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세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다. 올해 4월 27일 두 사람의 역사적인 판문점에서의 첫 만남이 이뤄진 뒤 약 다섯 달만이다.(물론 중간에 판문점에서의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 장소는 평양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은 기본이고, 주요 정당 대표 중 일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 지코, 에일리를 비롯한 문화계 종사자들도 대거 북한을 찾았다.

필자는 이번 만남이 세 번째 만남이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니만큼 그렇게 큰 화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국정에 대한 지지도 조사의 경우 보통 대통령이 방북을 하거나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이 오르곤 했었는데, 이번 만남은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일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실제로는 첫 번째의 만남 못지않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대통령 방한 당일인 18일 아침부터 지상파와 뉴스전문채널, 종편 등에서 방북단의 모습을 계속해서 밀착 보도했다. 언론에서 이 정도의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두 정상의 대화에 쏠려있는 국민들의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언행도 계속됐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백화원 초대소로 안내하면서 다른 나라의 숙소에 비해 시설이 좋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최고의 영접”이라는 답을 했다. 이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운행되고 있는 KTX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기차가 남한의 것보다 좋지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때도 굉장히 큰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말들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임을 자처하는 북한의 “최고존엄”으로 일컬어지는 김정은이 스스로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김정은의 거침없는, 그러면서도 꾸밈없는 모습과 한반도 평화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 둘째 날까지 굉장히 놀라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첫째, 평양 순안공항에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는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함께 북한에 방문했지만, 공항에 영접을 나온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 한 명 뿐이었다.(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영접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였다.) 그런데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함께 우리 대통령 부부를 직접 영접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지도부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국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북한 측의 파격적 정상회담 진행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측에서 주최하고 진행”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북한 측에서 우리 측에 전반적인 진행이나 순방길 등을 제안할 수도 있고, 우리의 제안을 북한 측에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방북 일정과 과정을 봤을 때 그 과정이 매우 개방적이었다. 두 정상이 오픈카에 함께 타고 평양 거리를 돌고, 15만의 관중이 운집한 능라도 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약 10여분간 연설도 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 기회도 가졌다. 회담 장소의 경우에도 북한의 실질적 최고 권력체인 조선로동당 당사에서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남북 분단 이후 최초로 있었던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북한의 의지가 엿보인다.

셋째, 정상회담의 결과다. 양 정상은 방북 둘째 날 오전 회담의 결과가 좋으면 오후에 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정오 전후에 회담 결과가 발표됐고, “평양공동선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는 것은 회담 결과가 매우 좋았다는 의미이고, 실제로 그 내용도 이전보다 상당히 진전됐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드러났고, 평화 정착을 위한 군사 분야의 성과도 상당했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비롯한 남북간의 교류도 명시화되었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이 빠르면 올해 안에 서울에 방문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만약 서울 방문이 현실화 된다면, 분단 이후 북한 정상이 서울에 오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전의 판문점의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필자는 칼럼에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역사가 된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담도 역사가 되어가는 중이고, 훗날 굉장히 의미 있는 회담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봄에 싹을 틔운 남북 화해가 이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 될 자세는 무엇일까. 평양 시민을 향해 90도로 몸을 굽혀 인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본 역사학자 전우용의 SNS 글로 답을 제시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에는 전단 100억 장 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겁니다.

사람들을 서로 잇는 것은, 돈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와 따뜻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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