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 세금 잡아라’…여야, 본격적 새해 예산안 심사 대결로
‘470조 세금 잡아라’…여야, 본격적 새해 예산안 심사 대결로
  • 홍상현 기자
  • 승인 2018.10.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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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끝나고 새해 예산안 심사 국면으로
문재인 대통령, 11월 1일 국회에서 시정연설
일자리 예산·남북협력기금 편성 놓고 여야 갈등
거대 정당 속에서 소수야당의 존재감·역할 빛나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3당 원내대표회동.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뉴시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3당 원내대표회동.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뉴시스

오는 11월 1일부터 새해 예산안 심사 정국으로 들어선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된 가운데 본격적인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예산안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들은 소득주도성장 예산은 안된다며 삭감을 벼르고 있다. 이에 11월 한 달 내내 새해 예산안 삭감 문제를 놓고 여야의 갈등이 예고된다. 원안 고수하려는 여당과 삭감하려는 야당 사이에 과연 협상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다. 이는 그만큼 새해 예산안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470조5000억원이라는 슈퍼 예산안을 두고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여야는 모두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5~6일에는 종합정책질의가, 7~8일에는 경제부처 예산심사가, 9일과 12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심사가 계획돼 있다.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각 예산안 소위가 오는 15일부터 2주 동안 예산안 종합심사를 벌인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여야는 11월 3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연 이날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일자리 예산 운명은

여당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 예산은 반드시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일자리 예산 등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 가운데 가장 핵심은 23조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과 1조100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일자리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또한 일자리 예산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일자리 예산의 효과는 내년 상반기가 돼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일자리 예산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일자리 예산 무용론이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50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9개월째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에 이르는 등 고용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국감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논란이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으로 확산되면서 각종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야당들은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국감 이후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볼 때, 고용세습 국조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새해 예산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감 실시 전에 ‘한놈만 팬다’라는 발언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예산에 날을 세운 바 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새해 예산안 심사에도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야당들도 비슷한 상황이기에 일자리 예산의 원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소수야당과의 전선을 어떤 식으로 형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됐다. 소수야당들도 자유한국당과 같이 일자리 예산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한다면 내년도 예산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영,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 선출을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영,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 선출을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협력의 미래는

또 다른 문제는 1조1000억원 규모의 남북경제협력기금이다.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조성된 이 기금을 두고도 여야의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의 국무회의 심의·의결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자유한국당은 권한쟁의심판을 제소했다. 따라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경제협력기금 예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보수야당들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경협 예산 편성은 섣부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아직 비핵화 이행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고, 미국 역시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경협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와 한미공조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보수야당들은 남북경협과 관련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쪽지 예산이다. 정부가 발표한 원안에는 지난해에 비해 대규모 SOC 예산은 삭감된 반면, 보건·복지 예산은 72조여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로서는 2020년 총선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이 많이 배정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SOC 예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SOC 예산을 많이 따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쪽지 예산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야당의 존재감

이런 이슈들 때문에 새해 예산안 심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소수 야당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한 손짓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 때 소수야당의 존재감이 낮았지만, 새해 예산안 심사 국면과 민생법안 처리 국면에서는 높은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게 소수야당들이다.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소수야당이 가장 돋보였던 때는 새해 예산안 심사 때였다. 따라서 올해 새해 예산안 심사 때에도 소수야당의 존재감과 활약은 눈부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들 소수 야당들을 잡기 위해 몸부림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수야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올해 예산안 심사가 법정 시한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