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으로 재점화 된 ‘병역특례’ 논란, 병역법 재정비되나
아시안게임으로 재점화 된 ‘병역특례’ 논란, 병역법 재정비되나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10.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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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 대표팀 병역특례 논란
李 총리 "합리적 개선방안 찾아야”
병무청·문체부 병역특례 TF 구성
병역특례 축소·폐지 여론 50% 넘어
지난 9월 1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오지환(가운데)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1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오지환(가운데)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9월 2일 폐막한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오히려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일부 선수들의 병역특례 논란 때문이었다.

이번 야구대표팀은 지난 4월 예비후보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부터 일부 선수들의 병역특례를 위한 선발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멀티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백업 선수를 선발해야 함에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오지환(LG 트윈스)·박해민(삼성 라이온즈) 선수가 후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인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 입대할 계획이었으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이를 미루면서 ‘병역특례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병역특례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튿날 병역특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병역특례TF를 구성했다. TF는 예술·체육계 의견을 수렴하고 병무청 및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락가락’ 대체복무 기준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병역특례법)은 지난 1973년 처음 도입됐다. 국가산업 육성 및 경쟁력 제고,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을 위해 전문연구·산업기능·예술·체육 요원 등 병역 혜택을 준 것이다.

이후 1984년에는 병역특례법이 폐지, 병역법에 흡수되면서 공식적으로는 ‘병역특례’라는 용어가 사라졌으나 여전히 전문연구·산업기능·예술·체육요원은 승선근무예비역·공중보건의·공중방역수의사·공익법무관 등 대체복무자와 함께 병역특례로 언급되고 있다.

병역특례에는 다양한 대체복무 형태가 있으나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체육요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회 성적에 따라 여론이 바뀌고, 정치권에서는 이에 맞춰 기준을 수시로 바꿔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체육요원에 대한 병역특례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 한해 부여하기로 했음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도 혜택을 주는 등 여론에 휩쓸렸다.

지난 9월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 선수. 세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뉴시스
지난 9월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 선수. 세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뉴시스

금메달, 면제 아닌 ‘대체복무’

예술·체육인을 위한 병역특례는 흔히 ‘병역면제’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4주간의 군사교육소집을 포함한 봉사활동으로 대체복무를 하게 된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 제1항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 한해 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 세계연맹에 가입된 대회 중 병무청장이 정한 대회 2위 이상 ▲유네스코 CID(국제무용협회) 또는 ITI(국제극예술협회)에 가입된 대회 중 병무청장이 정한 대회 2위 이상 ▲국내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 중 병무청장이 정한 대회 1위 입상자는 예술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이수자 중 문화재청장이 지정한 ‘전수장학생 선정 종목’ 중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 종목 전수이수자 역시 예술요원 복무가 가능하다.

예술·체육요원은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군복무를 대체하게 된다. 이들은 복무기간 중 ▲사회적 취약계층 권익 증진을 위한 예술·체육 활동 ▲미취학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예술·체육 지도·교육 활동 ▲문체부 장관이 병무청장과 협의해 인정하는 공연, 강습, 교육 및 공익 캠페인 등 특기활용 봉사활동 총 54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체육요원 선발 ‘형평성’ 문제

체육계에서는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대회가 형평성에 맞지 않게 규정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구의 경우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만 23세 이상 선수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다만 경기력이 낮다는 지적에 와일드카드 제도를 만들어 만 23세 이상 선수 3명을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황의조(감바 오사카)·조현우(대구FC)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야구는 선수 연령 제한이 없어 병역 문제를 앞두고 있는 프로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병역특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시안게임의 다른 종목에 비해 야구의 대회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프로리그를 중단해가면서까지 대표팀 전원을 프로선수로 채웠다. 대만이나 일본 등 타국 대표팀이 사회인·대학 선수들로 구성된 것을 보면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프로선수들의 병역면제를 위한 대표팀 구성이라는 비난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한편 아시안게임보다 더 권위 있는 대회인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가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성별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도 따른다. 2008런던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이효정(김천시청) 선수는 이용대(요넥스)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따냈으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신백철(김천시청)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남자 선수들에게만 더 큰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지난 9월 24일 케이팝(K-pop)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24일 케이팝(K-pop)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예술요원 순수예술에 치중…미술·연기는 ‘구색 맞추기’ 수준

예술요원 병역특례는 그 대상이 일부 순수예술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논란과 관련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예술경연대회 범위를 음악의 경우 성악·피아노·바이올린 등 클래식 음악으로, 무용은 발레·현대무용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왜 빌보드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한 방탄소년단이나 세계 비보잉(B-boying, 브레이크댄스)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병역 혜택을 못 받느냐”는 등의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미술의 경우 대한민국미술대전, 연극은 전국연극제 2위 이상 입상자에게 예술요원 복무 혜택을 주지만, 입영 대상 연령인 20대가 이들 대회에서 입상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까지 이들 대회를 통해 병역특례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구색 맞추기 식 규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문학과 관련한 병역특례 규정은 아예 마련돼 있지 않다.

사진출처 = 리얼미터 홈페이지
<사진출처 = 리얼미터 홈페이지>

‘마일리지 제도·은퇴 후 재능기부’ 등 다양한 대안 나와

한편 병역특례에 대한 국민여론은 축소·폐지 의견이 50% 넘게 나타났다.

지난 9월 5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병역특례제도 개선 방향’ 여론조사 결과 ▲병역특례제도 대상자 확대 및 수혜자 축소 28.6% ▲전면폐지 23.8% ▲현행 유지 21.4% ▲대상자 및 수혜자 모두 확대 13.3%(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시안게임으로 병역특례에 대한 여론이 갈리자 다양한 체육계와 정치권에서는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지난달 2일 아시안게임 선수단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병역혜택이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형평성 등 논란이 많다”며 “아시안게임보다 세계선수권 대회가 더 큰 대회임에도 혜택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세계선수권을 포함한 국제대회에서 입상 성적에 따라 점수를 적립해 혜택을 받는 ‘마일리지 제도’를 제안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마일리지 제도와 유사한 ‘체육요원 점수 누적제’를 제시했다. 점수 누적제를 실시하게 되면 여러 차례 국가대표에 선발돼 메달을 따야 하기에 선수 선발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예술요원에 대해서도 순수예술 분야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예술·체육요원의 ‘은퇴 후 재능기부’를 제안했다. 학교나 예술·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지도자로 일정 기간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병역특례 전면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아시안게임 축구·야구 대표팀의 금메달로 병역특례 논란이 일고 있다”며 “꼭 필요하면 군이 대체복무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만들어가야 한다. 대신 모든 특례는 없애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되고 있는 대안 모두 ‘객관적 기준’을 정립하기 어려워 공론화 및 여론 수렴 과정에 많은 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의견 제시와 합의를 통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형평성’을 갖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