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은 공화당·하원은 민주당, 견제 시스템 작동
탄핵소추권 갖고 있는 민주당, 트럼프 탄핵하라
국내 정치 몰두하는 트럼프, 北 신경 쓸 겨를 없어
연내 대북제재 완화 어려워…남북경협기금 운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남부 머피스버러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남부 머피스버러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2018년 미국 중간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할 것이라는 다수의 예측이 그대로 실현됐다. 상원과 하원을 각각 다른 정당이 장악했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뜻한다. 즉, 앞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11.6 미국 중간선거 결과,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고, 민주당은 하원을 탈환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하원 상임위원회를 민주당이 장악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민주당의 입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이로 인해 러시안 게이트 관련 청문회 등을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수 있는 카드를 획득했다. 더욱이 하원은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다. 물론 탄핵소추가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정치에 갇힌 트럼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국내 정치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만의 독선적인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서 트럼프식 정책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이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부터 국내 정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대북 문제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은 중간선거 이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통해 관계 회복을 약속하면서 곧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인 대북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히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국내 정치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북 문제에 쏟던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대북 문제가 국내 정치와 맞물리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언제, 어디서 열어야 하며, 북한의 비핵화 추진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8일 뉴욕에서 만남을 갖기로 했지만, 중간선거 결과 발표 이후 이들의 만남은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그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추진에 있어 보다 신중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식 비핵화 해법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 등을 추진하게 된다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거론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민주당도 대화를 통한 비핵화 해법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처럼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대북 관계에서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보다 신중론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유세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유세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은 어디로

이 같은 미국 내 상황 변화로 우리 정부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 됐다. 우선 연내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 등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또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신북방경제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으로 진출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연내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해 신북방경제까지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주 G20 정상회담을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다. 이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는 신북방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을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 신북방경제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비핵화 협상 역시 언제 이뤄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남북경제협력 기금 1조1000억원 등에 대한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에는 비핵화 이행이 구체화되고, 그로 인해 대북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예산 삭감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예산 정국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한파 확보하라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서 미국 민주당 의원들로 확장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만 설득하면 대북 제재 완화는 물론 연내 종전선언 등의 접근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까지 설득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 지한파 의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하게 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