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버스 이용률 매우 저조
운영 방식 미흡…불편함은 여전
장애인 버스 이동권 개선 필요
운영 방식·인식 변화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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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년 4월 광주 북구 효동초교 정류장에서 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와 함께한 저상버스 승·하차 환경 점검 현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인 버스. 하지만 장애인의 버스 이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교통약자의 교통안전과 이용 편의를 고려한 저상버스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이용 교통수단에 대한 질문에 장애인 응답자 63.4%가 지하철이라고 답했으며 일반버스 14.6%, 승용차 7.3%, 저상버스 7.3%, 택시 4.9%, 장애인 밴 2.4% 순으로 응답했다.

일반버스와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출입구에 계단이 없고 차체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 모두를 합쳐도 지하철에 못 미치는 수치다.

그간 여러 단체에서 장애인 버스 이동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고, 지자체나 정부에서도 관련 규정이나 법안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당사자들은 여전히 버스 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제안한 장애인 버스 이동권 개선책을 조속히 시행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장애계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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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8월 대구 중구 동인동 중구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100% 도입’을 촉구하며 1인 피켓시위 중인 아요 활동가 ⓒ뉴시스

저상버스 경사로, 아차 하면 큰 사고

# 2007년 11월 민들레장애인야학에 다니던 A씨는 1호선 주안역 버스정류장에서 모임 장소에 가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저상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와 승강장 사이의 단차가 큰 탓에 A씨는 후진으로 휠체어를 운전했고 하차 도중 휠체어가 넘어져 버스와 승강장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사고 당시 특별한 외상은 없었지만 일시적으로 혼절, 구토, 체온하강 등 뇌진탕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당시 함께 버스에 탔던 동료들은 저상버스와 지면 사이의 경사가 심해 내릴 때 굉장히 불안함 느꼈고, A씨가 넘어진 방향은 버스가 다니던 길이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증언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길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안역 사고의 경우 당에는 지금처럼 버스정류소에 저상버스가 정차해 완만한 각도로 경사로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시스템 미흡 측면에 대해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재 저상버스 운영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운영 방식에 관해서도 버스업체 측에 버스기사 교육을 지속적으로 관철시켜왔고 업체 측은 이를 수용했다는 입장이지만 ‘1년에 몇 번의 교육이 이뤄지는지’, ‘새로운 버스기사에 대해선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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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은 늘었지만 미흡한 운영

국토교통부의 ‘2017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 결과 전국 저상버스 보급은 ▲2004~2011년 3673대 ▲2012년 731대 ▲2013년 686대 ▲2014년 723대 ▲2015년 505대 ▲2016년 696대 ▲2017년 568대를 늘려 2017년 기준 총 7579대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버스 수와는 달리 정작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이 2017년 발행한 ‘수도권 대중교통의 교통복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 657명 가운데 ’저상버스 이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26%, ’저상버스 이용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74%로 집계됐다.

저상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없는 응답자에게 저상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서’가 25%로 가장 많았으며 ‘버스 내부 안전장치 미비’ 21%, ‘오래 기다려야 해서’ 20%, ‘운전기사 불친절’ 19% 순으로 나타났다.

저상버스 전체 만족도는 1.85/5점(36.8/100점)으로 전체적으로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항목별 만족도를 살펴보면 ▲정보제공(탑승 가능차량·노선정보, 도착예정정보) 2.21/5점(44.2/100점) ▲비장애인 이용자인식 1.96/5점(39.2/100점) ▲정류장(대기 장소, 탑승위치) 1.81/5점(36.2/100점) ▲차량시설(안전장치, 차내 시설) 1.78/5점(35.6/100점) ▲버스운전기사(탑승시간대기, 정위치 정차, 경사로조작능력, 친절도) 1.6/5점(32/100점)으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 기준 강화하고 특별교통수단 증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노인·장애인 무료요금제도를 모든 대중교통으로 확대 실시하고 광역이동지원센터 이용기준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저상버스 예약시스템 등 대중교통 정보제공체계 구축과 리프트·안전발판 등 차량시설 개선, 버스운전기사 친절도 향상 위한 교육프로그램 도입 등도 필요하고 주문했다.

