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유형이론 DISC 분석가 이연주 교수
남북-한미정상회담에 온기 도는 북미 비핵화 협상
DISC 분석으로 살펴본 남북미 세 정상의 케미는
北 김정은-美 트럼프 잇는 키맨은 문재인 대통령
의지 있고 끈기 있는 金, 한번의 틀어짐 유의해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이연주 교수 ⓒ투데이신문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이연주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며 잠시 냉각됐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온기가 돌고 있다. 난관에 부딪혔던 비핵화 협상에 다시 활로를 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삼각 케미스트리(인물간의 화학적 반응, 또는 궁합. 이하 케미)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장미대선에서 인간유형이론 DISC를 통해 대권주자들을 분석, 그들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DISC 분석전문가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이연주 교수는 이들의 케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인내하며 판을 끌어가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드러내며 간판을 달고, 김 위원장이 실속을 챙기는 관계”라며 “결국 한반도 번영에 이익이 되는 관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정직성과 미국 내 비판 여론으로 인한 태도 변화, 개인적인 성향과 달리 무조건 기다리고 양보할 수만은 없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상황은 불안요소로 짚었다.

이 교수가 사용한 DISC 분석은 윌리엄 몰튼 마스턴(William Moulton Marston)박사가 인간행동을 이론화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미국 교육기관인 칼슨 러닝(Carson Learning)사와 존 가이어(John Geier)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유형이론이다. 인간을 주도형(D형, Dominance), 사교형(I형, Influence), 안정형(S형, Steadiness), 신중형(C형, Conscientiousness)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일반적 성향과 행동특성, 추구하는 가치, 스트레스 상황의 행동 등을 예측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는 도구다.

본지는 이 교수와 만나 남북미 세 정상의 케미와 이를 통해 살펴본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의 위험요소에 대해 들었다.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南北美, 3국 정상의 케미는

이 교수에 따르면 DISC 이론에서는 인간을 주도, 사교, 안정, 신중형 등 4개 유형으로 나눈다. 여기에 2차 유형을 통해 보다 세밀화한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SC(안정+신중형), 김정은 위원장을 SD(안정+주도형), 트럼프 대통령을 DI(주도+사교형)로 분석했다. 성향을 드러내는 이니셜 중 전자(1차 유형)는 외향적으로 드러나는 행동특성이고, 후자(2차 유형)는 내면적인 성향이다.

먼저 주도형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이들은 반대가 아무리 심해도 결과적으로 뭔가 이뤄낸다. 사교형은 창조적이고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함이 있다. 외향적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적과 아군의 경계가 유연하다. 이들은 이미지와 역할을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존재감과 영향력을 드러내고자 노력한다. 안정형은 화합을 위해 신뢰와 관계를 중시한다. 자신보다 타인에 관심이 많고 그들의 욕구를 살피고 만족시키고자 노력한다. 문제가 생기면 배려와 양보를 통해 협력을 구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끝으로 신중형은 규칙과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과정이 원리원칙에 부합하는지를 따진다.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감정에 영향을 적게 받으며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Q. DISC 분석으로 살펴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도형 중에서도 특히 결과지향형으로 볼 수 있다. 이 유형은 자신감을 강하게 표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할 거라는 가정하에 장난과 유머도 자주 사용한다. 여성에 대한 솔직함이 성추행, 성희롱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이 같은 정서에서 비롯된다. 결과지향형은 상황을 주도하고 간섭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추구하고 욕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했던 TV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같은 설정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설정이다.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힘을 과시할 수 있으며, 자기 존재를 뚜렷하게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본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 쇼에서 말한 ‘You’re fired(넌 해고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방식을 잘 보여준다. 상황을 주도하며, 간섭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타인을 설득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통보하거나 필요한 말을 짧게 표현하면 되고, 격려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택시기사나 노동자와 가장 잘 얘기한다고 표현되는데, 이는 이들과는 논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강하고 간결한 메시지로 그들이 원하는 얘기를 표현해줌으로써 ‘트럼피즘(Trumpism,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주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Q.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약점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행동유형은 타인을 평가할 때 ‘얼마나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본다. 때문에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 빨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트윗을 애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성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주도적인 핵폐기 발언과 이에 대한 실행은 매우 좋은 인상을 줬고, 김 위원장을 자신이 상대해도 좋을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지나칠 경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성급함 또는 승부 근성이 강해 타인의 압력이 가해지는 스트레스 상황인 경우, 미 대선 당시 TV 토론회 때처럼 상대를 공격적으로 대하고 쉽게 적을 만들며, 타인의 권한을 침해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비판받을 때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 같은 경향을 주의할 필요가 있고, 압력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주도형은 반대가 아무리 심해도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배짱이 맞고,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통 큰 결단과 지지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을 경우, 인내심이 없어 바로 상대를 비난하는 태도로 돌변할 수 있다.

