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퓨마 사살이 남긴 숙제…동물원 존폐·동물복지 논쟁 재점화
탈출 퓨마 사살이 남긴 숙제…동물원 존폐·동물복지 논쟁 재점화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8.10.02 11: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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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탈출한 퓨마 ‘뽀롱이’ 사살
동물원 비난 여론 확대 “폐쇄해야”
복지 사각지대 내몰린 전시동물들
“문제점 바로잡는 지침 마련 우선”
“동물복지 인식 재정립 병행돼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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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사의 부주의로 우리를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사살돼 생을 마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게시판 등에는 ‘잘못은 사람이 했는데 피해는 죄 없는 퓨마가 입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는 동물원 존폐 논란 확대와 더불어 동물복지 논쟁의 장을 열었다.

국내에서 동물복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살던 호랑이 ‘크레인’의 죽음이었다. 2000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난 크레인은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근친교배로 태어나 안면기형, 백내장, 부정교합 등 증상이 나타나 전시동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며 결국 2004년 원주 드림랜드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드림랜드는 경영난으로 인해 크레인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2012년 동물보호시민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해 그해 12월 크레인은 서울대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크레인의 사연은 동물복지를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을 일으켰다. 결국 이를 발판 삼아 2016년 이른바 ‘동물원법’이 제정되고 이듬해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어렵사리 만들어진 동물원법마저도 동물원 관리에만 급급할 뿐 동물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 규정은 담아내지 못했고 결국 또 따른 희생양을 낳고 말았다.

동물원법 시행 후 1년이 흐른 지금, 국내에는 동물복지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18일 대전 중구 대전 오월드에서 퓨마 ‘뽀롱이’가 탈출해 4시간 30여분만에 사살됐다  ⓒ뉴시스
18일 대전 중구 대전 오월드에서 퓨마 ‘뽀롱이’가 탈출해 4시간 30여분만에 사살됐다 ⓒ뉴시스

죽음으로 막 내린 뽀롱이 탈출
동물원 존폐 논란 여론 ‘부글’

# 지난 1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 ‘뽀롱이’가 우리를 탈출했다. 경찰특공대와 소방대원 등 100여명이 넘는 인력은 호롱이 수색에 나섰다. 뽀롱이는 탈출 1시간 30여분 만에 동물원 배수지 인근 출렁다리에서 발견됐다. 사육사는 마취총을 쏴 포획에 나섰지만 실패로 끝났고 뽀롱이는 달아났다. 경찰특공대 등은 다시 수색에 나섰고 그사이 날은 저물었다. 당국은 더 이상의 추적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뽀롱이 사살을 결정했다. 결국 뽀롱이는 동물원 내 건초 보관소 인근에서 엽사가 쏜 총에 맞고 사살됐다.

뽀롱이는 고작 4시간 30여분 남짓의 자유를 만끽한 이유로 사살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대전동물원을 관리하는 대전도시공사 측은 날이 저물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고, 탈출한 퓨마가 인명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 사살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동물원 측에 뽀롱이 사살에 갖가지 의문과 비판을 제기했다. 다시 마취를 시도하는 등의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꼭 사살을 했어야 하느냐는 한편, 사육사의 실수로 우리 문이 열려있어 벌어진 일인데 그 책임을 왜 뽀롱이가 져야 하느냐는 의견이 잇따랐다.

사건 당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1평짜리 유리방 안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에서 문이 열리면 탈출은 당연한 건데 그게 왜 동물의 잘못이냐. 인간의 실수를 동물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 달라”며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더러운 동물원을 제발 폐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게재됐고 현재까지 5만7000명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뽀롱이가 살아서 포획되길 간절히 바라던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애도를 표했다. 동물원의 위험관리에서부터 동물 사살로 쉽게 귀결되곤 하는 사회적 위험 대응이 정말 타당한 결정인지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규탄했다.

이어 “국내 동물원들의 전시동물 복지는 매우 열악하다. 대다수 국내 동물원들은 종 보전과 같은 사회적 순기능보다는 전시 관람 목적에 치중돼 있다. 동물쇼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고 동물을 만질 수 있는 체험동물원이 버젓이 영업 중이며 야생동물 카페나 이동동물원 등 변형된 형태의 체험동물원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부연했다.

카라는 “이 땅의 동물원들이 인간 중심의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 중심의 동물원으로 하루빨리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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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하고 열악한 사육 환경
제한 없는 체험 프로그램까지

근대적 동물원의 시초는 1752년 오스트리아의 빈에 설립된 ‘쇠브룬 동물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9년 창경원 동물원이 최초로 개장됐고 이후 부산, 대구 광주 등에 건립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동물원은 문화 상품과 시설이 풍부하지 않은 시대의 사람들에게 위락시설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다 보니 동물들의 복지나 건강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야생동물 멸종 문제 등이 이슈화되면서 동물원 전시동물 복지도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동물원의 역할은 위락시설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목표로 희귀종 보존과 동물연구, 교육 등으로 변화했다. 우리나라도 한때 동물원 전시동물의 복지 문제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지속되지 못했고, 현재는 도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전문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이하 동행)이 발표한 ‘한국 동물원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서울대공원 동물원 등 서울·경기 지역의 5개 동물원과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동물원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경우 하이에나, 붉은 여우, 검은등자칼, 퓨마 등과 같이 행동반경이 넓은 포유동물의 사육공간 자체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사자, 벵골호랑이, 원숭이 등 관람객에게 노출되기 쉬운 구조에 있는 동물들이 몸을 숨길만 한 은신처가 부족했다.

