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원전문제 등에서 엇갈린 여론조사
논란은 쌓여가고…정책 판단 근거 삼을 수 있나
“여론조사, 논의의 종결점 아닌 시작점 돼야”
“설문지 공개 통해 결과 대한 신뢰도 올려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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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선거철은 여론조사의 계절이라 불린다. 앞선 대선, 지선에서는 물론, 최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저마다 유리한 여론조사를 들고 자신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어떻게 저마다 다른 결과의 여론조사를 들고 나왔을까. 여론조사의 결과는 이처럼 제각각일 수 있다. 수치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현재 상황을 비교하기 쉽게 보여준다는 게 여론조사의 장점이지만, 그 수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여론조사 표본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아울러 질문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 또 문항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답변 항목 구성 등 사소한 문구 하나로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각종 정책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들이 정책 판단에 별다른 여과 없이 근거로 이용될 경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득주도성장 여론조사 공방

최근 여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연일 맞붙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여당과 당장 철폐해야 한다는 야권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관련 여론조사를 두고 문항과 질문 구성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8월 2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소득주도성장 관련 여론조사는 문항 구성 자체가 여론조작에 가까웠다”며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만 열거해서 찬성 답변을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리얼미터의 조사를 살펴보면, 리얼미터는 tbs의 의뢰로 지난달 22일 성인 5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최근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방향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논란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의료·주거·교육·통신 등 가계지출 경감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과 영세상공인 지원 △아동수당·기초연금·치매국가책임제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효과는 미흡하지만 겨우 1년 지났으므로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9%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김 원내대표는 또 “이렇게 여론조작에 가까운 문항 구성을 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국민 다수가 소득주도 성장을 지지한고 있다고 정부여당은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8월 22~23일간 성인 2043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 즉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시킴으로서 전체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부분적 보완·수정·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66.7%로 집계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17%p)

여의도연구원은 “다만 부분적 보완까지 긍정적인 인식으로 분류한다면 기본방향 유지(48.2%)와 수정·폐기(46.8%)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여의도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인 같은달 31일 한국갤럽이 28~30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방향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찬성 응답이 60%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이처럼 질문 문구와 응답 항목을 어디까지 찬성과 반대로 보느냐에 따라 여론조사의 결과는 차이가 발생했다.

탈원전 정책 놓고도 불거진 여론조사 논란

이 같은 모습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된 여론조사에서도 나온다.

지난 8월 16일 한국원자력학회는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탈원전 정책을 두고 한국원자력학회와 맞서고 있는 에너지전환포럼에서 해당 여론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조사는 원자력학회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달 6~7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우리나라에서 전기 생산수단으로 원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6%가 찬성한 것이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

에너지전환포럼은 같은 달 21일 원자력학회의 주장에 대해 “질문방식에 문제가 있었으며, 답변해석도 편향적이고, 일회성 조사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며 국민여론이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돌아선 듯 주장하는 건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에서는 ‘원자력 발전은 우리나라 전기생산의 약 30% 정도를 담당한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전기생산 비중을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확대가 37.7%로 집계돼, 유지(31.6%), 축소(28.9%)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번 조사결과가 시기 변수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조사기간도 폭염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에 일부 언론에서 탈원전의 문제점을 부각하던 시기에 실시됐다는 점이 조사결과의 일시적인 왜곡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5월 30일~6월 7일까지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앞으로 원전 비중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확대라고 답한 응답자는 10.4%에 불과했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

한국갤럽에서 6월 26~28일까지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4%만이 확대라고 답한 바 있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

이 같은 비판에 원자력학회는 에너지전환포럼 측이 오히려 왜곡된 주장과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며 공론화에 나서자고 반박했다.

