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지도부, 유기적 관계보다는 독자 플레이
당정청은 일치단결해 오히려 공세 펼치고 있어
심재철 논란 장기화에 따른 새해 예산안 타격
국정감사 이슈 파묻히면서 의원들 고민은 깊어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예산 정보 유출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청와대와의 전면전에서 실패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오히려 정기국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심재철 의원 논란에 대한 당의 대응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당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심 의원과 당 지도부가 따로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이 실시됐던 지난달 21일만 해도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정기관이 의원실을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당협위원장 일괄사퇴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로 인해 촉발될 당내 불만을 외부 세력을 통해 봉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정부를 향해 보다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하면서 당내 결속을 다졌다. 자유한국당과 심 의원은 해킹이 아니라 정당한 의정활동이었다면서 압수수색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곧바로 청와대 업무추진비 등을 잇달아 폭로했다. 자유한국당은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정당한 의정활동에 대한, 또 야당 탄압으로 몰아가면서 정국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도권 놓친 당 지도부

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심 의원 논란이 별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은 오히려 비공개 예산 정보 유출의 불법성만 강조됐고, 지난 2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심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는 그 파장이 약했다.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이 정국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부여당, 청와대는 유기적으로 자유한국당과 심 의원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오히려 공세를 펼친 반면, 자유한국당의 대응은 그야말로 ‘따로국밥’이었다. 당 지도부와 심 의원은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당초 김성태 원내대표와 심 의원은 6.13 지방선거 책임론을 놓고 갈등을 보였다. 지난 7월 1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심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게 지방선거 책임론을 제기했고,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이른바 누드 검색 논란에 휩싸였던 심 의원을 두둔해줬고, 그가 국회 부의장을 하면서 특수활동비를 받았는데 밥 한번 사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같은 김 원내대표와 심 의원의 감정적 갈등은 이번 사태에 유기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태 책임론도 제기

심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심야와 공휴일에 주점 등에 사용됐다면서 공세를 펴자, 청와대는 이에 일일이 반박했고, 정부는 검찰 수사를 의뢰 의사를, 여당은 ‘불법성’을 강조하는 등 유기적으로 대응했다. 반면 심 의원의 폭로 공세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별다른 연계책을 내놓지 못했다. 당은 오히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면서 심 의원은 단독 플레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김 원내대표가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원내 대응 전략을 훌륭하게 구사할 인물을 원내대표에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다른 의원들은 심 의원 논란 때문에 정기국회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심 의원 논란이 자유한국당을 옥죌 것이라는 지적이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피감기관이 득세하고 여권이 받쳐 주니 가뜩이나 예산 증액 확보가 절실한 대구·경북은 또 패싱 우려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심 의원 논란이 장기화되면 새해 예산안 정국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오는 10일부터 국정감사가 이뤄지고, 11월 1일부터 새해 예산안 심사가 진행된다. 국정감사에서 야권은 주도권을 쥐고 행정부를 견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안 심사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문제는 심 의원의 비인가 자료 유출 논란이 불법성에 초점을 맞춰 흐르면서 피감기관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료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의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면 자료 등급을 철저하게 따지면서 보다 까다롭게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국정감사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야당의 행정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새해 예산안 심사에도 야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유한국당 출구전략은

이에 자유한국당은 심 의원 논란과 관련해 출구전략을 세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일찌감치 끝내고 국정감사에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당내 불만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가 엄청난 한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별다른 것이 없으면서 심 의원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 이슈를 생산하고 전파해야 하는데, 심 의원 논란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초조하다. 매일 국정감사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치부 기자들은 심 의원 논란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정감사 이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심 의원 논란을 하루라도 빨리 접고 국정감사로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이끌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 논란만 계속 제기되면서 새해 예산안 심사마저 큰 타격을 입으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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