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5억4000만원의 금품 수수, 22명 중징계
퇴근길, 회식 후에 성추행 발생해 해임 및 파면
건설현장 안전사고도 지적돼…5년여간 1397명 사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위 징계와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국정감사 이슈로 떠올랐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위 징계와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국정감사 이슈로 떠올랐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국회의원들이 LH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통해 뇌물수수부터 성추행, 건설현장 안전관리 부실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 직원들은 최근 3년간 약 5억4000만원의 뇌물을 챙겼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9월까지 75명의 직원들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중 22명의 직원에게는 해임‧파면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금품이나 대가를 받아 챙기는 경우도 다양했다. 직원 A는 ‘임차권 양도 실태조사’ 시기를 사전에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알려주는 대가로 1억4400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직원 B는 물품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업체의 편의를 봐줘 7500만원을 수수했다. 건설현장의 가설식당 운영권 취득을 돕고 3792만원을 챙긴 직원도 있었다. 

성추행에 따른 징계도 확인됐다.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 중 3명이 성추행 건으로 해임 및 파면됐다. 범행 내용을 보면 직원 C는 학회에 참석해 외부 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새벽에 피해자의 방에 들어가 추행을 저질렀다. 이밖에 피해자의 집에 동행하면서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부서 회식 후 귀갓길에 성추행을 자행한 직원의 사례도 드러났다. 

LH의 비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부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LH는 내부 기강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징계 대상자는 ▲2015년 17건 ▲2016년 11건 ▲2017년 21건 ▲2018년 26건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박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된 대부분이 시공에 직접 관여하는 협력업체들이다”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건물 입주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LH의 공직기강 재확립을 위해 철저한 감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LH로부터 확보한 ‘건설현장 안전사고 발생 내역’을 통해 지난 5년여간 건설현장 안전사고로 부상자 1339명, 사망자 58명 등 총 139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매년 평균 248명이 다치고 11명이 죽은 수준으로 LH의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이 비체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고유형별로는 추락사고 사상자가 40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넘어짐 사고가 256명으로 뒤를 이었다.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단 및 베임‧찔림 사고 피해자도 100명이나 됐다. 

지역별 사상자는 경기가 6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종 84명 ▲인천 80명 ▲서울 79명 ▲경남 57명 ▲강원·경북 56명 ▲충남 55명 ▲대구 53명 ▲부산 49명 ▲전남 40명 ▲전북 37명 ▲대전 34명 ▲충북 31명 ▲광주 24명 ▲울산 16명 ▲제주 11명 순으로 이어졌다.

사고원인은 2016년부터 집계됐는데 건축물‧구조물로 인해 258명이 사고에 휘말렸으며 부품 및 부속물로 79명, 설비 및 기계로 7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건설현장에서 더 이상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LH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 검토하고 현장 안전 관리감독 인력을 더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사자인 LH는 10일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징계현황 및 안전사고발생의 사실관계는 맞지만 보이는 그대로 비위나 안전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2017년부터 인력이 증원되면서 직원이 6000여명에서 8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징계 수가 늘어난 데에는 직원이 증가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며 “징계 내용도 해임‧파면 등의 중징계는 줄고 견책 등 경징계가 늘어난 만큼 과거에 비해 비위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LH의 공사현장은 공공기관 전체의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통계상 재해자수는 많지만 재해율은 0.40%로 공공기관 평균 0.46%와 건설업 전체 평균 0.82%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며 “올해부터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본사에 안전조직을 신설하는 등 더욱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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