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의 비인가 자료 열람으로 촉발된 논란
정부와 심재철 갈등에 청와대·여당 확전 양상
여야, 정국 주도권 놓고 건곤일척 싸움 보여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앞둔 한국당, 갈등 표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의 비인가 자료 열람을 두고 여야는 극한 대치 국면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여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보다 강도 높은 대여 투쟁에 나섰고, 심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과 관련된 자료를 추가 공개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의도적’이었느냐다. 사건의 발단은 심 의원실 보좌진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접속하면서 ‘백스페이스 두 번 연타’를 통해 비인가 행정정보를 열람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해킹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기획재정부 김용진 2차관은 지난 19일 국회에 출석해 비정상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했다면서 심 의원실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사건의 파장은 더욱 증폭됐다.

반면 심 의원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에 접속해 자료를 확인했다면서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압수수색 이후 대여투쟁 나선 자유한국당

검찰의 심 의원실 압수수색 이후 자유한국당은 강도 높은 대여 투쟁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7일 긴급의원총회를 연 데 이어, 28일에는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의정활동에 문재인 정부가 재갈을 물리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심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내역을 추가 공개하면서 파장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에 청와대는 정당한 업무추진비였다면서 심 의원을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초 기재부와 심 의원 간의 싸움이 자유한국당과 정부의 싸움으로 번진 데 이어 이제는 청와대까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참전하며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심 의원을 기재위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향후 정기국회 일정을 소화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여야 모두 이번 사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아무래도 이번 싸움의 승패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업무추진비 논란이 증폭될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같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와대의 힘이 빠질 가능성이 있기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심 의원이 연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하는 이유도, 청와대가 이에 대해 매일 즉시 해명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 역시 자유한국당에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당한 의정활동’이냐 ‘불법적인 의정활동’이냐다. 자유한국당은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면서 계속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불법적인 의정활동’이라면서 자유한국당과 심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서 밀리기 시작하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그야말로 건곤일척이다. 오는 10월 1일 대정부질문과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11월 1일 새해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일정은 앞으로 숨 쉴 틈 없이 전개된다. 이런 과정에서 정국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여야 모두의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기국회 일정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사실 이번 논란은 검찰 수사를 넘어 재판에서 판단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쥐겠다는 여야의 계산이 깔리면서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심 의원의 기재위 배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정기국회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히려 정기국회가 파행되기를 바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은 국정감사 기간에 총 2번의 보이콧을 단행했다. 그러나 보이콧으로 인해 오히려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게 오히려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으로서는 파행의 책임을 자유한국당에게 떠넘길 수 있다면 향후 정국 주도권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복잡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보다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0월 초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조직강화특위를 통해 사실상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가 끝나고 나면 절반 정도의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이에 당협위원장 자리를 갖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두려움에 휩싸여있다. 때문에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심 의원 논란이 발생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당내 불만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보다 강도 높은 대여 투쟁에 나선 것도 단순히 정국 주도권 쟁탈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즉, 당협위원장 일괄사퇴로 불거진 당내 갈등을 바깥 세력을 통해 봉합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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