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딱서니 없는 분” vs. “부끄럽다” 내분 보여
출산주도성장 제안에 여성계 비롯해 국민 반대
특수학교 부지에 한방병원 두고 나경원과 설전
김진태와 태극기 보수 놓고 공방 “훈수 사양한다”
피아 구분 없는 비난 언행에 당 내부에서도 들끓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들개라는 별명을 가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피아구분을 하지 못하고 비판을 쏟아내면서 당 내부에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느닷없이 출산주도성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적 반대에 부딪힌 상태에서 당 내부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언행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 내부 갈등은 점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1차 책임은 홍준표 전 대표에게 있지만, 2차 책임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도 있다.”

최근 당 내부 관계자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언행에 대한 우려를 얘기하며 나온 말이다. 김 원내대표가 최근 피아 구분을 하지 않고 비판을 쏟아내면서 당 내부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언행에 불만이 상당히 높다. 대책도 없이 무조건 비판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당 지지율 상승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출산주도성장 헛발질

출산주도성장과 관련해 1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당 내부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전국 성인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김 원내대표가 제안한 출산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는 61.1%, 찬성은 29.3%를 기록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로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매우 반대는 35.6%, 대체적 반대는 25.5%로 나타났고, 매우 찬성은 12.9%, 대체적 찬성은 16.4%를 기록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하면서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다른 당의 여성의원들은 “여성이 애 낳는 기계냐”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인터넷 댓글 등에서도 불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더불어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2배 이상, 과반을 훌쩍 넘기면서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제안은 무리한 정책 제안이었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당 내부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섣부르게 제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부터 여성을 배려하지 않은 제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비판이 쏟아지면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김 원내대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나경원·김진태와의 충돌

이런 불만의 목소리는 공식적인 갈등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공식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김 원내대표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합의했다. 아울러 인근 학교 통폐합 후 폐학교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키로 했다. 특수학교 설립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기로 한 것은 특수학교 설립을 대가로 김 원내대표의 총선 공약인 한방병원 건립에 합의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를 거꾸로 돌리는 강서 특수학교 설립 합의를 규탄한다’면서 비판에 합류했다. 나 의원은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나쁜 합의’, ‘있을 수 없는 합의’다. 특수학교는 기존의 계획대로 건립하면 될 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부끄럽다는 표현까지 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특수학교를 대가로 지역이 반대급부를 챙긴 ‘나쁜 선례’를 남긴 것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는 분들도 계시지만, 서진학교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했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지역주민과 교육청이 어려운 소통의 과정을 거쳐 서로 앙금을 털어내고 수용적 태도로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록 우리 당이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 이런 저간의 사정을 거두절미하고 ‘좋은 선례’니 ‘나쁜 선례’니 입방아를 찧어대는 데 대해서는 뭘 좀 알고나 이야기하라고 면박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것도 다 지역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나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여기에 같은 당 김진태 의원 역시 김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태극기 보수’의 틀 안에 갇히면 우리 영역을 여당에 줘버리는 꼴이 된다”면서 태극기 보수에 대해 비판했다. 아울러 “보수 전체가 수구‧냉전‧반공‧박근혜로 몰아가는 ‘극우 보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서 태극기 보수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만년 야당으로 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태 원내대표가 태극기를 극우 보수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태극기 집회 한번도 나와보지 않은 분에게 훈수는 사양하겠다”면서 김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태극기 집회 멀리했는데 대선, 지선 그 모양이었나”라며 “다음 총선까지 말아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나.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기 바란다”고 거듭 비난했다.

높아지는 당내 불만

비공식적이지만 김 원내대표에 대한 영남권 의원들의 불만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약속한 것을 두고 김 원내대표가 ‘서울 황폐화’ 발언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122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서울은 황폐화될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비(非)수도권인 영남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남 의원은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발전하는 동안 영남은 제대로 발전도 이뤄지지 못했다. 공공기관이 영남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그만큼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면서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처럼 당 내부에서 김 원내대표의 언행에 대한 불만이 점차 쏟아지고 있다. 한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생각 좀 하고 발언을 내뱉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김 원내대표가 너무 좌충우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들개라는 별명답게 곳곳에서 짖어대고 있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돼서 자신의 폐부를 깊숙이 찔러넣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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