇이 더 우위에 있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에 적용해보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3가구 이상의 가정에 세금을 무겁게 물리고, 특정 지역을 투기 단속 지구로 지정하고, 대출을 규제하는 등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주장도, 혹은 시장의 자율에 맡기자는 소극적 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주장도 너무 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책이나 세금 제도, 쉬운 대출이 아니라 정책이나 세금제도, 대출 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고 감시 감독하는 입법, 행정, 사법 담당자, 그리고 기업이나 은행의 실무자들과 오너들이 문제이다. 또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의 이면의 문제를 못 본 척하고 부동산으로 자신도 한 몫 챙기려는 사람들의 욕심, 내 자식도 강남의 좋은 학군에서 학교를 다니게 해보겠다고 실거주자도 아니면서 전세와 월세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하는 부모의 과도한 자식 사랑이 문제이다. 나아가서 정책이나 제도가 기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이라면, 상대적으로 사람이 기이고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이황의 언급을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마음이 사람이나 사람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기관이나 제도에 실리면서 생긴 것이다. 결국 한 몫 챙기려는, 혹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혹은 잘못된 시각에서 특정한 방향으로 자식의 성공을 이루려는 마음을 바꾸는 것이 진짜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물론 (매우 안타깝지만)눈에 띠는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그렇다고 이것을 계속 미뤄둔다면, 부동산 가격은 더 통제 불가능한 지경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 뿐만이 아니다. 적폐청산, 경제 발전, 대북 문제, 외교 등 모든 것이 제도 몇 개, 기관 몇 개를 바꾸고 없애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와 기가 서로 연결되고 떨어지면서 우주 만물을 형성하듯, 개혁도 제도와 사람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