이처럼 조건과 상황, 질문과 해석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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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와 올바른 정책 결정은 달라

한국정책포럼과 한국정책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순천향대 행정학과 임동진 교수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여론조사에 따른 정책 결정, 잘못된 결과 가능성 높아’라는 제목의 글 통해 여론조사가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임 교수는 해당 기고에서 올바른 결정은 정확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내용을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자칫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수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정확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통해 장기적이고 전체 국민과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건국 초기 헌법학자들이 국민 여론을 국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 결과, 대중은 종종 변덕스럽고 당파적이며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사고할 가능성이 높고, 다수 여론이라는 이유로 개인들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며, 정치는 대중의 바람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해야 하고, 대중의 의견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 결론 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임동진 교수는 여론조사가 상황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며 여론조사에 대한 지나친 신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임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진국에서 여론조사는 인기도 정도를 측정하는 수준”이라며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도 판단하기 쉽지 않은 걸 여론조사를 한다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도를 묻는 정도이지,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집단에서는 그런 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백데이터라고 하지만, 학술적으로는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여론조사 결과와 올바른 정책 결정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미국 의회에서서도 여론조사를 많이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대신 여론조사결과들이 단기가 아니라 1~3년 지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목소리가 나타난다면 그때 귀를 기울이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표피적이고 여론이 자주 바뀐다. 그 의사결정이 옳은 결정이라기보다는 다수의 의견에 수렴될 수밖에 없다”며 “비관적으로 얘기하면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 민감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 수 있는 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숫자로 다수가 지지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이 본 정책 이슈 관련 여론조사는

이처럼 정책 결정이나 정책 비판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각종 여론조사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한계에 대한 인식 △설문지 등 모든 데이터 공개를 통해 신뢰도 확보 △엄격하고 공정한 객관적 기준 활용 등을 주문했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론조사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여론조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결과를 논의의 종결점이 아니라 시작점을 여는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통화에서 “일단 폐쇄적으로 정부 등 정책 의사결정자가 정책 대상자, 또는 시민 주권자 등의 의견들을 수렴해 결정에 반영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실제 그 정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이해, 설득과정 등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한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응답결과도 달라진다. 때문에 어떤 프레임에서 접근해 질문이 구성되느냐, 질문지가 어떤 순서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응답결과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그렇기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 시계열에 따른 조사, 인식의 변화 등을 탐지하고 찬반 우려 등 다양한 프레임으로 묻는 입체적인 조사가 좋지, 하나의 프레임이나 1회성 조사로 실시하는 건 한계를 지닐 수 있고, 이후에 추가적인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활용해 여론의 권위를 빌어 상호 간의 정치적 공세와 방어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며 “정부나 의사결정 주체들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크니까 여론의 힘을 빌려 결정하려 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프레임에서의 조사결과를 갖고 공세의 소재로 사용하는 등 정치적 도구로 비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조사결과가 나오면 해당 정책의 결정 근거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여론조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정책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는 자료가 돼야지, 논의의 종결점이 돼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여론조사기관의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이슈 여론조사에서 설문지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기준이 도입된 선거여론조사의 경우, 설문지까지 다 사전등록한 뒤 공표하게 돼 있다”며 “완벽하진 않고 여러 단점도 있지만 선거여론조사에서는 예전의 불공정성도 해소가 돼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게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책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는 설문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이 있다”며 “기관들이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선거여론조사 기준처럼 설문지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줘야 한다. 설문지가 공개되지 않으면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가 다 공개된다 하더라도 설문지 보기 구성이나 순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이 결과값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조사뿐 아니라 일정 부분 정부의 정책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를 설계할 때부터 제3자의 시선, 전문가의 시선을 의식해 설계해야겠지만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당연히 설문지 전체를 다 공개해줘야 한다”며 “사회적 의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는 조사기관으로서 기본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ARS 여론조사는 질문 워딩에 민감하게 반응해 어떤 워딩을 썼냐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정치적인 유불리를 위해 조사기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뿐더러, 장기적으로 해당 정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국민의 입장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해칠 뿐더러 여론조사에 대한 순기능마저도 없앨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여론조사의 입장에서도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할 때는 엄격·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활용해야 한다”며 “선거여론조사처럼 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순 없지만, 나름대로 엄격한 잣대를 갖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선거에서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의 판단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여러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보다 바람직한 정책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로 탈바꿈함으로써 여론조사가 점차 그 위상과 가치를 높여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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