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인천지방경찰청·동구청을 규탄 기자회견
1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인천지방경찰청·동구청을 규탄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등에서 공권력 남용에 따른 과잉 진압 비난을 받았던 경찰이 최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는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채 방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일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개최된 퀴어문화축제에서 일어난 반대 세력의 폭력 사태에 미진하게 대응했다.

앞서 조직위는 집회신고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행진이나 퍼레이드가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반대 세력은 아니었다.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반대 세력은 전날부터 광장에 텐트 치기, 버스로 막아서기, 승용차 10대 주차하기 등의 방법으로 축제를 막아섰다.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경찰은 축제 당일 오전 중에 상황을 수습해주기로 약속했으나 개회 1시간 전까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축제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북광장을 찾은 참가자 300여명을 반대 세력 1000여명이 구석으로 몰아 둘러싸는 상황이 약 6시간 정도 이어졌다.

또 반대 세력은 퀴어 당사자 또는 지지자들이 보이면 둘러싸고 ‘지옥 간다’, ‘에이즈 걸린다’는 등 혐오 발언을 퍼부었고, 무대를 대신해 준비한 트럭의 바퀴를 터뜨리는 위험천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축제에는 7개 중대 840여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축제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폭력을 방조하고 조장했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인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김지학 국제팀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찰은 주최 측을 도와준다고 했지만 사실상 ‘합법한 질서에서 행진을 해야 한다. 방해하는 사람은 불법이니 철거하라’는 말뿐, 혐오 세력을 끌어내거나 연행하는 데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집회가 끝난 후 혐오 세력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걸 목격한 참가자도 있다”며 “중립이라는 명목으로 폭력을 방조하고 조장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조직위는 이번 인천 퀴어문화축제 반대 세력 폭력 사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 팀장은 “우선 피해사실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취합해 고소·고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또 혐오 세력은 축제를 무산시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들이 한 행동은 범죄이며 승리가 아닌 패배임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해 법적 절차와 더불어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는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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