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등 금융사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기준 차이일 뿐”
설훈 의원 측 “채점표 개인정보와 무관” 의혹 회피 꼼수 지적

금융권 성차별 집중 감독 중간 결과 중 과태료 부과 사업장 명단 및 부과 사유(자료=설훈 의원실 제공)
금융권 성차별 집중 감독 중간 결과 중 과태료 부과 사업장 명단 및 부과 사유(자료=설훈 의원실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성차별 채용 의혹으로 근로감독을 받은 금융사 18곳 중 6곳이 이미 채용서류를 폐기해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중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계열사 4곳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성차별 근로감독 중간 결과’에 따르면 점검 대상 금융기관 18곳 중 6곳에 과태료가 부과됐다.

8곳은 서류 조사 결과 문제가 없어서 ‘행정종결’됐고 4곳은 추가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처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보험과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6곳은 관태료가 부과됐다.

노동부는 설 의원에게 이들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한 이유에 대해 ‘채용서류 미보존’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3조(관계 서류의 보존)에 따라 사업주는 채용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하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노동부는 사전실태조사를 통해 이들 업체가 성차별 의심사업장으로 분류돼 근로감독에 나섰지만 채점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근로감독 결과 성차별 채용이 드러나면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모집과 채용)에 따라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설 의원 측은 금융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설 의원은 “사업주가 성차별 채용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한 행위는 증거인멸에 가깝다”며 “철저한 수사로 범행을 교사 또는 방조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태료 처분을 받은 금융사들은 채용 관련 서류 보관 기준이 상호 충돌하는 법체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처벌 회피용 무단폐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 금융사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채용절차법을 적용해 발생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료를 폐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정보보호법과 채용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따라 해당업무가 종료되면 채용관련 서류 없에도록 하고 있어 즉시 폐기했다”며 “보관기간이 관련법마다 서로 달라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어 성차별 채용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블라인드 채용을 해오고 있어 (성차별 채용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함께 과태료를 부과받은 삼성화재와 한화생명 등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해 관련자료를 즉시 폐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부와 설훈 의원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채용절차법에 따라 폐기해야 하는 서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구직자가 작성한 서류일 뿐,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보존 대상 서류는 채점표 등 회사가 작성한 채용서류이기 때문에 자료를 폐기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설훈 의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채점표 등 채용서류는 직무능력 평가로 개인정보와 무관한 것으로 3년동안 존치해야 한다”며 “적용법상 상충된다는 해명은 증거인멸 의혹 등에 벗어나고자 하는 태도로 비친다”고 반박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성차별 채용 실태가 드러나자 재발 방지를 위해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동부는 성차별 근절을 위해 근로감독에 나서는 한편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응시자 중 여성 비율과 최종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거나 최종합격자 중 여성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회사 또는 서류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지원자 남녀 성비를 확인할 수 없어 악용 소지가 있는 회사를 위주로 금융기관 18곳을 선정해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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