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래친구들 랄라라’ 진행자 ‘랄라언니(소명)’
“온몸체조로 어린이들 신체활동 시간 늘었으면”
“‘노래친구들 랄라라’ 동요를 부흥시키는 선봉”
랄라 친구들 성장과정 프로그램 속에 담겨있어

‘노래친구들 랄라라’ 진행자 랄라언니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카메라 앞에서 어린이들이 촬영을 준비한다. 개중에는 카메라가 낯설어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진 어린이들도 있다.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이 연신 “하나, 둘, 셋”을 외치고 주변에서도 “얘들아 웃어봐”라고 말하지만 굳어진 어린이들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이때 누군가가 나타나 카메라 앞에서 굳어진 어린이들을 순식간에 웃게 만들었다. ‘노래친구들 랄라라’ 진행자 ‘랄라언니’ 소명(31)씨다.

‘노래친구들 랄라라’는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이민숙(58) 음악감독이 지휘를 하고 있는 온 가족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동요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다. ‘노래친구들 랄라라’는 작년 6월 17일부터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랄라언니는 매주 토요일마다 ‘노래친구들 랄라라’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 동요와 율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프로그램 진행자다. 진행자의 면모는 두 달에 한 번인 녹화 날에 어김없이 드러난다. 촬영 전 옷이 불편해 표정이 안 좋은 아이의 옷을 옷핀으로 고정해주고, 아직은 촬영이 낯선 아이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카메라 옆에서 율동을 따라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0일 ‘노래친구들 랄라라’ 촬영장을 방문해 소명씨를 만나 랄라언니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래친구들 랄라라’ 방송 캡처 ⓒ투데이신문 

Q. ‘노래친구들 랄라라’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아르바이트를 하던 안무팀 단장님의 소개로 MBC ‘뽀뽀뽀’ 음악감독이었던 ‘노래친구들 랄라라’의 이민숙 감독님을 알게 됐다. 동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늘 안타깝게 생각했었는데 감독님으로부터 좋은 취지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들에게 동요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 평소 어린이들을 좋아하는데, 놀이식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말에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안무 선생님으로 참여하기로 했었는데 감독님이 랄라언니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어릴 적 ‘뽀뽀뽀’를 봤기 때문에 뽀미 언니의 중요성을 잘 알아, 비슷한 역할의 랄라언니를 내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고민하는 내게 감독님이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랄라 친구들과 함께 체조하고, 춤추고, 동요를 부르면서 동요를 알릴 수 있어 영광스럽다.

Q. 평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나.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어릴 적 부모님의 반대로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부모님이 가장 큰 힘이 돼주신다. 아버지는 말로는 표현하지 않으셔도 공연을 보러 오시고, 랄라언니로 참여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내심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다. 그게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고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작은 무대에 서는 것도 너무 좋고 감사하다.

Q. ‘노래친구들 랄라라’에 참여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뮤지컬을 전공한 배우였다. 지난 2012년에 <투란도트>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학생 때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면세점,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해 무대에서만 일하고 있다. 데뷔 이후로 <그날들>, <달을 품은 슈퍼맨>, <그녀를 믿지 마세요>, <삼봉이발소>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대학로에서 연극 <오 나의 귀신님>에서 연기하고 있다. 12월까지는 ‘노래친구들 랄라라’와 병행할 예정이다. 또 틈틈이 시간을 내서 댄서팀 일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한다. 얼마 전에는 석류즙을 판매하는 홈쇼핑 인서트 광고를 찍기도 했다.

‘노래친구들 랄라라’ 방송 캡처 ⓒ투데이신문 

Q.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노래친구들 랄라라’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린이들의 체조가 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체육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새천년체조를 했다. 당시 선생님이 틀어준 동영상에서는 비슷한 또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등장하는 체조는 없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나는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흙으로 장난도 치고 뛰어놀기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체육시간에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더라. 신체활동이 중요한 시기에 움직이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랄라 친구들은 다른 어린이들보다 신체활동을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감독님께 닿은 것 같다. 이번에 ‘온몸체조’와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체조 동요를 만들었고 랄라 친구들은 이 시간을 좋아한다.

