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뒤에 숨겨진 보좌진 고통들 살펴보니
20여일 정도에 600개 넘는 피감기관 감사해야
10월 한 달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 다반사
10월 국감 끝나고 나면 새해 예산안 심사 돌입
수박 겉핥기 국감 우려, 상시국감 필요성 대두

국회 ⓒ뉴시스
국회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펼쳐진다. 해마다 해오는 국정감사이지만 국회의원 보좌진에게는 고통스런 나날이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은 다반사고, 사고라도 터지면 살얼음판을 걷는 것도 보좌진이다. 피감기관 향해서 자료 요구 호통도 쳐야 하며,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일이다. 이런 이유로 상시국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국정감사는 보좌진에게는 커다란 숙제이다.

 “이제부터 집에 못 들어가는거죠. 아침에 아내가 세면도구와 의복 챙기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모 의원 보좌관 A씨(42)의 말이다. 설악산에 첫 단풍이 들었다는 소식이 지난 1일 들려왔지만 A씨는 출근길에 캐리어 가방을 끌고 승용차에 올라야 했다. A씨는 “단풍놀이요? 보좌관 생활하면서 단풍 구경도 못했습니다. 아내나 자식들이 투정을 할 법도 하지만 이제 그러려니 하면서 아예 남편이나 아빠 취급에서 배제됐죠”라고 한탄했다. 매년 찾아오는 국정감사 기간에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A씨의 하루는 출근해서 피감기관에 전화를 해서 자료를 요청하고, 요청된 자료가 오지 않으면 호통을 치기도 한다. 그리고 요청된 자료를 입수하면 그것을 분석한다. A씨의 책상에는 그야말로 서류뭉치가 쌓이고 쌓였다. A씨는 “저 서류뭉치는 새발의 피입니다. 아직도 요청한 자료가 오지 않아서”라면서 아직도 국감 자료가 덜 왔다는 말을 남겼다. 어떤 피감기관은 국감 하루 전에 보내주는 경우도 있기에 밤새도록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서류들

국정감사 대상기관이 통상적으로 600~700개 정도 된다. 국회의원이 300명이기에 대략 1사람당 2~3개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주로 9~10월 열리게 된다면 보좌진은 7~8월부터 국정감사를 준비한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료는 아무래도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인데 언론보도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일부 보좌진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부 게으른 보좌진은 지난해 지적했던 질문을 통계 숫자 등만 바꿔서 다시 질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고 귀띔했다. 7~8월부터 언론기사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 혹은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통해 입수한 정보 등을 통해 국정감사을 어떤 내용으로 할지 결정을 하게 되면 국정감사가 임박한 시점이 돼서 증인 채택 및 자료 요구를 하게 된다. 때문에 보좌진은 국정감사 실시 1주일 전부터 상당히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한다. 그렇기에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A씨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아내와 자식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까맣게 잊는 경우도 있습니다”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수없이 많은 자료에 파묻혀 살다보면 자신의 생활에 대한 한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시스
ⓒ뉴시스

 

집에는 언제 갈나

국정감사가 본격화되면 살얼음판을 걷는다. 국회의원 수행 보좌관은 국감장에 앉아 있는 국회의원과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감장에 앉아 있는 국회의원이 원하는 질문 내용을 간파해서 의원실로 SOS를 보내면 해당 자료를 찾아서 재빨리 국회의원에게 건네줘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행 보좌관이 해당 자료를 스스로 찾아서 국회의원에게 건네줘야 한다. 따라서 순발력이 생명이면서 피감기관 증인들의 의중을 간파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감장 밖에 있는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을뿐더러 휴대전화 역시 손에서 뗄 수 없다. 그러다 사고라도 터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피곤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A씨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통계가 잘못되거나 문장 하나 문구 하나 잘못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됩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나’라고 질문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나’라고 질문을 작성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일 아닙니까. 그러니 살얼음판입니다”고 언급했다.

새해 타종 소리 울리면 ‘끝’

국회의원 보좌진은 10월 한 달은 자기 생활이 없다고 생각하고 국정감사에 임한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 보좌진은 상시국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600~700개 넘는 피감기관의 1년 생활을 20여일 동안 국정감사를 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결국 ‘수박 겉핥기’가 된다면서 상시국감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라는 것이 결국 행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국정운영을 했는지 감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해 예산안을 심사한다. 그런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감사를 하게 된다면 결국 행정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상시국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A씨는 “국정감사가 정기국회에 몰리다보니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꼼꼼히 들여다보아도 구멍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행정부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상시국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전히 낮잠만 자고 있네요”라고 언급했다. 상시국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상시국감은 여전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국감 끝나고 나면 뭐하냐고요? 새해 예산안 심사 및 법률안 심사 등이 있습니다. 집에 가지도 못하고 국감을 끝내도 보좌진은 쉬지도 못합니다. 또 다시 전투를 준비해야 하니깐요. 눈 내리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고, 새해 타종 소리가 울려 퍼지면 그때서야 좀 한숨 돌릴 수 있겠죠”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