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대책 대해 쓴소리 쏟아내는 野
‘세금폭탄’ 프레임 내놓은 자유한국당
국회 거쳐야 하는 종부세법 개정
정기국회 동안 통과할 수 있을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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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급등하는 집값에 대해 정부가 다시 칼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주요골자로 하는 9.13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 억제를 통한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야권은 발표 직후부터 미흡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수요억제용 세금폭탄시리즈’, ‘징벌적 과세’ 등 세금폭탄 프레임을 주장하며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9.13 부동산 대책의 주요내용인 종부세 인상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종부세법 개정안 통과가 필수인 상황이다. 그러나 제1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9.13 부동산 대책은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세제개편이 주요골자다. 해당 대책에는 고가주택 종부세율 인상,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강화, 임대사업자의 대출 규모 축소 등이 담겼다.

9.13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과세표준 94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행 2.0%에서 3.2%까지 높이기로 했다. 시가로 1주택의 경우, 약 181억원 초과, 다주택자는 176억여원 초과 구간이 해당된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 최고세율인 3.0%(45억5000만원 초과) 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이 같은 과세표준은 두 개 집단으로 나뉘어 적용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과세표준 94억원 초과에 속할 경우 3.2%의 세율을 적용받는 반면, 과세표준 94억원을 초과하더라도 1주택자이거나 조정지역 내 2주택자가 아닐 경우에는 2.7%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어 과세표준 최하위 구간은 3억원 이하와 3억~6억원 이하로 분리된다. 최하위 구간인 3억원 이하는 현행 0.5%가 유지되며, 3주택자나 조정지역 2주택자일 경우에만 0.6%가 적용된다. 과세표준 3억원을 시가로 환산하면 1주택 기준 약 18억원, 다주택 기준 14억여원이다.

아울러 차상위 구간인 50억~94억원 과표구간의 세율은 현행 1.5%에서 2.5%로 오르며, 3주택자·조정지역 2주택자가 아니면 2.0%가 적용된다. 12억~50억원 과표구간 세율은 1.0%에서 1.4%와 1.8%로 각각 인상되고, 6~12억원 과표구간 세율은 0.75%에서 1.0%, 1.3%로 오른다.

더불어 현행법에서는 재산세와 종부세 합계액이 전년도의 150%를 넘을 수 없었던 세부담 상한도 앞으로 조정지역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자에 한해 300%까지 상향된다. 다만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인 1주택자와 6억원 이하인 다주택자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된다.

이와 함께 이번 개정안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공시지가 정상화 추진 △일시적 2주택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환원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강화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양도세 감면 요건 강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세제와 대출 규제 등 금융 대책에 이어 오는 21일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김병준 위원장,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김병준 위원장,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뉴시스

반발하는 野…온도차 나타나

이 같은 9.13 부동산 대책에 대해 야권은 미흡함을 지적하며 비판에 나섰지만, 내용면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9.13 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연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연일 논평을 통해 ‘중산층에게까지 세금폭탄을 안기겠다는 것’, ‘중산층, 고령 연금생활자 등에게 수백~수천만원의 세금부과는 큰 부담을 안기는 것’, ‘수요억제용 세금폭탄시리즈’, ‘징벌적 과세와 세금폭탄이라는 규제 일변도 대책’, ‘규제 위주의 세금폭탄 부동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고강도 세금 폭탄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이 또 나왔다”며 “시장에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대책이 아니라 치솟는 집값을 핑계로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대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번 9.13 대책은 ‘징벌적 과세’ 논란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며, 세금 전가와 같이 부작용만 잔뜩 양산할 수 있다”며 서울 도심 등 주요 지역에 양질의 주택 공급과 이를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규제일변도의 정책만 고수하고 세금 올리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날로만 깊어지고 시장의 내성만 길러질 뿐”이라며 “종부세 과표구간 추가 신설 문제는 국회 심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에 넘어오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했다.

