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 지점장 금고탈취 사건 축소‧은폐 논란
은행 “개인일탈” 시스템 개선 등 후속대책은 아직
휴면계좌 잔액 지방은행 최다…고객자금 관리 허술
최고수준 대출금리 실적 급등, 서민금융 역할 외면

전북은행 전경ⓒ
ⓒ전북은행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전북은행(은행장 임용택)에서 지점장이 고객 돈을 가로채는 사건이 벌어졌다. 금융기관으로서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은행은 개인의 범죄로 규정, 별다른 시스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휴면계좌 최고액 보유, 끊임없는 고금리 지적이 거듭되면서 서민 고객의 기대와는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지점장 돈 훔쳤는데 신고도 안 해…무너진 신뢰

전북은행 지점장이 고객 돈에 손을 대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를 관리해야할 은행마저 사건 발생 이후 경찰에 신고조차 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경찰과 전북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북은행 익산의 한 지점 금고에서 보관하던 시재금 중 5000만원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전북은행이 사건 발생 직후 금고 출납담당과 직원과 지점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지점 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범인은 해당 지점의 지점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지점장은 휴가가기 전날 쇼핑백에 돈을 챙긴 뒤 은행을 빠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북은행은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여가 지나가는데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전북은행의 신고가 늦어지면서 전북경찰청은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지점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북은행 측은 자체 조사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을 뿐 은폐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재금을 맞춰보고 CCTV 분석하는 등 은행 내부적으로 사건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지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북은행은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하고 지난 11일 대기발령 중이던 지점장 A씨를 인사위원회를 열어 면직 처분을 내리는 등 사건 수습에 나섰다.

지점장의 절도 사건으로 전북은행의 직원 관리 및 보안 시스템에 대한 부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예치된 고객 자금 관리의 최전선에 있는 지점장에 대한 견제 및 안전 시스템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전북은행은 사건 당사자인 지점장 징계 이외에 시스템 개선 등 보완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개인이 마음먹고 저지른 일이라 저희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징계 이후 이의제기 절차도 남아 있고 수사도 진행 중이라 현 남아있어 앞으로 (보완대책 등)진행과정에 대해서는 말씀드릴게 없다”고 밝혔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뉴시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뉴시스

안돌려준 고객 돈 최다, 서민 외면한 고금리 대출

여기에 전북은행 휴면계좌 잔액이 지방 시중은행 중 최고인 것으로 드러나 부실한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별 휴면계좌 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34억45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방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가장 적은 제주은행의 5000만원과는 무려 6배가 많은 금액이다. 특히 전북은행은 10년 이상~15년 미만의 장기 휴면계좌 잔액이 17억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고객이 잊고 있는 예금을 알리고 돌려줘야함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병욱 의원은 “은행들은 고객이 자신의 예금을 깜박 잊거나 사고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장기 휴면계좌의 존재 사실과 예금 잔액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북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도 높은 금리를 유지, 부실한 고객 예금 관리완 달리 자사 수익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4대 은행보다 지방은행의 금리가 높은 편이라지만 전북은행의 서민 대출 분야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북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32%였다. 이는 시중은행 최고 평균금리를 기록한 한국씨티은행 6.68%에 이어 2위다. 최저인 평균금리인 3.78%와도 차이가 크다. 신용대출의 경우 저금리 중심으로 짜여진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가중되는 이자 부담이 크다. 게다가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서민계층의 부실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전북은행의 이 같은 고금리 행보는 유독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9월 기준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행가 적용한 가산금리는 4.33%로 한국씨티은행(5.03%)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여타 시중은행이 2~3%대 수준인 반면 JB금융지주 계열인 광주은행(4.17%)과 함께 4%대가 넘는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정체계조차 불투명한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고금리를 부과하고 손쉽게 수익을 얻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는 대목이다.

실제로 전북은행의 실적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9.4%가 오른 562억에 달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기자본률도 1분기 말(3월)에 비해 0.78%p 상승한 14.14%를 기록했다. 상승률로만 보면 전국 17개 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 제외) 중 1위에 해당한다. 전국평균 상승률 0.30%p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계열인 광주은행도 전년동기대비 7.9% 증가한 907억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수익이 커지면서 JB금융지주도 실적도 늘었다. JB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연결기준) 매출액은 8.4%,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13.8%, 당기순이익은 12.3% 늘었다.

JB금융은 승승장구, 김한 회장 

최근 전북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의 성장 중심의 경영 성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전북은행장에 부임한 뒤 2013년 JB금융지주 회장이 되기까지 광주은행의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최근에는 수도권 진출과 증권사 인수까지 노리는 몸집 불리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서의 공공성에 대한 의심은 줄곧 이어져 왔다. 더욱이 JB금융지주는 금산분리 원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금산분리법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는 원칙으로, 기업들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으로는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로 제한하고 있다. JB금융지주의 대주주는 삼양그룹(삼양사)으로 지분 8.39% 보유하고 있다. 기준에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법적 제재 대상에서는 벗어났지만 기업이 소유한 은행이라는 인식을 지우긴 힘들다. 이는 자칫 은행이 수익성 제고에만 집중할 경우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오해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 회장은 대주주인 삼양그룹 오너일가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김 회장은 창업주 김연수 전 회장 차남의 외아들로, 김윤 삼양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김 회장은 빠른 속도로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황제경영’이라는 반갑지 않은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김 회장은 겸임하던 광주은행장과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최근 겸직하던 광주은행장도 분리 인사하면서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임원 인사 때마다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적인 성장만큼이나 금융 공공성 강화와 내부 단속을 통한 신뢰 회복 등을 깊게 고민 필요한 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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