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정석기업 통해 경비용역대금 16억원 대납
경비원 및 직원, 강아지 산책‧보일러수리 등에 동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자택 경비용역 비용을 대납했다는 혐의로 5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자택 경비용역 비용을 계열사를 통해 대납했다는 혐의를 받고 5일 서울중앙검에 송치됐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돈을 이용해 자택 경비인력을 동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 회장과 그룹 계열사 정석기업의 원모 사장, 총무팀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진그룹 빌딩에 배치된 것으로 도급계약을 맺은 경비원들이 실제로는 서울 종로구 조 회장 자택에서 근무한 것을 파악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빌딩을 관리하는 계열사로 용역업체 유니에스와 허위 계약을 맺고 경비 인력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비원 24명의 용역대금 16억1000만원을 정석기업이 대신 납부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자택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와 놀이터 공사 등에 쓰인 4000만원도 대신 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이밖에도 경비원들에게 강아지 산책, 배변 정리 등의 일을 시키고 정석기업 직원들을 동원해 자택 모래놀이터 공사, CCTV설치, 보일러 수리 등의 일을 처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갑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같은 정황은 정석기업의 법인계좌에서 유니에스 계좌로 경비 용역대금이 이체 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체화됐다. 경찰은 지난 5월 10일 관련 첩보를 입수한 후 정석기업,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유니에스 등 3곳을 압수수색 했다. 

조 회장은 피의자 소환 조사에서 대납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조 회장이 자금 관리 담당 직원으로부터 ‘사택 경비 용역비’ 내용이 담긴 자금종합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진그룹은 경비용역 비용을 현재 조 회장 개인이 납부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날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올해 5월 초 혹시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미리 정리를 하고 지금은 (조 회장)개인이 경비용역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대납한 금액도 모두 회사에 갚았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은 또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수년 전부터 한 퇴직자가 법원의 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택 앞에서 불법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조 회장에게 위해를 가하려 시도하고 자택 담을 넘는 등 문제가 계속 이어져 회사 차원에서 경호경비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경비인력 배치 배경을 부연했다. 

이어 “경호 인력 운영에 있어 일부 사적인 일을 시키고 자택 시설보수 등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