지난 9월 20일 평양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20일 평양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Q.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성향인가

김 위원장은 체제유지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도형이라기보다는 약자를 챙기고 인민의 행복을 더 중요한 목적으로 보는 안정형 성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렸을 때, 일본인 요리사에게 ‘다른 나라는 안 그러는데 우리 인민들은 왜 이렇게 가난하고 못사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질문은 그 사람의 욕망을 드러낸다. 인민들의 삶에 관심을 보인 것은 타인의 행복과 안녕을 일차적 목표로 생각한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휴전선을 넘도록 제안하는 장면, 도보다리에서 북한 사진사가 너무 가까이 있자 떨어지라고 손짓하는 모습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손 사용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정이나 태도도 무례하지 않다. 또 남측 예술단과의 기념촬영이나 애육원 기념촬영을 보면 뒷줄 중앙에 사람들에 둘러싸여 포즈를 취한다. 이는 기존 북한 지도자가 맨 앞 중앙에 위치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킨 것과 차별화된다. 사람들과의 스킨십도 자연스러운 편이다. 애육원 영상에서 고개를 숙여 선생님과 원아들의 인사를 받는 모습 등은 안정형이 갖고 있는 따뜻함과 나서지 않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런 김 위원장의 인간적 성향은 백두혈통과 최고 존엄임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사가 몸에 손을 대거나 스킨십에 거리낌 없는 것으로 볼 때, 평소에 친근함을 주고 실제 인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Q. 김 위원장의 성향상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은 안정형 중에서도 탐구자형에 속한다. 이 유형은 기본적으로 침착하고 자제력이 강한 편이다. 김 위원장과 같은 유형은 상황이나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실에 근거한 자료나 신뢰할만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 위원장에 관한 자료가 적지만 유형의 특징으로 볼 때, 이 인물은 훨씬 객관적이고 분석적이며 침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체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설정된 목표를 조용하고 꾸준하게 독자적으로 추진해갈 것으로 판단된다. 탐구자형은 많은 일을 수행해 낼 능력을 갖고 있으며 결단력이 강하고 한번 시작하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유형이다. 이런 판단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이 잘 이뤄지면 향후 북한경제를 안정적인 계획과 실행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부화뇌동하거나 충동적이지 않으며 방탕과는 거리가 먼 의지가 강하고 끈기가 있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 유형은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고집스럽게 목표를 이루는 경향도 있고, 자신의 주장을 잘 바꾸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때문에 한번 틀어지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갈등이 있을 때 속으로 삭이며 상처받은 일을 오래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한 번의 성공적인 관계 맺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Q. 문 대통령의 성향은 어떤가. 또 두 정상과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같은 안정형 그룹으로 서로를 신뢰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 우선주의,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마음,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것에 대해 서로 같은 언어로 얘기하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의심 없이 같은 코드로 교류할 수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메신저가 돼 김 위원장의 언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경우에는 안정형과 주도형은 관계가 좋을 경우 서로 흠모하는 사이다. 주도형이 자기를 드러내며 앞서나가면서 속도와 결과로 승부한다면, 안정형은 그 과정에서 주도형이 놓치거나 간과한 부분을 챙기면서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우호적인 관계를 확보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신뢰한다. 또 2차 유형이 신중형인 문 대통령의 꼼꼼하면서 양심적인 특성을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캐치했을 것으로 본다. 정직성이 낮은 트럼프 대통령은 타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보여주는 자기를 지지하며 서포트하고, 공을 넘기면서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인정해주는 겸손한 모습에 문 대통령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말을 큰 부담이나 적대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트럼프에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키맨이다.

Q. 김 위원장의 경우, 노출빈도가 적다 보니 분석에 필요한 자료들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위원장에 대한 분석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 위원장의 자료는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적은 게 사실이지만, 최근 1~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근거가 될 만한 생생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서울에 오라고 청했을 때, 김 위원장은 “내가 서울에 가서 환영을 받기에는 아직 일을 많이 못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모습, ‘숙소가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우리 도로가 많이 불편하다’와 같은 겸손한 표현 등은 김 위원장이 안정형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또한 백두산에서 문 대통령과 우리 측 수행단의 사진을 직접 찍어주겠다고 발언한 것은 안정형의 서번트(servant, 섬김) 정신을 잘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정권 초기, 권력 세습과 체제 공고화를 위해 고모부와 친형을 제거하는 거칠고 위험한 인물로 각인된 바 있다. 백두혈통을 가진 위대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주도형적인 모습을 본인도 원하고, 그렇게 보이도록 훈련받았다. 그러나 편한 자리에서의 행동이나 말투, 제스처, 스킨십, 표정 등은 안정형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고 외유내강의 인물이며, 지속적으로 북한 주민의 행복과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에서 안정형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제적인 이슈나 특이사항이 없는 한 이를 예측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직성은?

