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 1000만 시대, 산업 규모 해마다 성장 中
치료·제품 비용 부담에 건강보험적용 요구 목소리

탈모산업이 커갈수록 탈모인의 그늘은 깊어간다. 시장은 탈모를 치료의 대상으로 몰아가지만 당사자들이 감당해야할 경제적 부담이 녹록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근거로 추산하면 1인당 평균 탈모치료비용은 월 13만원 수준. 샴푸, 식이요법 등을 더하면 20만원을 넘기는 것도 우습다. 탈모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탈모인들은 이밖에도 경구약 부작용, 의료분쟁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모발이식이 실패해도 구제받는 경우는 드물다. 관련 산업에서는 허위 및 과장광고로 탈모인의 두려움과 기대감만 자극할 뿐이다. 잠재적 탈모인구 1000만명의 시대, 탈모인이 기댈 곳은 없다. 

생활환경 변화, 고령화, 호르몬 불균형 등 다양한 이유로 탈모환자가 급증,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활환경 변화, 고령화, 호르몬 불균형 등 다양한 이유로 탈모환자가 급증,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 탈모산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 것도 탈모산업이 급증한 하나의 이유로 거론된다. 나이 듦에 따른 탈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후천적으로 탈모가 온 사람들은 불규칙한 생활, 잦은 헤어스타일 변화 등 외부적인 요인을 증상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치료에 대한 대중적인 접근성이 높아져 산업이 성장했다는 분석도 있다. 오래전부터 산재하던 잠재적 환자들이 기대심리를 갖고 치료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탈모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다양하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탈모환자로 생각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사실 자체다. 그만큼의 사람들이 탈모가 만들어낸 산업의 그늘 아래에서 사회적 부담감을 자기 몫으로 안고 살아간다.  

탈모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는 탈모 입원 및 외래 환자 연도별 추이.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탈모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는 탈모 입원 및 외래 환자 연도별 추이.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5년간 병원 누적 방문자 수 105만명
탈모샴푸 매출은 1000% 이상 급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병원을 통해 진료 받은 국내 탈모 환자수가 지난 5년 동안 10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 20만5659명 ▲2014년 20만8688명 ▲2015년 20만8534명 ▲2016년 21만2916명 ▲2017년 21만5025명 등 총 105만822명이 탈모로 병원을 찾았다. 

특히 탈모 치료를 실시한 19세 이하의 청소년 및 어린이가 2017년에만 1만2310명이나 됐다. 같은 해 치료를 받은 9세 이하 환아도 2410명에 달했다. 어린이의 탈모는 성장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이 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모발학회 관계자는 “어린이 질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우가 많다. 심리적 치료나 가발 등 다양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라며 “지금은 자기밖에 없다는 고립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잠재적인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직접적인 치료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탈모샴푸 구매 등 산업에 속한 소비자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추산되는 시장 규모만 4조원이다. 

실제 올리브영은 올 상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남성 전용탈모관리 샴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80%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 또한 지난 6월 기준 최근 3개월간 탈모 샴푸의 매출이 100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반샴푸의 매출은 2% 줄어들었다. 티몬의 조사에서는 탈모 소비자의 주요 연령층이 20~30대라는 사실도 나타났다. 이들은 탈모샴푸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으며 탈모센터 이용권 구매 비중에서도 74%를 점유하는 등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내원한 2030환자도 2017년 기준 20대 2만6650명, 30대 3만2839명 등 총 5만9489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환자 중 27%를 점유한 수준이다. 2030의 적극적인 헤어케어 시장 진입은 산업 성장의 주요한 동력이 됐다.  

또 탈모환자는 남성들이 많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여성 환자들은 지난해에만 9만5170명이 병원을 방문해 전체 환자 중 45%를 차지했다. 

여성탈모의 증가는 호르몬 불균형, 임신, 다이어트, 잦은 염색, 펌 등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고령화와 과체중 사회로 진입하면서 후천적 환자가 늘어나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탈모 연령의 다양화와 여성탈모의 증가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가 미국탈모협회(AHLA)의 자료 등을 분석해 2017년 말 내놓은 ‘미국 탈모관리 시장의 트렌드와 진출 전략’을 보면 미국의 21세 이하 남성 약 25%가 유전적 탈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 탈모 인구도 40%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서양사회는 탈모에 대한 편견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 층의 탈모는 미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탈모협회 역시 탈모 연령대의 확장으로 탈모 관리용 샴푸 등의 소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도 탈모인구의 증가는 두드러졌다. 중국 건강증진 및 교육협회의 조사 결과 2016년 기준 중국 탈모인구는 약 2억5000만명에 달했다. 

