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4대그룹 수뇌부 방북담 포함
국정농단 재판 중인 이재용, 방북 자격 논란
대북제재 여전, 남북경협 의지 확인에 그칠 듯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남북 평양정상회담 방북단에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수뇌부를 포함한 기업인이 대거 포함되면서 남북경협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 대북제재 한계를 뚫고 얼마나 실효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은 물론 일부 방북 기업인의 자격을 둘러싼 잡음도 세어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수행 평양정상회담 방북단 명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번 방북 기업인 명단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그룹 총수의 남북정상회담 동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기회가 있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상의 문제로 참가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철수하기 전까지 1999년부터 10여년간 평양에서 TV와 유선전화, 라디오 카세트 등 가전제품을 위탁 가공 생산해왔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삼성의 대북 투자 논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현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방북단 명단에 올랐다는 것은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 제공 혐의로 이미 1심과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방북이 ‘면죄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재판과 방북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고, 일은 일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대신해 김용환 부회장이 방북길에 오른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을 통한 건설,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남북경협 사업의 직접 참여 여부가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 또한 현대차가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물량을 떼어주는 과정에 관여한 것을 두고 조사 대상에 오르는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처럼 재판과 같은 현안이 결부된 상황이 아닌 만큼 자격 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 구광모 회장의 방북길도 지난 6월 회장 취임 첫 대외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LG는 LG플러스의 통신 네트워크 사업과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자원 개발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LG상사는 2000년께 대북 임가공사업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등 중소기업의 대북진출 창구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범 LG家 LS그룹의 기대하고 있는 전력 인프라 구축 남북경협 사업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기업인 방북이 남북경협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전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번 기업인 방북단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 대북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경제 협력이나 대북투자 논의 보다는 남북의 경협 의지를 재확인시키는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동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미국 당국이 견제하는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남북경협 논의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도 남북경협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 수차례 반복된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금강산 폐쇄 등 사례를 통해 대북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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