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등 주요 업종 3년간 폐기물 재활용율 추락
사업장 폐기물‧유혜물질 지정폐기물도 증가세 뚜렷
친환경 지표 가리는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실종
정부 ‘자원순환기본계획’ 수립, 사업장별 관리 강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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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친환경 정책 기조를 강화하면서 산업계의 친환경 경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요 오염원 중 하나인 사업장 폐기물 감축 등 오염원 배출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주요 기업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제자리걸음 또는 뒷걸음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산업 폐기물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유해물질 배출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 기업의 폐기물 관리 시스템 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느슨해진 폐기물 관리, 일부는 뒷걸음질

28일 업종별 주요 기업의 최근 3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근거로 폐기물 관리 실태를 살펴본 결과 폐기물 화학업계 폐기물 재활용율 하락 추세가 두르러졌다.  OCI의 경우 폐기물 재활용률이 지난 2015년 40.9%에서 2016년 54.4%까지 올랐다가 2017년 39.9%로 크게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OCI 관계자는 “군산 공장의 재활용 거래업체가 영업을 중단해 다시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고 익산 공장은 리모델링 공사로 일시적 폐기물이 증가했다”며 “일시적인 요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하락세는 OCI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15년만 해도 80.4%의 높은 재활용률을 보였지만 63.9%로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57.9%까지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 또한 66.5%에서 64.4%, 62.4%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LG화학의 경우 70%대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은 지난 2015년 73.2%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장품 업계의 경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87.5%, 83.2% 높은 수준 유지하다 지난해 57.7%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쟁 구도에 있는 LG생활건강은 지난 2015년 78%에서 2017년 85%까지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높은 수준의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는 전자부품업계도 소폭이나마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82.3%에서 75.5%로 크게 떨어진 이후 73.3%에 머물러있다. LG이노텍의 경우도 86.0%에서 8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둔화된 재활용률 상승세, 늘어나는 지정폐기물

재활용률 뿐 아니라 배출되는 폐기물의 질도 문제다. 폐기물의 양이 증가하면서 오염원으로 분류된 지정폐기물의 양도 함께 늘고 있다. 지정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 중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지정폐기물의 경우 처리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방치나 불법투기·매립, 일반폐기물로 둔갑시켜 처리하는 등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감독·관리가 필요한 대상지만 배출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표한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폐기물 하루 발생량이 2010년 32만5483톤에서 지난 2016년 37만5367톤으로 증가하는 사이 지정폐기물 발생량도 약 1만톤 수준에서 1만4000톤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폐기물 재활용률이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6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정폐기물이 지난 2015년 4만4383톤에서 2016년 4만2360톤으로 줄어들다 다시 2017년 50만224톤으로 늘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는 LG화학 또한 6만7631톤에서 9만1443톤, 11만1194톤으로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일반폐기물 11만504톤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높은 재활용률을 유지하고 있는 전자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재활용률 95%로 꾸준히 90%대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해폐기물은 25만6727톤에서 34만9404톤, 38만6349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도 같은 기간 85% 수준의 재활용률 유지하고 있지만 지정폐기물의 양은 지난 2015년 9만4804톤에서 2017년 16만7033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일반폐기물 29만여 톤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전체 산업 폐기물 비중이 높은 건설업계의 또한 재활용률은 화학업계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이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지정폐기물의 양은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고민이 깊다.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은 82%에서 95%, 9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정폐기물은 최근 3년간 1067톤에서 2538톤, 9188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연도별 사업장폐기물 발생량 추이(자료=환경부)
연도별 사업장폐기물 발생량 추이(자료=환경부)
연도별 지정폐기물 발생량 추이(자료 제공=환경부)
연도별 지정폐기물 발생량 추이(자료 제공=환경부)

정부, 사업장별 맞춤형 관리 추진

폐기물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림산업의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이후 2014년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를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화학업계에서 한화케미칼 또한 지난 2015년 이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어 폐기물 관리 현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2015년 기점으로 폐기물 관리 지표가 크게 하락한 것을 두고 녹색성장을 표방하던 MB정권 당시 정부 기조에 호응하던 산업계가 정권 교체 이후 친환경 경영의지가 다소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정부는 환경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서 폐기물 재활용률은 지난 2010년 82.7%에서 지난 2016년 84.8%로 2.1%p 증가했지만 연도별 증가 추세는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사업장별 관리를 통해 폐기물 재활용률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체 통계로 보면 소폭 증가추세이지만 사업장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자원순환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 사업장별로 얼마만큼 재활용률이 변화하고 있는지 분석해 목표를 주고 관리하는 맞춤형 관리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늘어나는 지정폐기물과 관련해서 환경부 관계자는 “지정폐기물 배출량을 매년 목표를 잡고 있지만 폐기물 총량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정폐기물도 매년 늘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유해성 물질로 특별 관리 대상인 지정폐기물 특성상 재활용이 안 되는 경우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지정폐기물의 관리 특성상 현 배출량을 유지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지난 4일 열린 국무회의에 보고, 내년 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량(GDP) 대비 폐기물 발생량을 20% 감축하고 현재 70% 수준인 재활용률을 82%까지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정폐기물의 경우 재활용률을 현재 23%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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