이중 남성 탈모인구는 약 1억3000만명, 여성탈모 인구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탈모인구는 20~40대에 가장 많이 몰렸다.  

탈모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며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탈모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며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대 아들 탈모, 대인기피에 경제적 부담까지”
탈모치료 건강보험 요구 빗발, 탈모인들의 숙원

탈모산업은 탈모인들의 두려움을 양식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 아래 드리운 그늘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경제적 부담 해소는 탈모인들의 숙원이라 할만하다. 

이를 증명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 10월에만 5건의 탈모치료 건보적용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전했지만 하나같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탈모 증상에 주로 사용되는 경구약 프로페시아는 1달 복용 기준 6만원 꼴이다. 두피에 바르는 마이녹실은 4만원 선, 탈모전용샴푸의 가격도 일반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만약 두피 스케일링이나 두피 주사 등 추가적인 의학 치료를 시작한다면 1회에 약 8만원이라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한 청원인은 “20대부터 탈모가 발생했는데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 하루속히 건강보험을 적용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가족 2명이 탈모환자라 부담이 가중된다며 1인당 치료비가 13만5000원인데 매달 27만원씩 소요된다고 하소연했다. 

한 청년의 엄마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은 젊은 층을 위해서라도 건강보험적용이 꼭 필요하다고 정중하게 호소했다. 그는 “제 아들이 20대 초반에 탈모가 시작돼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려 한다. 지금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데 외모를 중시하는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다”라며 “경제적으로 힘듦에도 어쩔 수 없이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보험적용이 안 돼 부담이 커서 정말 난감하다”고 전했다. 

현행법은 탈모 치료를 미용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주근깨, 여드름과 함께 탈모를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라는 단서가 붙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결국 병적증상의 탈모가 아니라면 대부분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반적인 남성형 탈모나 노화로 인한 탈모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다.

탈모치료가 의료인지 미용인지에 대한 논쟁은 1980년 대한의협회가 탈모를 의료보험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반대 주장은 주로 형평성을 골자로 한다. 탈모 외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증상이 경미한 모든 분야를 급여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건강보험의 재정여건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가령 키, 주름, 다이어트 등 당사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모든 증상을 급여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반면 최근 탈모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에도 힘이 실린다. 만성스트레스, 약물복용 부작용, 변화한 식습관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으로 탈모 증상이 확산된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고충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이와 관련 “어떤 신체 기능이 상실됐을 때 이를 회복시키는 게 치료라고 본다면 머리가 빠졌을 때도 특정한 기능의 상실이 있을 것”이라며 “머리카락의 기능에는 미용의 기능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위 및 과대 광고로 식약처로부터 적발된 사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위 및 과대 광고로 식약처로부터 적발된 사례 ⓒ식품의약품안전처

볼모로 잡힌 탈모인들의 두려움
허위·과대광고 남발에 부작용까지

이 가운데 몇몇 비윤리적인 기업들은 탈모인들의 기대감을 볼모로 허위광고를 남발, 소비자를 유혹해 빈축을 사기도 한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따르면 587개의 탈모샴푸가 허위 및 과대광고로 적발됐다. 이들은 기능성화장품으로 분류되는 탈모샴푸를 광고하면서 의약외품으로 속이거나 샴푸로는 불가능한 개선효과를 당당히 내세웠다. 

실례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연의올리브라이드로샴푸를 판매하면서 의약외품으로 표시해 시정조치를 받았다. 중소업체 모리솔브도 자사의 모리솔브스칼프워시가 모발성장 유전자 증가, 탈모유전자 감소 등의 효과를 보인다고 허위 광고해 고발 조치됐다. 

이들의 과장광고와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탈모치료를 위해 기능성화장품이나 의약외품에 기대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보조치료에 의지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원하는 수준의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샴푸는 세정제로 인해 주요 성분이 상당부분 씻겨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머리를 감는 시간이 짧아 도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도 제품의 한계로 지적된다.  

검은콩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모발학회에서는 “콩에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탈모 예방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발생한 머리를 치료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전적으로 콩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경구약 부작용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다. 사람들이 모여 탈모 이야기를 주고받자면 거의 반드시 부작용 이야기가 입에 오른다. 기자가 최근 참석했던 한 모임에서도 누군가 탈모약을 먹고 있다고 화두를 던지자 자연스레 ‘성기능 장애’ 이야기가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예전 같지가 않다던데, 진짜야?”, 장난기 섞인 이 질문에는 ‘나도 먹어볼까 생각 중인데 정말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우려가 반쯤 녹아들어있다. 

