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발목잡기’와 ‘국회 무시’ 사이에서
임종석 “문희상+여야 5당 대표 방북 초청”
“예의 없다” 맹렬히 반발하는 야당 대표들
정국 주도권 놓고 청와대와 국회 심기일전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등 9명에 방북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등 9명에 방북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와 정당 대표 초청을 놓고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국회는 청와대를 향해 “예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반면, 청와대는 “국회 존중 차원에서 초청했다”면서 항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청와대의 국회 방북 동행 초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가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12일 고위관계자를 통해 “국회 존중 차원이었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문희상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들은 “예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방북 동행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국회 방북은 어떻게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희상 국회의장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를 오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에 초청한다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강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들러리 설 이유 없다”면서 거절했다. 문희상 의장 역시 국회부의장들이 방북을 거부했기 때문에 자신도 방북 의사가 없다면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문 의장 측은 청와대를 향해 “예의가 없다”면서 비판을 가했다. 먼저 방북 의사 타진을 한 후에 발표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 수반인 국회의장이 동반 방북하는 경우는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야당 대표들 역시 자신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면서 비판의 대열에 가세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상에서도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예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야당의 발목잡기가 극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번 논란은 청와대의 공개 기자회견이 화근이라는 지적이 상당수다. 임종석 실장의 기자회견 이후 지난 11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5당 대표를 예방해 방북 초청을 한 것을 두고 일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청와대는 지난 8월 5당 원내대표 회동 때 문 대통령이 직접 평양에 함께 방문하자는 제안을 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문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서 제안했다고 해도 한병도 정무수석이 5당 대표를 만나 의사 타진을 한 후, 임종석 실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순서를 밟았다면 논란이 증폭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이번에 절차를 잘못 밟았다는 볼멘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작심 발언 나선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시기 바란다”면서 국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하지만 국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를 졸(卒)로 보지 말라’고 밝혔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데이트폭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국회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국회가 이번 방북에 동행할 경우 국회는 행정부에 따라다니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행정부의 뜻대로 오가는 존재로 국민에게 비쳐진다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행정부에게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표현된다.

청와대 역시 이번에 밀려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당리당략’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1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난 8월 이미 초청을 했다고 해명한 것 역시 정국 주도권을 국회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번 국회 방북 초청 논란은 청와대가 절차를 잘못 밟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공식 의전 서열 2위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초청하려고 한다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통보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여론이 강하다.

문희상의 불편한 심기

더욱이 문 의장은 남북국회회담을 준비 중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 때 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동반 방북할 경우, 남북국회회담을 준비하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로 문 의장으로서는 이번 방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주영·주승용 국회 부의장과 강석호 외통위원장이 동행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문 의장 혼자 동행하겠다고 한다면 모양새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결국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방북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문 의장이 “생각을 해보고 난 후에 결정하겠다”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둔 후에 거절 의사를 발표했다면 논란이 일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한마디로 거절하면서 친문 지지층의 분노를 샀다.

이번 논란은 청와대가 국회를 존중하느냐 아니냐의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국회 존중 여부의 논란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오는 18일까지 문 대통령의 방북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야당은 “예의가 없다”면서 더욱 맹렬히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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