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김정은, 3시간 30분 면담…비핵화 상응 조치
제2차 북미정상회담 현실화,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과연
종전선언 부담감 느낀 미국, 제재 완화로 전환하나
제재 완화 따른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文 정부 고민

지난 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면담 장면 ⓒ뉴시스
지난 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면담 장면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면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가 재개됐다. 이번 면담의 성과는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는 점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따른 사찰을 허용하고, 미국이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차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는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이날 면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따른 사찰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보다 진전된 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통역만 배석한 채 3시간 30분 동안 접견했다. 이 접견에서 핵실험장 폐쇄 시찰이 언급됐다는 것은 보다 진전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 5월 24일 북한은 국내 언론과 미국 언론 등이 배석한 상태에서 핵실험장 폐쇄를 단행했다. 하지만 미국 내 대북 강경파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 핵실험장 폐기를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미국 정부의 사찰단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풍계리 사찰 허용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용도임과 동시에 미국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는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특히 빠른 시일 내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을 논의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불가역적이고 영원한 정권 안전 보장’의 첫 번째 단추로 생각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도 연내 종전선언을 가장 바라고 있다. 종전선언이 이뤄져야만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 전에 남북경협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보수층의 반발이 분명하기에 종전선언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그동안의 모습을 볼 때 연내 종전선언이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 목소리가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종전선언을 선뜻 허용한다면 자국 내 정치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 등을 보이면서 미국을 향해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미국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찰단 방북을 허용한다고 해서 과연 미국 내 대북 강경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종전선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면 자국 내 역풍이 불가피하다.

지난 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면담 장면 ⓒ뉴시스
지난 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면담 장면 ⓒ뉴시스

종전선언 시급하지 않은 미국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 내 정치적 타격이 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보다는 다른 쪽의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중 하나로 떠오르는 유력한 대안이 바로 ‘제재 완화’다. 북한의 입장에서 종전선언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 교류·협력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특히 남북 경협을 가장 요구하고 있다. 제재 완화는 정치적 선언으로 포장되지 않을 수도 있고, 유엔 안보리에서 하는 것이기에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정치적 부담을 상당히 덜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재 완화에 다른 경제적 부담 역시 문재인 정부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제재 완화라는 상응 조치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한발짝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느냐를 다시 테스트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에게 종전선언은 ‘출발점’이 아니라 ‘종착점’이 되는 셈이다. 북한은 물론 종전선언을 ‘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북한의 입장에서도 굳이 종전선언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도 제재 완화를 통해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인다면 굳이 종전선언에 방점을 찍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자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론을 통해 비핵화의 시계를 굳이 빠르게 전개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굳이 종전선언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국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제재 완화 쪽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역시 제재 완화를 한다면 굳이 종전선언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해 보인다. 보수 야당이 종전선언 없이 남북 경협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신뢰를 어떤 식으로 담보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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