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출범, 범보수 단일대오 형성하나
조강특위 출범, 당협위원장 교체는 새로운 기회 마련
범보수의 정계개편, 선거법 개정 여부에 달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분당 기로에 놓여있어
범여권 정계개편은 쉽지 않아…민주당은 팔짱만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전원책 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전원책 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범보수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때문에 오는 12월 이후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며 야당발 정계개편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야당발 정계개편의 핵심 변수는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 교체다. 반면 범여권 정계개편의 경우에는 지역위원장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야당발 정계개편의 핵심 변수는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 교체다. 이미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당협위원장 231명의 일괄 사퇴를 받았고, 지난 11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당협위원장 자격심사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TK(대구·경북) 절반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들에게는 이러다가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오고 있다. 인적 쇄신 바람이 자유한국당을 강타할 경우, 자신들의 운명이 어찌 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조강특위 활동에 대해 ‘인적 쇄신’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의 영입’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조강특위의 사실상 전권을 맡고 있는 전원책 위원도 “저희가 꿈꾸는 게 보수의 단일대오고, 그러려면 가급적 의견을 많이 수렴해야 한다”며 인적 쇄신보다 새로운 인물을 유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당협위원장의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협위원장이 교체된다는 것은 범보수 야당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위원이 ‘보수의 단일대오’를 얘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의 활동시한은 내년 2월까지다. 즉, 내년 2월 전당대회 이전에 당협위원장 교체를 완료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이 새롭게 탄생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인적 쇄신이기 때문에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로 열린 기회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 교체로 다른 보수야당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아무래도 소수야당의 지역위원장으로 차기 총선 공천을 받는 것보다는 제1야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며 당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다른 보수야당이 자유한국당의 인적 교체 시기에 눈길이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바른미래당 소속 보수 인사들은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 교체 시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은 과거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이 만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일부가 통합해 만든 정당이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경우, 이미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그에 대한 명분도 사라진 셈이고, 자유한국당이 인적 쇄신을 단행한다면 굳이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보다 넓은 바다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면서 헤엄을 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최근 유승민 전 대표의 탈당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유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친유승민계 의원들, 즉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염원하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안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바른미래당으로서도 2020년 총선을 치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겠지만,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소수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바닥을 치고 있으며, 지지율 역시 답보상태다. 여기에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기에 바른미래당 소속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자유한국당이 조강특위를 꾸려 당협위원장의 대대적 교체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정당 출신 인사가 복당해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차기 총선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셈이다. 따라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자유한국당 복당에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 불씨를 당기는 것은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로서는 가장 골치 아픈 이슈 중 하나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 사안이 아니며,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 처리하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즉, 그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떠넘김으로써 당내 갈등을 봉합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놓고 바른미래당 내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보수파와 비준해야 한다는 진보파로 나뉘어 갈등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반대파는 손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추후에 분당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 대표로서는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를 놓고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놓치게 되면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더 이상 바른미래당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분당할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에게는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라는 명분과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라는 실리가 모두 갖춰지는 셈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왼쪽부터) 공동대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겸 서울시장 선대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수락 기자회견에 앞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왼쪽부터) 공동대표,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겸 서울시장 선대위원장,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수락 기자회견에 앞서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판문점 선언 비준 논란, 바른미래당 운명은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보수통합전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물론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턱도 없는 소리’라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보수통합전대는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통합전대는 당협위원장의 통합을 의미하고, 이는 곧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전대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 중 일부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인사들이기에 보수통합전대를 하게 될 경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좁아지게 된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분당 사태를 일으키게 된다면,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둘로 확실하게 쪼개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현재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경우, 안 전 대표가 독일로 떠나면서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친안철수계인 이들은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안 전 대표를 버리고 평화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당 출신들로서는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분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다면,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서는 평화당과의 통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 상당수가 친안철수계이고, 안 전 대표와 평화당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복귀가 언제 이뤄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를 버리고 평화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야말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는 내일의 적이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보수야당발 정계개편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정계개편이 지금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정감사 일정과 새해 예산안 심사 일정 등을 감안할 경우, 빨라도 오는 12월이나 돼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또한 선거법 개정 여부가 이번 정계개편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12월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와 함께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와 함께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계개편 시큰둥한 민주당

범보수발 정계개편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범여권발 정계개편 여부도 관심사다. 하지만 범여권발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계개편을 할 이유가 없다. 정계개편은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빠진 정당이 타개책 중 하나로 선택하는 사항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현재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기 때문에 굳이 정계개편을 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감정싸움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당시 현재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을 만든 세력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친문 지지층은 분노했고, 대거 당원으로 가입하면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이 됐다. 현재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70만명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친문 지지층이다. 이들은 범여권 통합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국민의당 출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출신을 받아들이면 나중에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이들은 또다시 분당을 감행할 것이기에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이제 정계은퇴를 해야 할 사람으로 낙인찍고 있다. 따라서 범여권 정계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범여권발 정계개편이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지역위원장 교체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역위원장을 선임한 상태로, 당분간 지역위원장 교체는 없다. 이런 상태에서 범여권 통합을 추진한다면 순순히 지역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지역위원장은 없다. 민주당은 다른 정당과 달리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해 권리당원 등의 힘이 막강하다. 이들 권리당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지역위원장이다. 따라서 지역위원장에 당선되면 사실상 공천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역위원장 자리를 순순히 내주면서 범여권 통합을 이뤄낼 순진한 지역위원장은 없다. 당연히 범여권 통합을 추진한다면 크게 반발할 것이 눈에 뻔하다. 당 지도부로서도 이들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굳이 범여권발 정계개편을 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범여권 정계개편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범보수 정계개편이 가장 유력한 상황에서 문제는 ‘차기 대권 주자’의 출현이다. 우리나라 정당 시스템은 인물 위주로 재편되기 때문에 범보수의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출현할 경우, 범보수 정계개편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범보수 차기 대권 주자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파급력이 범여권 대권 주자에 비해 약하다는 점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총리였다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고, 홍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과 6.13 지방선거 참패 기록을 갖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지난 총선 참패의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보수 차기 대권 주자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범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인물은 이낙연 국무총리다. 따라서 이 총리를 견제할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를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범보수의 통합은 고질적인 친박과 친이의 계파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들의 갈등이 결국 오늘날 범보수의 분열을 낳았기에 감정적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해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던 복당파도 한동안 괄시를 받았다는 점에서 범보수 통합을 한다고 해도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지역 인적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범보수 통합은 쉽지 않다. 범보수 통합의 핵심은 대구·경북의 인적 물갈이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개혁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거세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의 활동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인적 청산을 이뤄낼 수 있느냐가 범보수발 정계개편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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