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지난 대선 경선 언급하며 후회 언급한 李
최근 불거진 의혹이 지난 대선 때문이라는 속내 비쳐
전해철, 혜경궁 김씨 고발 취하…친문과의 화해 시도?
감정의 골 깊어진 친문 지지층, 쉽게 봉합은 어려울 듯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영화배우 김부선씨와 법적공방 과정에서 논란이 된 ‘신체부위 큰 점’에 대한 검증을 받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영화배우 김부선씨와 법적공방 과정에서 논란이 된 ‘신체부위 큰 점’에 대한 검증을 받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6일 느닷없이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 지사가 친문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13 지방선거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누구인지를 놓고 고발한 사건을 취하하는 등 이 지사와 친문 사이에 묘한 기류가 오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이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쟁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문 대통령을 너무 공격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경선토론회 등을 살펴보면 이 지사와 문 대통령 사이 다소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갔다. 이 지사는 당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실 우리 문 후보님 자꾸 말이 바뀌지 않나. 주요 국가 현안에서 뚜렷한 자기 생각이 없으신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고 공격했다. 또한 재벌 해체에 대해서는 “재벌 해체를 강력하게 말씀하셨다가 재벌 해제 말한 적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나. 말을 누가 바꾸느냐는 것은 국민들이 다 평가하는 것”이라면서 “재벌 혹은 기득권자에게 유연하신 것 아닌가. 그래서 결국 재벌 기득권에 편향돼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친문 지지층은 이 지사를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선 본선도 아니고, 경선에서 굳이 같은 진영 후보를 깎아내리면서까지 네거티브 전략을 짤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 친문 지지층의 지적이었다. 결국 친문 지지층은 이 지사의 지지층인 ‘손가혁(손가락혁명군)’과 다투게 됐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이 지사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친문 지지층이 발 벗고 나서 이 지사를 공격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이 지사의 지지층과 친문 지지층의 감정적 싸움은 민주당의 큰 숙제 중 하나가 됐다.

민주당의 오랜 숙제

이런 가운데 최근 이 지사가 친문과 화해를 시도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언급하며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선을 넘은 것이 지금 내가 겪는 일의 원인이 된 것 같다”며 “내가 싸가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간 형수 욕설 논란을 비롯해 조폭 연루설, 친형 정신병원 감금설, 배우 김부선씨와의 불륜설 등의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사실 이 지사의 의혹들은 보수 진영에서 제기했기보다는 친문 지지층에 의해 증폭된 측면이 강하다. 지난 6.13 지선에서 이 지사는 여러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오히려 보수 진영보다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혜경궁 김씨 논란도 친문 지지층에서 제기한 측면이 강하다. 더욱이 이 지사를 두둔하는 유명인사라도 나타난다면 친문 지지층은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이면서 이들에게까지 공격을 가했다.

이 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자제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봤을 때 선을 넘었던 거 같다”며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고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 후과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지사의 인터뷰는 정치권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느닷없이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친문과 화해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가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친문과 굳이 대척점을 둘 이유는 없기 때문에 화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4인이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 예비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문재인 전 대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뉴시스
지난해 3월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4인이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 예비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문재인 전 대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뉴시스

화해의 손 내민 이재명

이런 가운데 지난 6.13 지선 당시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상대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최근 ‘혜경궁 김씨’에 대한 고발을 전격 취하했다. 경선 당시 전 의원은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를 가진 사람이 트위터를 통해 문 대통령을 비방했다면서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고 지목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전 의원은 고발 취하에 대해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할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를 결정하게 됐다”며 “애초 (고발) 취지와는 다르게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지선뿐 아니라 당 대표 경선 과정에까지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3철로 불릴 정도로 친문 핵심 인사인 전 의원이 고발을 취하했다는 것은 이 지사와 전 의원이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이정렬 변호사가 전 의원에게 이 지사가 고발 취소를 직접 요청했다고 밝히자, 이 지사는 ‘요청’이 아니라 ‘충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요청이든 충언이든 이는 이 지사와 친문 진영이 어느 정도 교감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감정의 골은 어떻게

앞으로 문제는 친문 지지층과의 화해다. 친문 지지층이 이 지사에 대한 감정의 골이 워낙 깊기 때문에 쉽게 상처는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이날 인터뷰에서 ‘싸가지가 없었다’는 식으로 자책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 지사가 친문과의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과는 별개로 친문 지지층은 이 지사를 여전히 탐탁찮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사가 화해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도 친문 지지층이 쉽게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각종 의혹들을 갖고 친문 지지층은 이 지사를 계속 공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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