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었던 국감, 모처럼 활기 찾은 자유한국당
야성 되찾아…박원순 공격으로 보수층 결집 이뤄
전수조사 통해 문재인 정부 공격 빌미 만들어
바른미래당과 국조 통해 정책공조…보수대통합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중반으로 접어드는 국정감사 이슈가 크게 ‘가짜뉴스 근절’과 ‘서울교통공사 특혜채용 및 고용세습’ 논란으로 나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고용세습 논란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고, 서울시청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이슈 부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은 국감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반전 카드를 얻은 셈이어서 이로 인해 많은 이득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특혜채용 및 고용세습 의혹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감이 중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이슈를 터뜨리면서 국감의 모든 이슈를 잡아먹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교육위 국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발목잡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 부총리를 인정하되, 교육 정책에 대해 집중 추궁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라면서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감에서 자유한국당의 이슈 부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고용세습에 올인한 자유한국당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에게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은 이슈를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과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카드다.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서울시 국감이 열린 서울시청에서 농성을 벌인 모습도 결국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잡아내면서 자유한국당이 충분히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이슈가 아니라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으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이슈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이번 의혹 제기로 향후 정국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다. 더욱이 야성(野性)을 찾을 수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평가가 후하다. 앞서 드루킹 사태 등의 경우에는 정치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돼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나뉠 수 있었지만, 이번 문제는 공기업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이념적으로 나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보수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까지 잡을 수 있는 이슈이고, 특히 청년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이슈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고용 세습 의혹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 견제도

또한 이번 고용세습 의혹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 산하 기관이라는 점에서 해당 의혹이 불거질수록 박 시장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박 시장이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의혹은 자유한국당으로서 박 시장에게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진보 시민단체의 활동 영역을 축소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문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고용세습 의혹이 전면적으로 불거질 경우, 진보 진영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되고, 그 세력을 위축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공공기관 전수조사가 이뤄질 경우, 공공기관에 퍼져 있는 진보 인사들을 솎아낼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는 차기 대선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관련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청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관련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청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뉴시스

등 돌린 보수층, 다시 돌아오나

또한 이번 의혹은 그동안 등 돌렸던 보수층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층은 자유한국당을 외면했고, 이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지면서 자유한국당의 세력은 위축됐다. 그런데 이번 고용세습 의혹은 자유한국당에게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요구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전수조사를 통해 다른 기관에서도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지게 된다면,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국정조사를 통해 분위기를 띄우고, 전수조사를 통해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실태를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쥐겠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전략이다.

자유한국당과 함께 바른미래당도 이번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는 보수대통합 등 정계개편과도 맞물리는 대목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보수대통합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통해 양당 간 정책공조를 이뤄낸다면 충분히 보수대통합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고용세습 국정조사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바른미래당과 엮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미래당 역시 국정조사라는 카드를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고용세습 이슈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야당의 공세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앞으로 새해 예산안 심사도 있기 때문에 정국 주도권을 놓고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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