몇몇 임상연구에서는 탈모약의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가 성욕감퇴, 발기부전, 사정장애를 불러오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FDA는 관련 제품에 성기능장애를 경고하도록 했으며 한국 식약처도 국내에 시판되는 제품에 이를 명기하도록 조치했다. 

이밖에 많이 알려진 부작용은 우울증과 기분변형이다. 지난해 식약처는 피나스테리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탈모 경구약 67개 제품에 주의사항 변경지시를 내리도록 했다. 변경된 주의사항에는 우울한 기분, 우울증, 자살생각을 포함한 기분변형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표기됐다. 

다만 실제적인 부작용의 사례는 매우 적다는 것이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증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해 약을 끊는 경우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대한모발학회 소속 최광성 인하대학교 피부과 교수는 “부작용 증상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보니 대부분 자연히 감소한다”며 “혹여나 복용 중 증상의 개선이 없더라도 약을 중단하고 수개월이 지나면 부작용은 결국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특히 성기능장애라는 건 유병률이 높아 약 때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문제다”라며 “20대에게는 발생이 거의 없고 40~50대 중에서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약에 의해서 증상이 나타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경구약 치료로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는 모발이식 수술을 염두에 두게 된다. 이 단계로 넘어가면 탈모인들의 고민은 의료분쟁 영역으로 수렴된다. 다수의 탈모인들은 큰돈을 들여놓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까봐 전전긍긍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탈모 수술 이후 발생한 의료분쟁을 송사로 끌고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생착률이 의료과실에 가까운 수준이 아니라면 소송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1년 가까이 송사를 이어가는 것은 의료 피해 이상의 스트레스일 수 있다.

인터넷 탈모카페의 자문을 맡고 있는 송준선 변호사는 “수술이 불만족스러울 때 소송을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몇백만원을 보상받으려다 패소했을 경우 양측의 변호사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면 수술비 이상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수술 전에 해당 병원의 후기와 계약관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소송보다는 의료분쟁조정이나 민사조정을 통해 해결을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탈모산업은 눈에 띄게 성장했지만 당사자인 탈모인들의 근심은 깊어간다.
탈모산업은 눈에 띄게 성장했지만 당사자인 탈모인들의 근심은 깊어간다. ⓒ게티이미지뱅크

탈모에 대한 고민이 탈모를 불러오는 악순환
산업은 주목받지만 정작 탈모인은 찬밥신세

기자가 만난 사람 중에는 “탈모에 대한 고민 때문에 탈모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매달 20만원 가까운 치료비용을 소비하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럽다고 했다. 

탈모 환자의 요양급여비총액은 ▲2013년 175억4116만원 ▲2014년 189억5205만원 ▲2015년 198억1060만원 ▲2016년 217억3870만원 ▲2017년 234억4790만원 등 매년 증가해왔다. 이 자료에 비추어 보면 지난해 탈모 환자들은 평균 13만6000원을 썼다. 물론 이 금액은 병원비만 집계한 것이다.

더욱이 탈모치료는 언제 끝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수개월 만에 원하는 수준으로 머리카락이 자라는 사람도 있지만 약을 끊은 후 다시 빠지는 경우도 있다대부분의 탈모인들은 이 같은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기 어려워한다. 또한 경구약 부작용과 수술실패에 대한 문제도 온전히 스스로 부담해야할 몫이다.

20대 가장 김상윤(가명)씨 역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탈모 치료를 포기했다. 그는 “나이에 비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둘째를 낳은 후 가계 빚은 줄어들 줄 모른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치료에 돈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자동차 영업사원이다. 일부 가까운 사람들은 삭발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매일 사람들을 마주하는 그가 일상의 범주를 벗어난 파격을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직업의 특성상 술과 담배를 멀리하기도 어렵다. 다만 그는 어제보다 상황이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하루를 산다고 했다. 

탈모산업은 분명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은 당사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는 자신의 유불리를 살피며 탈모인들의 지갑만 주시하고 정부는 탈모치료를 미용으로 과소평가하며 마땅한 안전장치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산업의 그늘아래 그림자 짙어진 탈모인의 얼굴빛나는 탈모시장의 어두운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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