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전국에 5만명…전체 교원의 10%
불합리한 차별·처우 개선 해결책은 ‘정규직화’
“현행법에 따라 임용고시 합격 없이는 안 돼”
형평성· 채용규정 이유로 정규직 전환 물거품
정부, 차별·처우 개선 약속했지만 나아진 건 없어
명시적인 차별·처우 개선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원 등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및 노조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원 등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및 노조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는 단원고등학교 재직 교사들도 포함됐다. 참사 이후 희생 교사들의 순직이 인정됐지만 2명만은 예외였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재 전국에는 5만명에 가까운 기간제 교사들이 재직 중이다. 이들은 정규 교사들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며, 때로는 정규 교사가 꺼리는 일까지도 도맡는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의 대가로 돌아오는 건 고용불안과 차별이라는 암담한 현실이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약속하면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도 가시화되는 듯했지만, 대상에서 제외돼 희망고문으로 끝났다.

게다가 지난 7월에는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현 기간제교사노조)가 신청한 노조 설립 신고서가 ‘교원이 아닌 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위원장 또한 현직 교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려돼 법외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불합리한 차별을 막기 위해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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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와 정규직의 경계

기간제 교사란 계약직 교원의 일환으로 교원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 계약에 의해 임용되는 교원을 의미한다.

정규 교사의 미발령, 휴직, 파견, 연수, 정직, 직위해제 등에 따라 정규교사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채용하는 게 바로 기간제 교사다. 임용권이 학교장에게 위임된 기간제 교사는 현재 1년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해 임용에 필요한 경우 3년 범위에서 연장 가능하다. 근무여건은 기본적으로 정규 교사와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가운데 복무기준을 참고해 계약상으로 정한다.

1998년 처음 생겨난 기간제 교사는 2000년대 들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이하 기간제교사노조)에 따르면 전국에는 4만7000여명의 기간제 교사가 근무 중이다. 이는 전체 교원에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6년 학교급별 교원 수는 유치원 5만2923명이며 이들 중 3만2000여명은 국공립 학교에, 1만 5000여명은 사립 학교에 소속돼 있다.

2016년 기간제 교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초등학교는 3.3%(6031명), 중학교 14.4%(1만5741명), 고등학교 14.5%(1만9695명)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가 해야 할 일을 맡아 하기 때문에 업무의 종류나 강도 등에 별반 차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기간제 교사 담임 업무 분담 현황’에 따르면 유·초·중등 전국 기간제 교사 4만9977명 중 담임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는 49%(2만44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초중고 기간제 교사의 주당 수업시간을 살펴보면 ▲9시간 이하 7.2% ▲10~12시간 2.2% ▲13~15시간 6.3% ▲16~18시간 34.1% ▲19~21시간 36.9% ▲22~24시간 11.8% ▲ 25~27시간 1.2% ▲28~30시간 0.3% ▲31~33시간 0.1%로 확인됐다.

기간제노조 박혜성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의 차이점은 채용 방식뿐이다. 정규 교사는 임용고시를 합격해 발령을 받은 교사이고,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쳐 채용된 교사다”라며 “두 교사 모두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교원임에도 불구하고 기간제 교사는 많은 차별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해고반대’ 촉구 농성 기자회견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해고반대’ 촉구 농성 기자회견

업무는 같지만 처우는 ‘한숨’

# 경기도에서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인 A씨는 계약 기간 중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복직으로 퇴직금, 성과금, 호봉, 명절수당, 방학월급 등에서 피해를 봐야 했다. 기간제 교사는 보통 학기별로 3~8월, 9월~다음 해 2월까지 1, 2학기를 나눠 채용공고가 나거나 두 학기를 합쳐 1년 계약을 맺는다. 계약에 따라 모 학교에서 2학기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A씨는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복직으로 12월 중순 계약을 마무리해야 했다. 계약서에 적힌 ‘전임자가 요할 시 언제든지 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봄방학까지 모든 업무를 했다. 그리고 그 수당은 고스란히 전임자에게로 돌아갔다. A씨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학기제 계약만이라도 법으로 엄정하게 규정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기간제라는 꼬리표 때문에 설움을 호소하는 교사는 비단 A씨 뿐만은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기간제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간제 권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교사와의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74.8%, ‘차별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가 25.2%로 차별을 경험한 기간제 교사가 그렇지 않은 교사보다 3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 유형은 ‘기피 업무담당 요구’ 가 75.9%로 가장 많았으며, ‘각종 위원회 피선출 및 선출권 박탈’ 59.3%, ‘방학 및 연휴 등을 전후한 쪼개기 계약’ 37.0%, ‘방학 중 근무기간 차별’ 23.4%, ‘계약기간 만료 전 계약 해지’ 17.4%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간제 교사의 차별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쪼개기 계약과 중도계약 해지 등에 따른 ‘고용 불안’이다.

쪼개기 계약은 12개월 중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제외한 기간 동안만 계약을 맺는 것으로 6개월, 1년 단위 계약을 할 때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계약을 맺는다. 때문에 방학이 포함된 3개월 동안은 벌이가 없는 셈이다. 17개 시도교육청의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서는 ‘방학 기간 중 임용 및 보수 지급 부분에 기간제 교사 중 담임이나 계약기간 만료시점이 방학기간이 아닌 자로서 한 학기를 초과해 임용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학기간 중에도 임용해 보수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을 임의대로 해석해 쪼개기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용기간이 명시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불공정한 내용으로 인해 계약서에 명시된 임용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임되는 경우가 있다. 앞서 A씨가 ‘전임자가 요할 시 언제든지 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계약이 파기된 게 이 같은 경우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 호봉승급 시기 제한 등 ‘임금 차별’이다.

