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음주운전’…재범 평균 5.97회
높은 재범률, 관대한 처벌·상습성 원인
처벌 강화·재발방지 위한 ‘윤창호법’
초범·재범에 따른 구분된 처벌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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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음주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진다. 최근 한순간에 20대 청년의 인생을 산산조각 낸 ‘해운대 음주운전’ 사고를 비롯해 2명의 사망자를 낸 배우 박해미씨의 남편 뮤지컬 감독 황민씨의 사고까지 음주운전으로 인한 심각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도로 위 살인행위’로 불리는 음주운전은 운전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목숨까지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실제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사고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반면 재범률은 해마다 늘고 있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3년간 50번이나 음주운전을 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솜방망이 수준의 약한 처벌이 꼽는다. 때문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투데이신문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투데이신문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음주운전’

# 지난 9월 2일 새벽 2시 2분경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윤창호(22)씨와 그의 친구는 갑작스럽게 도보로 달려든 BMW와 충돌했다. 당시 BMW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134%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는 그 충격으로 약 15m를 날아 담벼락 아래로 떨어져 콘크리트에 머리를 부딪쳐 뇌사상태에 빠졌으며, 그의 친구도 중상을 입었다.

윤씨의 지인인 A씨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제 친구(윤씨)는 평소 우리나라 법의 형량이 너무 약한 탓에 많은 범법행위가 일어난다며 검사가 돼 모순을 바로잡고 이후 정치인이 돼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 강력한 법 집행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로스쿨 진학의 꿈을 목전에 두고 있었을 정도”라며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으며, 미래 역시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고 밝혔다.

A씨는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사고라고 가볍게 처벌해서는 안 된다. 예고하고 다가오는 사고가 아닌 만큼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요불가결한 것들을 보장하려는 국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임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답변과 대책을 청원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교통사고 인한 전체 사망자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5년 전체 교통사고 중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5%이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중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6%에 달한다. 같은 해 일본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음주운전 사망자 수 비중이 4.9%인데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나 주목해야 할 점은 재범률이다. 도로교통공단의 ‘2017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단속여부와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6.5%에 그쳤다. 그런데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의 음주운전 횟수는 평균 5.97회로 확인됐다. 10회 이상 음주운전 경험자가 29.6%를 차지했으며, 최대 50회까지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음주운전 미경험자가 대다수이지만 한 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음주운전 처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와 개인의 상습성이 높은 음주운전 재범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음주운전은 상습적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한 번 운전대를 잡기 시작하면, 또 잡고, 또 잡게 된다”며 “또 과거에 비해 ‘음주운전은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긴 했지만 여전히 관대한 측면이 남아있다. 때문에 재범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범률이 높다는 것은 속된말로 음주운전으로 뼈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라며 “실제 각 지방경찰청별로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을 구제해주기도 하고, 정권이 바뀔 시점에 사면 대상에 생계를 이유로 한 음주운전자를 포함하기도 한다.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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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무겁지만 처벌은 가벼워

국내 음주운전 재범률이 높은 원인은 처벌 수위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행 음주운전 측정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다. 이는 체질이나 체중, 성별, 섭취 음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70kg의 성인 남성 기준 소주 2잔(50ml) 또는 양주 2잔(30ml), 맥주 2잔(250ml)을 섭취하고 1시간 정도 흐른 후 나타나는 수치다.

위반 횟수 1회 기준 혈중알코올농도가 0.05~0.1% 경우에는 6개월 이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0.1~0.2%는 6개월~1년 이하 징역, 300~500만원 벌금, 0.2% 이상일 경우에는 1~3년 이하의 징역, 500~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보험료 인상 또는 자기부담금과 같은 민사 책임과 징역 또는 벌금과 같은 형사 책임, 면허 정지나 취소 같은 행정 책임 등 모든 책임이 뒤따른다.

