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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땅을 교환하기로 계약하고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가 준비됐다는 통지를 받은 뒤 교환 대상인 자신의 땅에 지역권을 설정했다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7일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소유한 인천 강화군의 토지를 피해자 소유의 토지 일부와 교환하기로 계약한 뒤 자신의 토지를 임의로 분할해 그 일부에 도로를 개설하고 지역권을 설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역권은 소유권이 없는 자가 제한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보통 일정한 목적을 위해 타인의 토지를 자기 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를 말한다. 물을 끌어오기 위해 타인의 땅을 이용하거나 조망을 가리는 건출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당시 피해자는 교환 계약을 토대로 소유권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에게 맡긴 뒤 박씨에게 이를 찾아가라고 알렸다. 그러나 박씨는 피해자에게 통지를 받고도 해당 토지에 대한 지역권 설정 등기를 강행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교환이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에게 맡기고 상대방에게 알린 경우 매매에서 중도금을 지급한 것과 같이 계약을 본격적으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씨가 지역권을 설정한 것은 피해자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각자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교환하는 계약으로, 양자 사이에 고도의 신임관계가 전제돼야 할 뿐 아니라 지역권 설정 등기 당시 교환계약이 상당히 이행돼 박씨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배임죄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소유권 이전등기를 이전해 줄 의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며 그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제공한 것만으로 박씨의 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전환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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