Q. ‘노래친구들 랄라라’를 시청하는 어린이들을 본 적이 있나.

아직 직접 만나거나 얘기를 들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랄라 친구들과 감독님의 시너지 효과로 식당, 대중교통에서 ‘노래친구들 랄라라’를 보는 어린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노래친구들 랄라라’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이렇게 영향력이 있구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감동스러울 것 같다. 사촌 조카들이 ‘노래친구들 랄라라’를 보고 동요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Q. 어린이들과 일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에너지가 엄청난 어린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수업이 아닌 놀이를 하는 기분이 든다. 어린이들은 틀에 박힌 사고를 갖고 있지 않다. 반면 어른들은 틀에 박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는다. 어린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만나는 시간이지만 오히려 내가 배우기도 한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어린이들을 만나다 보니 순수해지는 기분이다. ‘노래친구들 랄라라’에 참여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Q.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고충은 없나.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 수업 쉬는 시간에도 자신의 개인기를 봐달라고 장난치기도 한다. 날 좋아하니까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다. 나이 차이가 난다고 어렵게 대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친구들 랄라라’ 진행자 랄라언니 ⓒ투데이신문

Q.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타고난 끼가 넘쳐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틀을 깨지 못해 입도 뻥긋 안 하고 멍하니 서 있는 친구들도 있다. 처음엔 끌고 가려고 해봤다. 그런데 아이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리길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지나자 그 친구들이 박수를 치고 한 바퀴 도는 등 조금씩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감정을 정의하기는 정말 힘들다. ‘일부러 가만히 있던 게 아니고 표현에 서툴렀고 부끄러웠구나’하고 이해하게 됐다. 매주 발전하고 조금씩 표현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Q. 동요 1곡을 촬영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나.

2개월 동안 연습하기 때문에 1곡을 촬영하기에 걸리는 시간을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촬영일에 1곡을 찍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최대 40분이 소요된다. 곡에 맞는 의상을 정하고, 동요와 율동을 배우고, 녹음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또 감독님이 곡을 만드는 시간까지 합하면 그 시간을 헤아릴 수 없다. 촬영 직전까지 내가 참여하는 부분은 정말 조금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거라기보다는 친구들의 성장 과정을 결과물로 담아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어릴 적 불렀던 ‘뽀뽀뽀’를 만든 감독님과 함께하는 기분은 어떤가.

‘뽀뽀뽀’를 보고 성장한 내가 이민숙 감독님과 작업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면서도 매번 놀라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랄라 친구들을 교육하기란 쉽지 않은데 감독님은 어린친구들을 몇 시간씩 가르치신다. 또 12시간씩 촬영하면서도 힘든 모습 한 번 보이지 않으신다. 오히려 지친 사람들을 격려하면서 어린이들을 이끌어 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선장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감독님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Q. ‘노래친구들 랄라라’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나.

나이에 따라 정서와 음악, 표현법이 모두 다르다. 세대마다 선호하는 음악이 있다는 건 나이에 맞는 정서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뭐든 참 빠르다. 동요를 흥얼거리는 어린이보다 가요를 흥얼거리는 어린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요를 듣는 어린이들은 아이돌을 동경하게 된다. 눈으로 봤을 때는 멋있고 예쁘지만 아이들이 그 정서를 얼마나 공감하고 따라가는지 모르겠다. 어린이들은 그들의 정서와 공감대에 맞는 동요를 듣고 성장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동요의 감성을 이해하고 동감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동요에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길 바란다. 사라져가는 동요를 부흥시키는 선봉에 ‘노래친구들 랄라라’가 있다. 앞으로 랄라 친구들과 소통할 방법을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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