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했던 보장성 보험 부진, 영업실적 악화 지속
새 회계기준 대비 체질개선 무색, 경영능력 의문
중앙회 납부 명칭사용료, 금감원 권고 불구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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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이사(오른쪽)가 올해 5월 출시한 보장성보험인 ‘9988NH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모습ⓒ전남농협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NH농협생명(이하 농협생명) 서기봉 대표가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비해 중장기적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좀처럼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명칭사용료는 금융당국의 감축 권고에도 불구하고 늘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영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재무건정성도 악화되고 있다.

농협생명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연결기준)은 501억원으로 전년 657억원 보다 23.7%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178억원에서 1022억원으로 13.2%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6년과 영업이익 2108억원에서 2017년 1716억원으로, 당기순익도 1545억원에서 854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7.9% 증가한 8598억원을 기록,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 순이익이 7조8323억원으로 전년대비 33% 증가하는 흐름과도 역행하고 있다.

보장성보험 동반 부진, 서기봉 대표 체질개선 전략 ‘위태’

실적이 하락으로 기업 재무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협생명의 ROA는 0.15%, ROE는 2.48%로 전년 대비 0.07%p, 1.13%p씩 감소했다. 지난 2016년도에 비해서는 0.08%p 1.13%p 줄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전반적인 보험시장이 악화된 그것뿐 아니라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상품 운용에 집중하는 전략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단기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탓이다.

농협생명은 새로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늘리는 체질 개선 작업에 주력해왔다.

저축성보험의 매출은 2012년 도입되는 IFRS17에서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아지면 자본건전성 지표도 취약해진다. 이에 현재 많은 생보사들은 이를 대비해 보장성 판매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이 높았던 농협생명도 보장성 보험 확대가 불가피했다.

이에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은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입은 1조28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축소했고 비대면채널인 텔레마케팅(TM)도 74억원으로 전년 대비 48%나 줄였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저축성 보험 초회보험료는 5548억 6100만원으로 전년대비 27.26% 감소했다.

저축성 보험 비중 축소로 초회보험료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크게 저하된 것이다.

여기에 이를 보완해 줘야 할 보장성 보험도 동반 부진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 또한 1581억1800만원으로 전년도 보다 15.79% 감소했다.

농협은행과 지역 농축협의 방카슈랑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계약 매출은 도리어 역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농협생명 측은 단기적인 손실일 뿐 기업 재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장성 보험의 경우 완납 비중이 높은 저축성 보험과 달리 연납 보험료 규모가 작아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 힘든 구조로 단기 순이익은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며 “새 회계기준을 대비한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중장기 체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악화한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회사의 체질개선을 경영 화두로 내걸었던 서기봉 대표의 경영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임 2년 차 맞이한 서기봉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 후 줄곧 회사의 체질개선을 강조해왔다. 보장성 보험 확대에 방점을 찍고 온라인보험 시장 진출이나 인슈테크(보험기술) 서비스 확대 등 적극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대만큼 실적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적 떨어졌는데 중앙회 납부 지출은 늘려

게다가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중에도 농협중앙회로 납부하고 있는 명칭사용료는 늘려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농업지원사업비로 이름이 바뀐 명칭사용료는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자회사들로부터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농협생명이 당기순이익보다 지출하는 명칭사용료 규모가 커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NH농협생명이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는 최근 3년간 매출액 평균 기준 2.45%에 달했다. 농협새명이 낸 명칭사용료는 2014년 288억원, 2015년 302억원, 2016년 496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7년에는 금감원 권고에도 526억원으로 더 올렸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14억 원으로 작년 반기 금액이 263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총액은 작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는 과거 3개년간 실적을 고려해 계열사별로 편성하는 것으로 그간 자산과 순익 증가로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로 농협생명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라며 “순익대비 규모가 크다는 금감원 지적에 따라 주주 배당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해 재무부담을 축소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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