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도 노골적으로 불만 표시
매출 대비 0.002%에 불과한 경마중독 예방 예산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뉴시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간부에 의한 성희롱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갑질’,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조직문화, 경마중독을 외면하는 모습, 사행성 논란을 빚고 있는 화상경마장 추진 등 국민정서와 결이 다른 한국마사회의 민낯이 2018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최근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마사회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갈등 해소를 위해 용산화상경마장이 폐쇄된 이후에도 화상경마장을 슬그머니 재추진하고, 국정과제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마사회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노조에 대한 갑질 행태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또 간부급 임직원이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 및 부적정 언행을 하고 사적 모임에 동석을 요구하거나 애정표현 등으로 특별감사에서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기도 해 마사회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아울러 지난해 5월 이후 마사회 임직원 3명, 경마장에서 일하는 마필 관리사 4명, 조교사 1명 등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마사회의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마장 이용객의 절반에 가까운 47.5%가 ‘경마중독’인 것으로 판정됐지만, 중독예방센터의 인건비 등을 제외한 사업비 예산은 고작 1억69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매출액 7조 8152억 원 대비 0.002%로 중독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상경마장 추진하다 350억원 적자 본 마사회…또 추진 논란

서울 서초와 마포 등에서 장외개설을 추진하다 350억에 달하는 손실을 본 한국마사회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용산화상경마장을 폐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화상경마장 설치를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올해 7월 장외발매소 모집공고를 시행하고 9월에 ‘장외발매소 운영모델 정립’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했다.

당초 마사회는 서초부지를 2011년 당시 697억 원에 매입했으나 장외개설이 불허돼 무산됐고 마포부지 역시 2009년 당시 669억 원에 매입(신탁계약)했으나 장외개설이 불허돼 무산돼 손실규모만 각각 100억 원, 250억 원으로 총 3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포부지의 경우, 신탁사인 대한토지신탁과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 중으로 소송비용만 83억 원이 소요됐다.

이에 김현권 의원은 “지역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장외발매소는 더 이상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간부급 임직원의 성희롱·노조활동 압박

간부들의 상습적인 성희롱과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다. 

올해 마사회는 직원 성희롱 및 부적정 언행 등 특정감사에서 간부급 임직원의 직원에 대한 성희롱 추태가 드러났다. 

김현권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직원 성희롱 및 부적정 언행 등 특정감사에서 하급자에 사적 모임에 동석을 요구하거나 애정표현, 부적절한 발언을 해 징계 처분 받은 간부급 임직원이 4명이나 적발됐다.

징계를 받은 모 부장은 하급자에게 본인의 고교 동문모임 등 사적 모임에 최소 5회 이상 동행할 것을 요구하고 술자리로 불러내기 위해 20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특히, 피해 부하직원은 상사의 애정표현,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가해 간부는 여직원에게 성적 굴욕감(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외모를 평가했다. 또 퇴근길 사적모임에 참석하도록 부하 여직원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현재 마사회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기구를 만들어 논의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모 부장은 “1600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면 문재인 정권이 끝나고 다음 정권에서 감사 받을 일이다”라며 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또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진행하면서 노조 측을 향한 폭언이 멈추지 않아 결국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기도 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조합원의 피켓 시위를 비난하고 사진촬영을 하면서 조합 활동을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권 의원은 지난 19일 “간부급의 직원 성희롱 추태에 대해서는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고 특히, 이 문제는 요즘 사회에 마사회가 아주 품격 없는 조직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마사회 스스로의 명예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호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정면 부정하는 마사회의 인식을 지적하며 “마사회는 특정 정권에 따라 일하는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마사회장은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협의 과정에서 성숙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직접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죽음으로 내몰린 직원들…작년 5월부터 8명 극단적 선택

마사회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8명의 직간접적인 직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 테마파크 위니월드 관리단장인 이모(52) 부장은 마사회와 소송 중인 하도급 업체에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내부 감사를 받았고 형사고발까지 이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다른 마사회 직원들도 각각 농림부 감사 중, 고용부 조사 후, 고용부와 검찰 조사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한 3명의 마필 관리사와 1명의 조교사는 정부 교체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근무 환경과 부상 중 현장 복귀에 대한 스트레스가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지난 9월 이 부장의 사망 소식을 보고 받고 긴급하게 사태 수습을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김낙순 회장이 마사회와 말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돈 벌면 끝(?)…경마중독 예방에 고작 0.002% 사용

마사회는 지난해 마권 및 입장권 판매로 매출액 7조 8152억 원을 기록했지만 예방에 쓰이는 예산은 불과 0.00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중독예방센터 예산 집행액’ 자료에 따르면, 중독예방센터의 인건비 등을 제외한 올해 사업비 예산은 1억6900만원에 그쳤다.

물론 마사회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매년 지급하는 43억원 가량의 ‘중독예방치유부담금’도 있지만, 이 부담금은 매년 전년도 순 매출액의 0.35% 정도가 산정돼 부과된다. 

43억원 가량의 이 부담금을 포함한다고 해도 ‘도박중독 치료 및 예방’과 관련된 예산은 매출액의 0.06%에 불과하다. 

또 중독예방센터의 운영실적도 매우 저조하다. 각종 연구에서 경마장 도박중독 실태를 입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산 본부센터와 경마장 센터의 경우 하루 평균 방문자가 0.5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경마 고객보다 불법도박 등 기타 도박자의 방문 건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외발매소 내 예방센터 실적도 마찬가지로 낮다. 최근 개원한 부산동구, 대구, 일산 센터를 제외하면, 올해 하루 평균 교육상담건수는 1건도 채 되지 않으며, 예방캠페인도 연간 1~2회에 그치고 있어 마사회의 경마중독 예방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아울러 장외발매소 예방센터를 찾은 고위험성 고객이 중독치유 국가 전문 기관인‘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의뢰되는 경우도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의 경우 25건, 2017년 30건, 올해는 8월까지 18건에 그쳤다. 고위험성 고객이 이후 해당 센터를 실제로 방문했을지도 확인이 어렵다.

박완주 의원은 “마사회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독예방 및 치료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예산을 더욱 확대해서 실효성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박 의원은 “센터를 찾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며 “센터 방문 고객의 고통이 치료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챙겨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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