만약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된다. 치상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치사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지난해 10월 박주민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음주운전 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년 사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람의 비율이 ▲2012년 5.2% ▲2013년 6.2% ▲2014년 7.1% ▲2015년 9.2% ▲2016년 10.4%로 조사됐다. 집행유예 ▲2012년 22.8% ▲2013년 27.6% ▲2014년 31.5% ▲2015년 35.8% ▲2016년 45.7%로 나타났다.

위험운전치사상은 실형이 ▲2012년 6.8% ▲2013년 7.8% ▲2014년 9.6% ▲2015년 8.5% ▲2016년 8.1%, 집행유예가 ▲2012년 49.8% ▲2013년 57.5% ▲2014년 61.6% ▲2015년 62.6% ▲2016년 68.9%로 확인됐다.

음주운전자 중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음주운전을 규제할만한 더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음주운전 재발방지 위한 ‘윤창호법’

해운대 음주운전 사고 이후 피해자 윤씨의 지인들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위한 법률개정안 ‘윤창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초범을 2회가 아닌 1회로 규정한다. 도로교통공단의 음주운전 형사처벌 기준인 ‘2회 위반 시 1회 위반과 동일한 처벌 기준’을 개정하자는 취지다. 재범률이 높은 음주운전을 2회 적발 시까지 초범으로 취급하는 것은 음주운전사고의 위험을 방관하는 행위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또 음주운전처벌 기준을 더 강하게 규정한다. 0.2% 이상을 0.13% 이상으로, 0.1~0.2%를 0.09~0.13%로, 0.05~0.1%를 0.03~0.09%로 강화한다. 아울러 음주운전 치사사고 발생 시 살인죄를 적용해 엄벌로 처벌한다.

일본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넘으면 음주운전 처벌 대상이 된다. 3년 면허정지 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브라질은 칵테일 한잔 섭취했을 때 나올 수 있는 혈중알코올농도 0.01%만 넘더라도 50만원의 벌금과 1년간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다. 알코올 농도 0.06%는 징역형,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살인죄를 적용한다.

이밖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다는 러시아에서는 ‘제로허용법’에 따라 0%를 넘으면 2년 동안 면허가 정지되며 이는 동승자에게도 적용된다. 노르웨이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2% 넘으면 3주 동안 구금된 채 노역을 치러야 하며 1년 동안 면허 정지가 유지된다.

윤씨의 지인 A씨는 “윤창호법 제정으로 미래의 잠정적 음주운전사고 피해자를 줄이고 국민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를 통해 친구(윤씨)가 잊히지 않고 사회 기여로 명예롭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답변 영상 일부 캡처 ⓒ투데이신문
청와대 청원게시판 답변 영상 일부 캡처 ⓒ투데이신문

“처벌 강화·재발 방지 대책 마련 中”

정부도 해운대 음주운전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25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며 “이제는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근절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는 2만 건에 가깝고, 그로 인한 사망자 수는 439명, 부상자는 3만 3364명이다. 특히 음주운전은 재범률은 45%에 가깝고, 3회 이상 재범률도 20%에 달한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엄중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동승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형사처벌을 내리고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압수 및 처벌 강화, 단속기준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 방지 대책을 더욱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초범·재범 구분한 합리적 처벌 필요”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영식 교수는 현행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강화하되, 초범과 재범을 구분한 합리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은 습관적이다. 사망사고를 제외한 단순 음주운전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다 보니 마치 운 없으면 걸리는 교통 스티커 단속 수준으로 인식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것”이라며 “음주운전 재범은 엄중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초범과 재범 이상을 구분해 합리적인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범은 벌금과 더불어 교통안전 교육이나 이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재범 이상의 경우 단순히 벌금 액수를 증액하는데 그치지 않고 차량 몰수나 운전면허 영구 배제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그동안 음주운전 인식개선이 많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술 한 잔 정도 마시고 운전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과거 인식에 갇혀있는 사람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강력한 처벌이 음주운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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