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출산주도성장…노림수는 무엇?
논란 속 출산주도성장…노림수는 무엇?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8.09.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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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여성계 모두가 비판하는 출산주도성장
‘10명 중 6명이 반대’…차가운 여론도 이어져
계속해서 화두로 끌고나가는 이유는
“존재감 부각 위한 이슈 유발 전략”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꺼내든 출산주도성장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산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맹비난하며 대안으로 제시됐다.

출산장려금 2000만원 지급과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출산주도성장 방안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여성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개인적이고 자율적인 여성의 출산을 경제성장의 도구 정도로 여기는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세금 퍼주기식 단기처방이자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김성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출산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기로 하고, 국회차원의 출산가구 지원대책 정부 재정 TF 구성도 제안했다. 때문에 이 같은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출산주도성장을 화두로 이끌어나가는 데 대한 노림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출산주도성장 꺼내든 김성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맹비난하며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출산주도성장은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해당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는 “저출산 위기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국가 재앙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출산 마지노선이라는 출생아 수 40만 명이 무너졌다. 올해 내에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지는 비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실패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진정으로 아이를 낳도록 획기적인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같은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 40만명 출산을 유지할 경우, 출산장려금 2000만원, 연간수당은 임신~대학 진학할 때까지 20년간 1인당 연평균 400만원, 매월 33만원씩 소요된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른 출산장려금은 매년 8조원씩, 연간수당은 첫해 1조60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조6000억원씩 늘어나 20년 후에는 매년 32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아동수당 등 가족정책지출예산을 통합 운영할 경우, 향후 20년간 총 356조원, 연평균 18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출산주도성장에 들어가는 예산은 공무원 증원 예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공무원 17만4000명을 대거 증원하는데 향후 330조 원이 소요된다. 우리 미래세대에 세금폭탄을 전가하는 이런 부도덕한 예산투입은 중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재정을 저출산 극복에 투입할 경우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권의 의지만 있으면 출산주도성장 정책은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제히 비판 나선 정치권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은 제안되자마자 여야의 맹공을 받았다. △여성의 출산을 국가성장의 도구로 여긴다는 점 △세금 퍼주기식 단기처방 △근시안적 포퓰리즘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성찰 없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할 여성의 출산을 국가성장의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무한경쟁 시대에 몰려 자신의 삶을 살기도 힘든 청춘들이기에 자연스러워야 할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저 돈 몇 푼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두고 국가주의적인 발상이라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일갈은 어디로 사라지고 자유한국당이 ‘출산주도성장’이라는 전근대적이고 해괴망측한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인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을 운운하며 대안 없는 비판만 하던 자유한국당이 한술 더 떠서 출산장려금을 2000만원씩 지급하자고 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역시 ‘세금 퍼주기’식의 단기적 처방이자, 포퓰리즘을 포퓰리즘으로 맞대응하는 수준 낮은 대응책”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9년 동안 ‘헬조선’이라는 한탄이 확산될 만큼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사회의 공정성이 무너진 것에 대해 일언반구 반성도 없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그저 최저임금 인상반대, 증세반대 등 퇴행적인 관점에서의 비판만을 할 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어떤 단서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매년 32조를 투입해 아이 1명당 1억원씩 지급하자는 주장은 미흡하나마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며 “현재 돈이 없으면 결혼조차 못 하는 현실에서 아동수당에 집중하기보다 청년에 대한 청년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주도성장이란 기치를 내건 것은 일면 긍정적일지 모르나, 해법은 완전히 꽝”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수십조의 재원을 쏟아부어도 출산 문제가 극복되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고, 살 집이 없고, 아이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 주거, 보육 문제가 종합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점점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며 “근시안적인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여성계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주장”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에 대해 여성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단체연합은 6일 논평을 내고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주장을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저급한 현실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발언”이라며 “여성을 비롯한 우리 사회 현실과는 무관하게 저출산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질타를 쏟아냈다.

이어 “저출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최저임금과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자율에 맡기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돈으로 해결하자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빗나간 대안”이라고 거듭 꼬집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5일 논평을 내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출산주도성장'은 말 그대로 허무맹랑하고 여성들의 현실을 우롱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위는 “최저임금 인상 및 복지 확대와 증세를 거부하면서 ‘돈 줄 테니 아이 낳으라’고 독촉해봤자, 여성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며 “출산주도성장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시절 실패한 정책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다. 일자리, 보육, 교육, 주택 등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구절벽 시대는 결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허무맹랑한 물타기 대신, 소득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즉각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가운 여론…10명 중 6명 ‘출산주도성장 반대’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여론 역시 차가웠다.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출산주도성장에 대해 반대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 결과, ‘반대’(매우 반대 35.6%, 반대하는 편 25.5%) 의견이 61.1%로, ‘찬성’(매우 찬성 12.9%, 찬성하는 편 16.4%) 의견(29.3%)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자유한국당(반대 47.9% vs. 찬성 46.4%) 지지층에서는 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렸으나,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가 약간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반대 67.8% vs. 찬성 26.3%)과 중도층(62.4% vs. 27.4%), 보수층(56.4% vs. 37.6%) 순으로 반대가 다수였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질문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반대 의견이 절반가량으로 나타났다”며 “일단 국가 재정, 재원 차원의 문제도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고,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생각하느냐와 같은 우려, 걱정, 비판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662명에게 접촉, 최종 503명이 답해 7.6%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출산주도성장, 김성태 존재감 부각 위한 이슈 유발 전략”

이처럼 논란과 함께 여론의 반대에 직면한 출산주도성장과 관련해 김성태 원내대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슈 유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 자체가 김성태 원내대표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고 본다. 이슈를 유발하려고 굉장히 애썼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출산주도성장으로, 김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이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김 원내대표 본인 생각은 차기 전당대회에 1차 목표가 있는 거 같다”며 “전대 때 당 대표로 도전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이번에 이슈 유발을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주도성장 자체도 소득주도성장을 냉소적으로 일종의 패러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희화화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라 본다”며 “일단 이슈유발에 초점을 뒀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스스로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또 “이슈가 유발된 상황에서 당분간 계속 이슈화되는 것을 스스로 중단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추가적으로 더 자극적인 표현들을 써서 싸움을 더 키울 수도 있겠지만, 김성태 원내대표의 전략은 치고 빠지기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출산주도성장으로) 시선 집중에는 성공했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치는 전략까지 성공하면서 보수 사이에서 일단 본인의 인지도는 올라갔다”며 “그다음 단계는 집토끼들을 수습하는 동시에 외연 확장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부정적인 이슈보다 긍정적인 이슈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출산주도성장이 이슈 유발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서는 완성도도 떨어지고 약하다”며 “때문에 이후에는 다른 걸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이슈를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출산주도성장과 관련해 김성태 원내대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슈 유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언제까지 출산주도성장 드라이브를 걸지, 또 언제 새로운 긍정적인 이슈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