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국감’ 총수급 증인 실종, 대표급 줄소환…그마저도 출석 거부
‘힘빠진 국감’ 총수급 증인 실종, 대표급 줄소환…그마저도 출석 거부
  • 최병춘 기자
  • 승인 2018.10.0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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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총수 증인 제외, ‘증인신청 실명제’ 등 영향
총수 대신 대표급 실무자 증인, 상임위 줄소환은 여전
일부 상임위 주요 증인 불출석 통보, 깡통 국감 우려
ⓒ뉴시스
지난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업인 증인과 참고인들ⓒ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분위기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 과도한 ‘기업인 죽이기’ 국감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예년에 비해 한 껏 누그러졌다.

국정감사 일정이 다가오면서 증인과 참고인 채택이 속속 마무리되면서 국감장에 소환될 기업인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주요 기업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재벌 총수급 소환은 예년보다 크게 줄면서 명단의 무게는 크게 달라졌다.

누그러진 국감? 증인명단서 사라진 재벌 총수

5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를 비롯해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총 17개 상임위원회 상당수가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확정했다.

이중 기업인들의 이름도 상당수 포함됐다. 하지만 매년 증인 신청 명단에 단골로 언급되던 주요 기업의 총수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국감 증인 중 재계 총수급으로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최정우 포스코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정우현 MP그룹 前 회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는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환노위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앞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신청헀지만 결국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 단계로 넘어간 노조 와해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구 회장 또한 최근 LG그룹이 증여세 탈루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증인 채택 가능성이 점쳐졌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또한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오너일가 갑질 사태로 국감 출석 여부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들 총수를 대신해 기업 대표 또는 본부장급 실무자가 국감장 증인으로 채워졌다.

재벌 총수 소환의 선두에 섰던 정무위가 지난 1일 전체회의에서 채택한 총 44명 규모의 증인 명단 중 재벌 총수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박현종 BHC 회장을 제외하면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박현종 BHC 회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정도가 눈에 띈다. 대부분 전문경영인이고 BHC도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박 회장을 오너로 보긴 힘들다.

농해수위에서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관련 민간기업의 기부실적 저조와 관련해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서경석 현대자동차그룹 전무,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 등 주요기업 대표급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과방위에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통 3사 수장들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산자위는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와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환노위는 조윤성 GS리테일 대표,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현대자동차나 삼성화재 등 주요 대기업의 경우도 그룹 총수 대신 본부장급 실무진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형평성 논란, 출석 거부로 무력화 우려↑ 

총수급 소환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데에는 지난해 도입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기업인 증인 소환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한 ‘증인 신청 실명제’는 증인 신청 이유와 국정감사 관련성 등을 적은 신청서를 소속 상임위원장에게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국회 정무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 여야 간사들이 올해부터 적용한 ‘대기업 총수 증인신청 최소화’ 방침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줄세우기식’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효적으로 국감을 운영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벌 총수 소환은 줄었지만 주요 대기업 대표들의 ‘줄소환’은 여전해 재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또 IT나 유통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오너 등은 여전히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형평성 논란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앞서 이재용, 구광모, 최태원 회장의 경우 농식품위와 국토교통위에서 방북을 이유로 증인 채택에 대한 의견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채택된 증인들 마저 출석 거부의사를 내비쳐 자칫 국감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증인 불출석 통지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의사를 과방위에 전달했다. 특히 LG전자와 카카오도 출석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의장과 더불어 총수급 증인으로 꼽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매년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해온 것을 감안하면 올해 국감에서도 불출석이 예상된다.

과방위 의원들은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고발 등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국감 불출석에 따른 벌금형이 실효성이 낮아 국감장에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