이동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과 특별교통 수단의 공급량을 충족시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경기연구원의 평가다.

박 대표가 소속된 420 장애인차별철폐 인천공동투쟁단(이하 420인천공투단)은 장애인단체의 정기 모니터링을 통해 휠체어 장애인들이 저상버스 이용에 경사로 고장으로 인한 이용 불가능, 기사가 작동법을 몰라 이용 불가능, 기사 불친절 등 불편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420인천공투단은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저상버스 경사로를 수시로 점검해 고장을 최소화하고, 버스기사 대상 저상버스 경사로 이용방법 교육·장애인 응대에 관한 매뉴얼 교육 및 저상버스 이용 불편신고제도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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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1월 25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열린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계획은 청산유수, 실현은 미지수
장애인 이동권 인식 개선 우선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특정노선에 집중돼있고 마을버스나 고속·시외버스에는 도입되지 않는 등 저상버스의 한계가 여전하며, 관리 소홀로 인한 저상버스 경사로 고장과 오작동이 잦아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고속·시외버스까지도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토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고속·시외버스는 1만730대로 이 가운데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시설, 휠체어 전용 좌석 등이 마련된 고속·시외버스는 한 대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확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2%(서울 65%, 광역시 45%, 9개도 32%)가 저상버스로 바뀐다. 

또 국토부는 2020년까지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을 개발을 약속하고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개조차량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 개발 연구’ 용역을 2017년 4월 발주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내년에는 이용수요, 연계교통 수단 이용가능성 등을 감안해 일부 노선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노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전용 승강구, 휠체어 승강장치, 가변형 슬라이딩 좌석 및 휠체어 고정장치 등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된 버스 18대를 해당 노선에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이런 개선방안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나 제도, 법규의 변화 등도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표는 “인식 개선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버스기사가 장애인이 버스에 탑승하는 사실을 안내방송을 통해 알리고 승객들도 장애인 탑승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같이 생활하지 않아 위 같은 상황을 비장애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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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이동권, 휠체어 장애인만의 고충 아냐”

버스 이동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휠체어 장애인이 겪는 문제들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버스 탑승 고충은 비단 휠체어 이용 장애인뿐이 아니다.

2014년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B씨는 관악구 신림동에서 귀가를 위해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탑승했다. B씨가 앞문 계단에 올라 버스카드를 찍으려는데 버스기사가 “어디서 개를 데리고 타려고 해 당장 내려”라고 고성을 질렀다. B씨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고 설명했지만 버스기사는 이를 무시하고 모욕적인 승차거부를 계속했다. B씨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 보조견을 승차거부할 수 없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버스기사는 자리까지 박차고 일어나 B씨의 승차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B씨는 버스 승객들에게 직접 “제가 시각장애인인데 보조견과 함께 탑승해도 될까요”라는 양해를 구하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장애인 보조견의 훈련과 보급을 강구해야 하며 누구든지 장애인 보조견이 대중교통 수단에 탑승하고 공공장소와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을 원할 때 거부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시각장애인은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여러 가지 불편 요소를 겪는다고 했다.

한시련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각장애인은 버스가 도착했을 때 본인이 탈 차량인지 확인하는 것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버스가 몇 대씩 연달아 붙어 있으면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또 버스 번호를 알게 됐을지라도 승차문과 하차문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또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고상·마을·저상버스 등에 따라 아직까지 카드 단말기 위치가 통일이 안 된 부분이 남아 있고,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빈 좌석 위치를 알 수 없다”며 “많지는 않지만 시내버스나 택시 같은 경우 장애인 보조견 탑승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탑승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에서 여러 단체가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자치법규(지자체가 제정하는 조례와 규칙)를 정비하며 장애인 보조견은 예외로 하지 않고 동물의 동반을 일체 금지해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자치법규 146권도 정비 대상에 올렸다. 이에 따라 보조견 예외규정이 없는 법규에 대해 장애인이 안내견과 입장하는 행위를 제한사유에서 제외하도록 정비 권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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