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육성 통해 ‘비핵화’ 의지 전 세계에 천명
핵시설 리스트 제출은 아니지만 버금가는 조치
명분 잃은 트럼프, 북미대화 테이블에 나서나
올해 서울에서 종전선언 이뤄질 가능성은 과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육성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 비록 ‘비핵화’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이제 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국제사회는 중단된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한다면 서울에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 서명식과 기자회견은 국제사회에 긴급타전 됐다. 외신들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만큼 북미대화 재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비록 ‘비핵화’라는 직접적인 단어는 없었지만, “조선 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확약했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의 결단

미국 정가와 언론들은 5.26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6.12 싱가포르 회담 등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바로 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이날 육성을 통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미국 정가와 언론도 더 이상 태클을 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물론 미국 정가와 언론은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원하고 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스트 제출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북미대화를 중단시킬 명분이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도록 했다는 점은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명분을 쥐여주면서 미국 정가와 언론의 힘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보다 진전된 내용을 발표함으로써 미국이 북미대화 협상 테이블에 앉힌다는 것이 이번 선언의 핵심 내용이다. 당장 국제사회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더 이상 중단시킬 명분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의 고민

이날 선언을 통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종전선언이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해야 유엔 제재를 해제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평양정상회담 전에 미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신경전이 상당했다. 그런데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필두로 한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미국은 북미대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유엔 총회에 참석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기로 예정됐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독대 회담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바탕으로 북미대화 재개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이미 전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종전선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종전선언?

이날 공동선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점이다. 당초 내년 봄이나 돼야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미 9월 평양 정상회담을 한 상황에서 서울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을 서울에서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 및 종전선언에 대한 진일보된 합의가 이뤄지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과 미국, 중국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장소인데 가장 유력한 장소로 서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면 서울은 종전선언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한다고 느닷없이 선언한 것을 두고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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