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예고했지만 실물경제가 걱정
한계 중소기업의 증가, 이자 부담은 증가
금리 인상하면 유동성 위기로 줄도산
금리 동결하면 한미 간 금리역전현상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실물경기를 감안하겠다는 전제조건과 함께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문제는 중소 제조업의 생산지수가 형편없이 낮아져 금리를 쉽게 인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간 금리역전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이 총재로서는 실물경제냐, 금리역전현상이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실물경제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으면”이라는 전제조건과 함께 인상을 시사했다. 전제가 붙긴 했지만, 11개월째 금리를 동결했던 이 총재도 결국 금리 인상을 단행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빨간 불이 켜진 실물경제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중소 제조업의 생산지수가 낮아진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줄도산할 가능성도 있다.

위기의 중소기업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97이다. 이는 2015년을 100으로 기준으로 했을 때, 생산지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수치는 전년 동월대비 13.9% 급락했다. 중소 제조업 생산이 올해 2월부터 8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1∼9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4.3% 줄면서 2009년(-8.8%)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출의 3대 견인차인 조선·자동차·반도체의 위기다. 조선업에는 불황이 닥쳤고, 자동차 산업도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3분기 대내외 여건 악화 등으로 인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분기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 아래로 곤두박질쳤으며, 영업이익률은 1%대로 떨어졌다. 현대차 영업실적의 하락은 곧 협력업체들에게 큰 타격이고, 제2, 제3의 협력업체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중소 제조업체는 대기업의 납품 및 협력업체가 상당수인데 조선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까지 휘청거리게 되면서 중소 제조업도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소 제조업의 생산지수가 낮아지면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중소 제조업체 역시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한국은행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장이나 회생이 어려워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중소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2730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2050개에서 7년 새 33% 증가한 수치다. 한계 중소기업 중 8년간 한계상황 경험이 2회 이상인 곳은 2053개로 전체 75.2%에 달했다. 아울러 8년 내내 한계기업이었던 이른바 ‘만성 좀비 중소기업’도 329개로,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의 1.7%를 기록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대로 생산지수는 낮아지는데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금리가 인상되면 중소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줄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시중은행은 기업의 대출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줄도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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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는 과연

이 총재가 11월 금리인상과 관련해 실물경제라는 단서를 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소 제조업체의 줄도산 위기 때문에 금리 동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지만, 한미 간 금리역전현상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차는 0.75%p(한국 1.5%, 미국 2.0~2.25%)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말 주식시장은 대폭락을 경험해야 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를 선언하면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2월 미국 연준위가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한미 간 금리격차는 1%p로 벌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0.25%p 확대될 경우, 국내에 유입된 단기자본인 주식·채권 투자 8조원, 직접투자 7조원을 각각 감소시켜 국내총생산(GDP) 대비 0.9%인 총 15조원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즉, 1%p 격차는 자본의 엑소더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역시 11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실물경제를 따지게 된다면 금리동결이 불가피하지만, 한미 간 금리역전현상을 살펴야 하기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즉, 이 총재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주열의 선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가 결국 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금리 인상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미 10월말 자본시장 엑소더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여론도 뜨겁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 역시 이 문제에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한은이 단독으로 판단해야 하고, 정치권은 깊숙이 개입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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