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현 칼럼니스트
▲ 김종현 칼럼니스트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정부의 기밀 문서가 동의없이 유출되어 공개됐다. 현직 국회의원에 의해서. 심재철 의원이 재정분석시스템에서 비인가 행정정보를 100만여건 다운로드 받은 것이 논란이다. 몇 가지 짚어야 할 게 있다.

우선 그의 행위가 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단순히 법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국민의 심복인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경로로든지 일반 시민이 접할 수 없는 정부의 고수준 정보에 최초 접촉할 수 있었고, 하필 그 정보가 나라와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는 확신이 들었다면, 설령 현행법에 의해 처벌의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리에 따른 검토와 동시에 의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법을 만들고 지키는 것은 그 법이 우리의 안전과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최후의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법의 제정은 구성원의 행동을 금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것에 있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하위의 목표로서 이에 반하는 행위들에 대한 금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법 취지에 어긋나는 어떤 사안을 발견하였을 때, 이의 폭로를 몇몇 법조항이 가로막고 있다고 해서 묻어 두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공동체에 대한 배임행위이다. 궁극적으론 법 제정의 취지에 대한 반발이 된다. 우리 법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한 폭로에 길을 터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물며 입법부에 속하여 정부의 국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때문에 오류에 의한 접근으로 정보가 노출된 뒤에도 고의로 계속해서 정보 열람을 한 이유가 공익 때문이라면 이를 마냥 비판할 수 없다. 아마 심 의원도 이를 논리적 방패로 여길 것이다. 때문에 진짜 중요한 건, 그 정보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반하는 게 분명하다 여긴 확신의 여부다.

이 부분, 그렇다면 심 의원이 확신을 갖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가 우리가 짚어야 할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일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 그는 자당 내 동료의원들과 긴밀히 공조하여 사실확인을 위한 당 차원의 본격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듯하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조차 너무 성급하다는 말이 나왔다. 또한 청와대의 세부 반론을 보면 심 의원은 자료에 대한 교차검증도 상당히 미흡했다.

게다가 정부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국회의원이라면 안보의 공공성 때문에라도 보안문제까지 함께 비판점으로 삼아야 할 텐데 그는 그리 하지 않았다. 물론 보안 상의 헛점을 모르는 채로 있었다는 것은 정부가 비판 받아야 할 점이다. 공익의 관점에서 분명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심의원은 오히려 보안 구멍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어쩌다 보니' 정도로 갈음하는 선에서 그치고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 덕에 정부는 열람과 취득의 불법성을 주로 비판하느라 보안상의 문제점을 어느정도 빗겨 가고 있다.

때문에 감사원에 업무추진비 감사 요청까지 하는 기재부의 태도에 견주어 볼 때, 국회의원인 그에게선 이번 사안을 다룸에 있어 공익의 관점 보다 도구로서의 가치라는 시각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세간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당장 SNS여론도 그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심 의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통신망에 무단으로 들어가서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이라면, 이렇듯 국가의 안전에 대한 본질 대신 흠집내기에만 치중하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철학이 정치적 의지가 되어 비판의 날을 더욱 꼼꼼히 벼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 정권의 자금 유용에 관한 여러 비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전 여당 출신 의원으로서 이렇듯 의도가 모호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모종의 정략적 이유 때문에 이번 폭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건수를 잡았다는 흥분과 약간의 추정 그리고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듯 하다. 이런 정치뉴스들을 보면서 늘 느끼듯, 지금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의원 개인의 공명심이라는 욕망을 위해 시민의 공공재가 도구로 전락하는 현상이다. 그런 게 정치의 주효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게 법의 취지인 것처럼,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도모토록 하려는 게 의원제의 취지다. 만약 그러한 취지에 걸맞지 않게 단지 정치인으로서의 욕망 때문에 정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면 세비를 받는 그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허투루 사용하는 게 된다.

법을 어겼기 때문에 문제인 게 아니다. 법을 어기면서도 추구하려던 게 무엇이었냐는 의혹 때문에, 국회의원인 그는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에게 배임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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