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중심 대책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 논란
미국발 금리인상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한파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인근의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양도세 중과에 이어 8.2대책, 9.13대책, 9.21대책 등 세금은 올리고 대출은 조이면서 공공주택 물량을 늘리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부동산 대책이 이어지자 일단 시장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끝없이 치솟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꺾였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4일 조사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10% 올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27일 집계한 주간 상승률 0.26%의 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치여서 대책이 실효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3일(집계일 기준 주간 상승률) 0.47%를 기점으로 9·13 대책을 앞둔 지난 10일 0.45%로 소폭 둔화한 데 이어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상승률은 지난 7월 17일 0.10% 이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또 지난 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3주차 기준 KB부동산 리브온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는 123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9월 첫 주 171에서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이번 고강도 9.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집값 급등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장기간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들에게 민감한 종부세와 양도세, 대출과 금리, 신규 주택임대 규제 등 전방위 종합처방대책을 담고 있”고 평가했다. 

또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자 등을 비롯해 투기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종부세를 강화했다”며 실효성이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이 규제중심에서 공급확대로 선회하면서 지속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정부 시절 판교 신도시 사례에 비춰볼 때 주택공급을 대폭 늘려도 집값을 잡기보다 오히려 더 끌어올리는 등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21일 발표한 방안에는 활발한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에 유휴부지 활용,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기부채납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며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 인근 40곳의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해당 지역 땅값이 확 오른 바 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집값 안정 차원에서 추진된 판교 신도시개발이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데 일조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반대해 9·21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서울 강남권 등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택지조성안이 추가되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신호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21일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협의가 잘되지 않을 경우엔 우리 부가 가지고 있는 물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밝혀 언제든지 그린벨트를 택지로 조성할 뜻이 있음을 전하며 서울시를 압박한 바 있다. 

정부는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며 대신 내놓은 도심 유휴택지 개발이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고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도 이번 부동산 대책 전환에 대해 불만이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종부세 인상은 개인 아파트 중심에 국한한 채 공급확대, 규제완화를 고수하고 있어 집값 거품을 제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며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는 종부세 완화에도 집값이 하락했듯 최근의 집값상승은 세제완화가 아닌 도시재생뉴딜, 여의도용산개발, 그린벨트 신도시 개발 등의 공급확대책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투기조장하는 신도시개발 철회, 분양원가 공개 등의 공급방식 전면개선,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보유세 및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더욱 강력한 대출규제안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금리 인상이라는 ‘폭탄’이 시장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만큼 시장 한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됐고, 이에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된 결과로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 불균형 축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연내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시중금리도 따라올라 빚을 내 집을 산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키워드

#부동산 #9.13 #9.21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