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태극기 부대 용납한 속내는 지지율?
극우 이미지보다는 당내 역학 구도 변화 주목해야
태극기 부대로 인해 부활 날갯짓하는 폐족 친박
태극기 부대 앞세운 친박…공천 학살 재현하나

지난 3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뉴시스
지난 3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뉴시스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을 꾸준하게 제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태극기 부대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을 통해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도로 친박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단순히 태극기 부대의 ‘극우적 이미지’ 때문은 아니고, 태극기 부대가 앞으로 있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물론, 보수대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외치면서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도 연일 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조강특위를 이끌고 있는 전원책 위원은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태극기 부대의 영입에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부대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답보상태에 놓인 지지율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 15~19일까지 전국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 22일 공개했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20.8%로 나타났다(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0%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런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태극기 부대가 영입되면 지지율이 대략 5% 정도 오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태극기 부대를 영입함으로써 답보상태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태극기 부대의 자유한국당 입당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태극기 부대의 ‘극우적 이미지’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이미지만 망가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태극기 부대의 영입이 앞으로의 정치지형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극기 부대의 적잖은 영향력이 보수대통합의 걸림돌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경선 룰은 세부 규칙을 바꿀 수는 있지만, 기본 골격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다. 그만큼 당원의 권한이 막강하다. 그런데 최근 태극기 부대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친박 인사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면서 입당을 서두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굳이 입당하겠다는 사람들을 만류할 수도 없기에 이들의 입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입당은 친박 당원들의 권리당원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그만큼 친박 인사들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 인사들의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태극기 부대 입당 러시로 인해 이들이 부활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준(왼쪽) 비대위원장이 전원책(왼쪽 두 번째) 변호사 등 외부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준(왼쪽) 비대위원장이 전원책(왼쪽 두 번째) 변호사 등 외부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친박의 부활

태극기 부대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점찍고 있다. 또 친박 인사들도 황 전 총리를 당 대표로 내세우고 있다.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1심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폐족이 됐다. 그 이후 비박계가 자유한국당은 장악하면서 친박은 당내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태극기 부대가 대거 입당하고,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된다면 이들은 다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 내 비박계에서는 태극기 부대의 입당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도로 친박당’이 되는 것은 물론, 2020년 총선 때 비박계가 공천 학살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전략공천을 통한 공천 학살은 물론이고,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태극기 부대 당원들에게 공천 학살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즉, 비박계는 이번 태극기 부대의 입당 러시로 인해 사면초가에 놓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면에 나서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태극기 부대의 입당이 보수대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단순히 바른미래당 등이 태극기 부대 입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태극기 부대가 갖고 있는 비박계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 인사들도 보수대통합에 찬성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비박계, 즉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을 시도한다면 태극기 부대는 ‘선 대국민 사과, 후 보수대통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들 태극기 부대가 극성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태극기 부대의 요구를 무시하고 무조건 통합을 하겠다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엄청난 갈등이 예고된다.

정치 지형 변화는 불가피

자유한국당 내 일각에서 태극기 부대가 자유한국당의 이미지를 극우로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태극기 부대의 입당 러시를 막아낼 방법은 없다. 오히려 태극기 부대의 입당으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극기 부대 입당을 현실적으로 막아낼 방법이 없기에 앞으로 있을 차기 전당대회와 차기 총선 공천, 보수대통합에서 태극기 부대의 영향력이 어떤 식으로 미칠 것인지 보다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로 인한 정치적 지형 변화는 자유한국당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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