이번 9.13 대책에 대해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내고 “수요규제에만 급급한 대책”이라며 “세금만 더 걷고 주택거래는 얼어붙게 만들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거래활성화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며 “종부세 강화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채찍을 내려쳤다면 거래세를 인하하는 등 당근을 제공해 집값 하락과 거래활성화를 유도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 가격 급등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지금 거래활성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세금만 일부 추가로 걷히게 될 뿐, 부동산 거래만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보유세 강화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9.13 부동산 대책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등 전면적인 시장 구조 개혁에 나설 것을 정부·여당에 촉구하는 등 온도차를 보였다.

‘과도’ 보단 ‘미흡’하다는 여론

그러나 9.13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자유한국당이 내세운 ‘세금폭탄’ 프레임 주장과는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7일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미흡하다’는 의견이 39.4%(매우 미흡 15.9%, 다소 미흡 23.5%)로 가장 많았다. ‘적절하다’ 31.9%, ‘과도하다’ 19.8%(매우 과도 16.0%, 다소 과도 3.8%), ‘모름/무응답’ 8.9%가 뒤를 이었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적절 50.2%, 미흡 28.5%, 과도 12.8%)에서 적절하다는 인식이 절반을 넘겼으며, 정의당(미흡 52.6%, 적절 25.1%, 과도 17.3%)과 자유한국당(미흡 52.5%, 과도 30.8%, 적절 13.9%) 지지층에서는 미흡하다는 인식이 과반을 보였다. 다만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과도하다는 인식이 30%를 넘겼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미흡 51.9%, 과도 27.8%, 적절 17.0%)과 중도층(미흡 44.6%, 적절 29.3%, 과도 19.5%)에서는 미흡하다는 인식이 우세한 반면, 진보층(적절 53.0%, 미흡 24.7%, 과도 14.3%)에서는 적절하다는 인식이 다수로 나타났다. 보수층에서는 과도하다는 인식이 다른 이념성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CBS의 의뢰로 실시됐으며, 지난 14일 전국 성인 6103명을 대상으로 총 500명이 응답해 8.2%의 응답률을 보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리얼미터는 “이와 같은 결과는 국민 대다수(71.3%, 미흡 39.4%+적절 31.9%)가 9.13 부동산대책이 종부세 과표 혼선에 이은 세금폭탄, 전·월세 세입자 부담전가와 같은 주장에 공감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세부적으로는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미흡하거나 적절하다는 인식이 대다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통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다른 종합적인 경제 문제와는 달리 민생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책이나 상황 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히 정쟁화되는 현안에 대한 진보보수의 양분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보수층이나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이번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50%대 초반으로 절반을 넘었다”며 “부동산 대책은 공급 부분과 수요 억제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9.13 대책은 세제와 금융에 집중되고, 공급 부분은 빠져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지지층이나 보수층의 일부 미흡하다는 응답에는 ‘다른 대안이 결여돼 있다’는 의견도 일부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중도층이나 진보층에서 미흡하다는 응답은 전반적인 세금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대책(9.13 부동산 대책) 발표 모습.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뉴시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대책(9.13 부동산 대책) 발표 모습.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뉴시스

종부세법 개정안 국회 처리의 앞날은

이번 9.13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종부세 인상은 국회 심의를 거쳐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때문에 극심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 인해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장이 종부세법 개정안을 예산심사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예산심사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경우,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할 수 있다.

그러나 종부세법 개정안을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예산안과 함께 표결에 부칠 경우,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로 예산안 처리는 물론, 향후 정국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의제와 전략그룹 ‘더 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부수법안 지정 등까지 가지 않더라도 종부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실장은 “해당 대책이 효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낸 종부세 인상안 보다 내리자고는 주장하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에 오히려 종부세율을 보다 인상하자는 쪽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차라리 더 있을 것 같다”며 “하향 조정하자는 건 현재 민심 상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야권에서 9.13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미흡함을 지적하는 가운데 핵심인 종부세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떻게 다뤄질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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