이 교수는 정치인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위한 두 가지 기준으로 DISC 분석과 함께 정직성을 꼽았다. 그는 정직성은 악당과 영웅을 나누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직성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겸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정직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는 △약자에 대한 태도 △살아온 행적 △언행일치 정도가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직성에 대해 상반되는 평가를 내렸다.

Q. DISC 분석에서 정직성은 중요한 요소다. 이들의 정직성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섹스스캔들이나 세금·선거개입 의혹, 여성비하발언, 인종차별문제 등 마키아벨리적인 이중성을 드러내 정직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은 협상의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랑받는 리더를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자유로운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인 역할도 악인 역할도 넘나들고 자신의 말을 바꾸는 데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임에 틀림없다. 김 위원장의 경우, 오랜 적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나면 개인적인 정직성은 딱히 낮다고 표현할만한 사건이 별로 없었다. 고모부와 친형을 제거한 것은 어린 나이에 정권을 장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적을 제거하는 북한 사회의 일종의 전통 내지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이지 않았을까 한다. 그걸 정직성의 단서로 하기에는, 또 잔혹한 성정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매너나 말투, 겸손함이 그런 부분을 상쇄하며 정직성을 보다 높게 보이게 하는 요소로 봤다.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 정직성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다.

Q. DISC 특성으로 살펴본 세 정상의 케미는 어떤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주도형(DI형), 김 위원장(SD형), 문 대통령(SC형)은 안정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모두 D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힘과 권한을 알아보며 인정하는 파트너 관계다. 따라서 서로를 업신여기거나 하대하지 않는다. 또한 트럼프의 I(사교형)의 사교적인 성향과 김정은의 안정형 성향이 잘 어울린다. 원래 사교형과 안정형은 서로 인간적 호감을 느끼고 친밀해지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 흠모하는 관계다. 서로 안정형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성향과 가치를 이해하고 깊은 신뢰를 나눈다. 또한 문 대통령의 C(신중형)는 전문가적 특성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내면적 특성과도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인내하며 판을 끌어가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드러내고 간판을 달며, 김 위원장이 실속을 챙기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전체의 판은 결국 한반도 번영에 이익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역사적 기회라고 본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이연주 교수 ⓒ투데이신문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이연주 교수 ⓒ투데이신문

Q. 세 정상의 케미에서 불안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가장 불안한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정직성과 미국 내 비판 여론이다. 워낙 여론이 안 좋은 상태라 미국이라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이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 행동을 어디까지 용인할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오히려 손해다 싶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장 큰 불안요소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대방이 굴복하는 지점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현재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빅카드를 제시한 것을 보고 더 얻어내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성향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안정형의 특성대로 기다리고 양보하겠지만, 지도자로서 계속 낮은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높다. 그러나 이미 북한 주민 앞에서 핵폐기를 언급한 상황에서 비핵화 방향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핵폐기 방침 유지와 미국과의 우호 관계 유지가 별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의 입장이었다면 더 잔혹하게 김 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힘으로 누르려 할 것이다. 자국 여론을 돌리기 위해 자신이 엄중하게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걸 방편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여론이 이 같은 행동을 제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여론을 트럼프 대통령과 별개로 북한에게 파트너십을 보여야 한다는 쪽으로 돌리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필요한 퍼포먼스가 북한에서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 위원장은 우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계속 국제사회에 보여야 한다.

Q. 문 대통령의 불안요소는 없나

문 대통령은 세 정상 중에서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갈 사람이다. SC형인 문 대통령은 셋 중 가장 고집이 세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옳은 방향, 역사와 민족을 위한 걸어야 하는 길이라 생각하면 아마 자기 몸이 상하거나 지지율이 바닥이라도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셋 중 가장 정세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아무리 흔들고, 설사 지지자들이 등 돌리더라도 문 대통령은 이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건 문 대통령이 스스로나 정권의 운명과 상관없이 민족의 운명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셋 중 가장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게 문 대통령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은 아직 어리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없을 경우에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서 끝까지 견딜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물론 김 위원장도 그리 쉽게 의지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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