또 전시장은 관람객의 먹이 급여가 쉬운 구조로, 한꺼번에 사람이 몰릴 경우 이를 제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또 관람객이 직접 먹이를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가 있어 제한 없는 먹이 급여가 우려됐다. 이 밖에도 실외 온도가 30도가 넘는 여름에도 북극곰이 바깥에 노출돼 있는 등 한국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들이 적절한 사육 공간 없이 전시돼 있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조류관은 물새장을 제외하고 새들이 충분한 날갯짓을 할 수 없을 만큼 공간이 협소했다. 또 서울대공원은 전 세계 동물을 거의 모두 보유하고 있어 한국의 기후 조건과 맞지 않은 동물에 대한 배려가 많이 요구되지만 협소한 실내관, 청소 용이를 위한 인조 소재의 바닥 등 사육환경이 열악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청주 동물원의 경우 1997년 개관 이후 한차례 확장 공사를 제외하곤 리모델링이 이뤄진 바 없고 대부분의 전시장이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구성된 좁은 공간이었다.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도 개장 이래 20년 이상 리모델링된 적이 없어 시설물이 매우 낡고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행 전채은 대표는 “우리나라 동물원은 전문성이 없다”며 “서양에는 100% 완벽하진 않지만 그나마 괜찮은 동물원들이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200년간의 역사를 거치며 관련 제도들이 발전해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 대표는 “하지만 우리나라 동물원 역사는 고작 30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동물원 역사가 시작되던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대였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사회 상황에서 동물복지를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동물원은 동물을 구경하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10월 2일 열린 카라·동물을 위한 행동·동물자유연대·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시민단체 회원들의 ‘동물원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2013년 10월 2일 열린 카라·동물을 위한 행동·동물자유연대·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시민단체 회원들의 ‘동물원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있으나 마나 ‘동물원법’
동물복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나라에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과 ‘자연공원법’ 등에서 부분적으로 동물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동물원 전시동물의 복지 문제와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 등이 거듭됐고 관련 법안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지난 2013년 장하나 전 국회의원(현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동물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과 적정한 사육환경 조성 등을 주내용으로 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6년 5월 동물원 및 수족관에 있는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며,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를 목표로 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고 이듬해 5월 3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동물원법에 따르면 동물원과 수족관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된다. 시설의 명칭과 소재지, 보유하고 있는 생물 종 및 그 개체 수의 목록 등을 시·도지사에 등록하면 동물원 또는 수족관 운영이 가능하다.

또 동물 10종 혹은 50개체 이상 사육하는 동물원과 수조용량 300㎡ 이상 또는 수조 바닥 면적이 200㎡ 이상인 수족관은 지자체에 등록 후 정기 점검 및 보고 의무가 있으며, 매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운영·관리, 연간 개방 일수 등에 관한 자료를 시·도지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 외에도 서식환경 제공, 안전관리, 생태계 교란 방지 등을 위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서식환경 제공 부문은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해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안전관리 부문은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와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자는 보유 생물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3년의 국회 계류 끝에 어렵사리 통과된 동물원법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발의된 동물원법에는 ▲환경부 소속 동물관리위원회 개설을 통한 동물원 설립 허가 심사 ▲동물의 인위적 훈련, 위협 금지 ▲반기마다 동물의 개체 수, 폐사·질병 현황 보고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상임위 과정에서 일부 항목이 삭제 또는 수정됐다. 동물쇼를 목적으로 한 훈련 금지 요구와는 달리 광고·전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해 금지만 규정했다. 또 동물원 내 각 동물의 건강 현황을 보고하는 내용도 동물 보유 현황만 보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동물원 자율에 따라 동물들에게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도록 정했다.

애초 동물원법 발의 당시 주요 쟁점이던 ‘동물원 동물에 대한 복지와 학대방지’에 관한 규정이 빠져 사실상 동물원법 제정 이전과 상황이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장 전 의원은 “당시 정부 차원의 동물원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던 상황이었다”며 “동물원법을 발의할 때는 동물복지가 길거리 캠페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치 영역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 특성, 개체에 맞는 서식공간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동물원법의 핵심”이라며 “예컨대 활동 반경이 넓은 퓨마나 늑대를 좁은 공간에 가두지 않는다든가, 북극곰이 한국의 여름 날씨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든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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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규정 사회적 합의 우선
동물복지 인식 변화도 필요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동물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환경부가 개입해 동물원과 수족관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에는 3개 항이 새롭게 추가된다. 동물원과 수족관 동물에 대한 학대 방지, 복지 정책, 복지나 실험윤리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이 포함된 동물복지종합계획을 환경부가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지자체장도 동물복지계획을 수립해 환경부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또 동물원과 수족관은 보유 중인 멸종위기종의 야생 서식지를 조사하도록 정하고 민간단체가 추천한 동물복지 전문가 등이 참여한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도록 정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정부가 관광진흥법에 의거해 숙박업소와 사파리 공원을 갖춘 동물원은 전문휴양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규제의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강력한 동물원 규제와 동물복지를 촉구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에 있는 규제마저도 완화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동행 전채연 대표는 동물복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잘못된 것부터 차근차근 바로잡아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대표는 “(동물 복지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라며 “좋은 평가를 받는 서양 동물원은 200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데 우리는 이를 몇십년으로 압축해 성장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합의해야 한다”며 “예컨대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 먹이를 주는 등의 동물체험이나 생태와 전혀 관계없는 상업적인 동물공연 금지, 사육사 2인 1조 근무 등의 규정을 만들어 이를 어길 시 벌금을 내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더불어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감수성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