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 위해 공공택지 개발…집값 폭등에 임차인 길거리로
LH, 시세로 분양전환가 책정시 10만가구에서 수십조원 시세차익
우선분양권 실효성 담보 못한 공공임대…정치권도 대안 마련 골몰

청와대 앞 1인 시위 및 집회 사진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카페
청와대 앞 1인 시위 및 집회 사진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카페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살다보면 내 집 된다’라는 말만 믿다가 거리로 쫓겨나게 생겼다” “부영도 그렇게 폭리를 취하지 않았다” “공공택지를 개발해 서민들에게 비싸게 팔아 먹는 것이 말이 되나”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참여정부 때 도입된 서민 주거지원제도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싸게 매입해 아파트를 짓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빌려주다가 10년 만기 시 세입자에게 우선분양권을 준다.

오는 2019년부터 경기도 판교의 일부 10년 공공임대 주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입주민들이 3배 가까이 오른 분양전환가를 견디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면서 임차인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토교통부 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형평성 논란 등 비판이 제기되면서 해결책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분양전환가에 대한 기준을 충분히 알린 상태에서 계약이 이뤄진 만큼 기준을 바꿔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분양전환가 산정에서 사업자가 임차인과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령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회장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에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LH공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며 울분을 감추지 않았다. 

공공택지 개발해 LH 배만 불리나?

공공임대 아파트 청약 조건을 살펴보면, 10년 공공임대 청약 대상이 ‘서민’에게 초점을 맞춰져 있다. 세대주 및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청약 자체가 가능하고, 2년마다 갱신 계약 및 10년 후 분양 전환 시점에도 무주택 조건은 불변이다. 

또 3인가족 기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 이하 등으로 소득제한 요건이 한정된다. 당첨되면 계약도 하기 전에 청약통장 효력이 상실되고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LH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분양전환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액 평균 이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정평가액의 산정방법을 두고 LH와 입주민들은 입장 차가 크다.

입주민들은 시세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서민을 위한다며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활용해 놓고 LH가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됐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입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5년 공공임대 방식으로 하거나 분양가상한제에 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년 공공임대의 경우는 건설원가·감정가액의 평균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한다. 분양가상한제는 사업자에 적정이윤만 보장하는 형태로 분양가를 산정하게 돼 있어 입주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정부에게 공공택지를 싼값에 받았던 사업자들만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게 생겼다”며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공택지가 존재하는 것인데 비싼 분양전환가로 입주민이 쫓겨나면 그 집은 일반분양으로 자산가들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LH는 입주민들의 주장을 높은 시세차익을 얻고자 계약서상 합의된 분양전환가를 변경하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입주민들이 임대차계약 당시 분양전환방식을 인지했고 집값 상승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지난 2008년 판교 집값이 뛰기 전에도 집단소송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판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계약자들은 10년 뒤 분양전환가가 LH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약관 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이미 10년 전에 소송을 건 바 있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진행해놓고 이제 와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당시 소송에서도 법원은 10년 뒤 얼마나 LH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추측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이지 계약이 온전하다는 뜻은 아니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만 가구나 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벌인 LH는 시세대로 차익을 얻게 되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이득을 서민들에게 챙기게 된다”며 “공공택지를 활용해 서민을 위한 주택사업을 벌여야 할 LH가 서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덧붙여 그는 “주택임대사업으로 돈을 번 부영도 지난 2009년 남양주 아파트를 10년 공공임대로 분양하면서 분양전환가를 확정하고 진행했다. LH가 사기업인 부영보다도 서민들을 위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도권 내 공공임대 아파트 거주자 A씨도 “청약통장 10년과 공사기간 3년, 거주기간 10년을 포함 2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집값이 지금처럼 오른다면 서민이 어떻게 집을 살 수 있겠나? 오히려 내 집을 마련 할 수 있는 23년의 기회비용만 날린 셈이다. 우리가 어떻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의심된다면 전매제한을 걸라”며 “합리적으로 분양받게 해달라는 것이지,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분양전환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령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회장 ⓒ투데이신문
김동령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 회장 ⓒ투데이신문

정치권도 해법 모색에 난항

현재 정치권에선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의 갈등을 완화할 입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도 10년 공공임대주택의 적정 분양전환가격 산정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시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병관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와 분양가 산정 방식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국회에서는 여러 안이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분양전환가를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중간 가격으로 정하는 방식의 ‘공공주택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5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와 같이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전환가를 책정하는 게 법안 취지다. 

또 분양가상한제에 준하는 방식을 적용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대표발의해 계류 중이다. 입주민들은 해당 안을 가장 원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공공주택사업자 입장에서 10년 임대주택은 5년 임대주택에 비해 장기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문제점을 반영해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10대 공공임대 분양전환 가격에서 기간이자, 일반관리비, 적정이윤 등 간접비와 부대비용이 포함된 세부 산정기준을 국토교통부령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분양전환가격을 통해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고 사업자에게도 이득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윤종필 의원은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임에도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현실성 있는 분양전환가격으로 조정해 임대주택사업자에게는 적정 이윤을, 임차인들은 주거 안정을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안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선 공공임대주택의분양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제안됐다. 

다만, 해당 안의 경우 주택도시기금 활용에 대해 기금 사용 목적의 적합성, 형평성 문제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병국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무총장(충남도의회 의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감안할 경우 10년 후의 분양전환 가격은 현재 평가액의 2배 이상 증가할 수도 있어 서민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거환경이 안정돼야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 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도록 적정 분양가 산정 방안 마련 등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분양전환가에 대한 임차인과 협의 의무화, 임대기간 연장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치권, 임차인과 생각의 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공공임대주택 양적 확대 강조…탁상공론 논란

논란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질적 개선 없이 양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저소득·청년·신혼부부 주거안정을 위해 매년 17만호씩 공적임대주택을 공급을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최근 경기도 동탄 신도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에는 ‘10년간 내 집처럼 편안하게, 10년 후 내 집마련 더 가볍게’란 홍보 슬로건이 내걸렸다.

임차인들은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년 전에도 비슷한 슬로건이 걸렸지만 현재 입주민들은 시세대로 분양전환을 하게 되면 떠나야 할 처지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전국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은 120곳 아파트 단지, 7만1963가구에 달한다. 또 2020년 8월까지 향후 2년간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36곳 아파트 단지, 2만9252가구다.

또 오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9만7400가구가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이 예고돼 있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달라진 게 없는데, 공공임대 물량만 늘린다고 서민의 주거가 안정 되겠나”라고 되묻곤 “현재의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가진 자들을 위한 적폐 정책이다. 대책이 마련 된 후에 공급량을 늘리든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서민의 돈으로 LH와 건설사가 돈 잔치를 벌여서는 안된다. 개선이 될 때까지 싸워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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