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 위원회 등 절차 없이 자산운용사 이관
“자본시장법 개정 통해 합리적 근거 마련해야”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신협중앙회가 펀드이관 갑질로 계약업체에 수십억원대의 피해를 끼치는 등 자본시장 질서를 깨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신협중앙회는 AIP자산운용에 위탁해 운영하던 부동산펀드를 라살자산운용에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AIP는 남은 계약에 따라 발생할 수익 53억원을 잃게 됐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 법규는 물론 신협중앙회의 내부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법률자문이나 내부 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도 없이 업무가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463억원 규모의 투자금 이관이 기관투자자의 편의에 맞춰 진행된 것이다. 더욱이 신협중앙회는 새로운 자산운용사를 선정하면서 부임한지 8일밖에 되지 않은 부장 전결로 결재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신협중앙회의 내부통제 부실을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투자상품운용규칙’에 의거 집합투자 계약, 해지 등을 진행할 때는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펀드 이관과 관련해서는 내부규정이 전혀 없어 자의적인 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특히 자본시장법상이 미비해 신협중앙회의 일방적인 갑질이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현행 자본시장법 188조에 따라 펀드이관은 가능하지만 변경 조건 및 기준, 절차, 손해배상 등의 하위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기관투자자의 펀드이관 갑질은 자본시장의 질서를 깨뜨리는 중대한 문제다.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펀드이관의 합리적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협중앙회의 내부통제와 절차적 미비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즉각 점검에 나서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위원회도 이와 관련 “기관투자자는 펀드이관과 관련해 내규에 의사결정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관 사유도 알려진 사실과 달라 
AIP “신협의 금전상 손실 없었다”

신협이 AIP자산운용과 관련한 국회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 ⓒ이학영 의원
신협이 AIP자산운용과 관련한 국회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 ⓒ이학영 의원

이밖에 신협중앙회가 밝힌 펀드 이관 사유도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이 나왔다. 

신협중앙회는 AIP의 펀드 운용인력 퇴사와 배당사고를 이유로 업체 이관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인력의 퇴사는 신협중앙회가 펀드 이관을 결정한지 이틀 후에 이뤄진 일로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 신협중앙회가 펀드이관을 내부결제한 건 4월 11일, 담당 펀드매니저가 퇴사한 건 같은 달 13일이다. 

이는 신협중앙회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협중앙회는 AIP의 운영인력 변경 이후 ‘왜 관리방안을 작성하지 않았냐’는 질의에 “본건 펀드의 운용인력 교체가 수익률 개선요구, 손익관리 등 자금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대답했다. 

배당사고 역시 AIP가 추가배당을 선지급한 건으로 신협의 금전상 손실은 전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AIP는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정상적으로 배당을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협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해석의 여지는 있겠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26일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펀드관리규정이 이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해 업무를 진행했다. 내부규정이 없었다는 지적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며 “부장 결재도 위임전결규칙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펀드 잔여기간이 약9년 정도 남아있어서 AIP가 적법하게 펀드를 운용할 경우 50억원 가량을 수취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계약해지에 따라)적정한 운용보수를 수취하지 못하는 것이지 이를 손실로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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