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의지 재확인, 종전선언의 종착점은 어디
화려한 수사 뒤에 숨어 버린 김정은, 비핵화 의지 과연
남북·한미정상회담 이후가 한반도 분수령
공은 트럼프에게로…트럼프의 결단은 무엇

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가 재개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는 것은 비핵화 협상이 다시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고, 연내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의 의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한반도는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 6일 청와대 춘추관은 그야말로 긴장 상태였다. 전날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입에서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 것인지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어진 브리핑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언급했다. 핵심은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전선언 등을 하더라도 한미동맹을 무너뜨릴 생각은 없고, 주한미군 철수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로 인한 항구적이고 불가역적인 체제 안전 보장이다. 그 첫걸음으로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주문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여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김 위원장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을 이어나갔지만, 한 단계 더 앞으로 진전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자신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의심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렸다. 대북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교활한 외교전문가라는 평가를 내렸다. 상대를 추켜세우는 것으로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사일 발사대 및 조립시설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비핵화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북한이 이 정도로 해줬는데 미국은 뭐하는가’라는 우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발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처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제 공을 미국으로 넘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에게 전달했으니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결정권자들이 진지하게 숙지를 해서 조치를 내리라는 것으로, 대북특사단의 평양 방북 이후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을 압박해 비핵화 협상을 한 단계 나아가게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정의용 실장을 비롯한 대북특사단을 주변국에 파견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의 의지 재확인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북미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덩달아 바빠질 수밖에 없다.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무엇인지 여부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실천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을 향해 ‘핵 리스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핵 리스트 제출 없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 핵 리스트 제출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핵 리스트를 제출했는데 미국이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의 역할론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을 충분하게 설득을 해서 핵 리스트 제출 담판을 지은 후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종전선언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갑작스런 변화는 없을 듯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북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북미관계가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방북 시점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미국으로서는 현재 종전선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아직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결국 문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잇따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유엔 총회에서의 한미정상회담으로 꼬여 있는 비핵화 협상을 풀어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역할론에 점차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결과물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갈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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