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진전된 입장 주고받은 북미
변수 떠오르는 11월 美 중간선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18~20일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25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8월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닫혔던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문이 다시 열리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실무협상을 위해 다음달 방북길에 오른다.

이처럼 잠시 냉각기를 가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올해 내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북미협상 물꼬 튼 평양 남북정상회담

막혔던 북미협상의 물꼬를 튼 건 평양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공동선언을 내놓았다. 해당 선언에는 비핵화와 관련해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에 동창리 로켓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영구 폐기 약속이 담겼다.

아울러 남북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에서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는 비핵화 의지를 최초로 구두 언급한 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트럼프 대통령도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 데 동의하고, 핵실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 해체를 약속했다. 그동안 더 이상 로켓이나 핵실험은 없을 것”이라며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되살아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훈풍은 25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직접 전 세계 언론 앞에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히고, 내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김 위원장과 한 비핵화 합의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제 북한의 핵 포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 측으로부터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뜨거운 의지를 확인했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머지않은 미래에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실무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며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장소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폼페이오 장관은 24일(현지시각)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이르면 10월초 4차 방북길에 나서기로 하면서 북미 대화는 다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10월 중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북미 대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8월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아세안 외교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아세안 외교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변수는

그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신고와 검증을, 북한은 일부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며 맞서왔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미국은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에 비핵화 과정을 마친다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며 속도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든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기존 입장에서 크게 완화된 방침을 내놓았다.

북한 역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예고한 상황에서 앞으로 북미 협상이 비핵화 시간 제한이 완화된 한층 진전된 분위기하에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앞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장밋빛 미래에 대한 관측만 있는 건 아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약속을 언급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전제를 달면서 북미 협상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북한의 앞선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얼마만큼의 보상을 할 것인지로 귀결되기 때문에 난항을 겪었던 앞선 북미 협상의 상황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도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재개된 북미 협상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을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통화에서 “앞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 추진해 종전선언을 주고받고 했다가 내부 역풍이 불면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미국도 곧바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고 11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이전에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이 반드시 중간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놓고 확실하게 미국 여론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로 진전이 있다고 생각되면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다음, 중간 선거 이후에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다음달 이어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의 결과물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앞날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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