정규 교사는 지급 표준 호봉이 26호봉이지만 기간제 교사는 14호봉을 기준으로 한다. 동일 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준으로 성과급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또 호봉승급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오르지 않고, 현재 근로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맺거나 학교를 옮겨 새로 계약을 체결해야 오른 호봉을 적용받을 기회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기피업무 및 과중업무 분장, 방학 중 출근 요구 등 ‘열악한 처우’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서는 ‘기간제 교원 중 담임요원이나 계약기간 만료 시점이 방학 기간이 아닌 경우 한 학기를 초과해 임용할 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학기간 중에도 임용해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해당 조항을 구체적 업무가 있어야만 방학 포함 계약이 가능하다고 해석해 방학 중 업무를 부여해 근무를 요구한다. 실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보건교사에게 방학기간 중 출근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학생 생활 지도부 등과 같은 정규 교사들이 기피하거나 과중한 업무를 기간제 교사 당사자의 의견이나 동의도 없이 분장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는 시도교육청 홈페이지 구인란에 게재하도록 돼있지만 개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해 자칫 채용된 기간제 교사의 신분 노출될 가능성도 있으며, 공적 여부에 관계없이 포상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포상을 받아도 승진 등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울러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따른 업무 태만 또는 업무 수행능력 부족 등이 해직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나 기준이 명시돼있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고되기도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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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으로 막 내린 정규직화
차별·처우 개선 여전히 ‘미비’

기간제 교사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규직화라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했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도 가시화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해 9월 발표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기간제 교사는 제외됐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기존 교사들과의 형평성과 현행 채용규정 등이 그 이유였다.

대신 교육부는 같은 달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이런 내용의 ‘교육 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을 만들어 전국 시·도교육청에 하달했다. 교육부는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성과상여금이나 맞춤형 복지비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분리계약 같은 불합리한 고용관행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공립학교에만 적용된다.

박 위원장은 “정규직화 전환 원칙은 ‘상시지속업무’였다. 정규 교사가 하는 일은 상시지속업무이며, 기간제 교사가 하는 업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 원칙에 따라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해야만 하지만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의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속대로) 차별을 폐지하기 위한 협의회는 만들어졌고 1년에 두 번씩 열린다”라면서도 “그러나 협의회를 통해 차별이 없어지거나 개선되진 않았다.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나아질 게 없다. 교육부 협의회 때 기간제교사노조는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를 요구하지만 교육부는 해당 내용을 교육청에 전달할 뿐 이행을 위해서 어떠한 적극적인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은 무늬만 있는 정규직화”라며 “‘비정규직을 해고해서 비정규직 제로를 만드냐’는 조롱을 받을 만큼 형편없는 정책이다. 원칙에 근거한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중등예비교사들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무기직화 반대집회 ⓒ뉴시스
전국 중등예비교사들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무기직화 반대집회 ⓒ뉴시스

“임용고시 합격 없이는 안 돼”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똑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후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전문성 부분에서는 정규 교사와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법으로 규정된 임용고시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교원증원 촉구 및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전환 대상 아님’ 청원(서명)운동에 총 10만5228명이 동참했다.

한국교총은 교육부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의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앞두고 청와대와 국회에 전달할 청원서를 통해 “기간제교사‧강사 정규직 전환은 교육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전환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은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은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원이 되기 위한 임용시험을 통해 채용된 교사와 여러 해 동안 준비 중인 예비교원들에게 역차별 및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이러한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공개전형원칙이 붕괴되고 학교현장은 정규직화 문제로 인해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과 관계된 강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일자리가 아닌 교육의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강사의 무기계약 전환 시 학교 내 교육 전문직으로서 교사 전문성주의 훼손과 교육의 질 저하 문제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규직 교사는 임용고시를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교원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기간제 교사의 노동 처우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이다”라면서도 “다만 정규직화는 별개 문제”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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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 차별 뿌리 뽑으려면

한국노동연구원은 기간제 교사의 임용권자를 교육감으로 지정해 교육청 단위에서 통합적 관리를 통한 연속성을 보장해야 하고 임금 외에 명시적인 차별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발표한 ‘기간제 교사 차별 해소 및 채용 제한의 고용효과’ 보고서를 통해 “퇴직금, 연금, 정근수당, 성과급 등 보수와 연가 차별은 학교 단위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경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시기상의 문제가 발생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간제 교원이 겪는 처우상의 격차는 상당 부분 학교 단위에서 채용하고 관리해 발생하고 있다.때문에 교육청 단위에서 기간제 교원 채용하거나, 학교에서 채용하더라도 교육감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휴직자에 대한 대체교사를 교육청 단위에서 정규 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현재 많은 교육청이 인력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제 교원을) 교육감이 임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기간제 교원이 불가피하게 필요할 경우 표준계약서와 같은 명확하고 확실한 규정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도교육청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쪼개기 계약금지와 계약기간 만료 전 계약 해지 시 구체적인 요건을 명시, 연가, 출산, 육아휴직 등을 정규 교사와 동일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간제노조 박혜성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 양산은 교사에 대한 통제이며 정규 교사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라며 “정규 교사의 권리와 안정적인 교육을 위해서라도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 불안은 교사의 심리 불안을 낳기 때문에 교육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평등교육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사를 비롯해 많은 정규직노동자를 채용해 차별하는 것은 교육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교원의 10%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고는 온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며 “전체 교원과 학생, 참교육과 평등교육을 위해서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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