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가/정미경 지음/이프북스/135*195mm/260쪽/1만5000원

ⓒ이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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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8년 대한민국은 불법촬영 이른바 ‘몰카 범죄’와의 전쟁으로 떠들썩하다.

지난 5월 홍익대학교 누드크로키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여성에 대한 편파수사 논란에서 촉발된 여성들의 시위는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 몰카 범죄를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여성의 일상을 앗아가는 디지털 성폭력의 카르텔을 고발하는 취지로 확장됐다.

디지털 성폭력의 카르텔 중심에는 ‘소라넷’이 존재한다. 16년에 걸쳐 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상상 이상의 성폭력을 자행해온 이곳은 2016년 6월을 마지막으로 공식 폐쇄됐다. 하지만 소라넷은 여전히 건재하다. 제2, 제3의 소라넷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유포·시청하는 범죄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 용돈만남 가능?’이라는 여성의 창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말을 줄여 제목 붙인 다큐소설 <하용가>는 소라넷을 폐쇄시키기까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저항한 여성들의 모습을 한편의 영화 같은 속도감으로 그려낸 책이다.

초대남 모집이라는 이름의 집단강간과 지인능욕, 여성의 신체 비하 및 조롱, 신상털기 등 여성의 몸을 제물로 그늘진 성문화를 향유하던 소라넷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한국의 가장 은밀한 지옥을 그린 참혹한 보고서이자, 그 지옥에 마침표를 찍은 수많은 여성의 승리를 담은 눈부신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와 현 시점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공동체는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페미니스트 저자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하용가>는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페미니스트 물결의 동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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