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들이 고(故)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6년 6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들이 고(故)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노조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기업이 직원들을 동원해 개최하는 ‘위장 집회’를 방해하는 것은 집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8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유성범대위) 집회 참가자 고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 2016년 5월 17일 오후 1시 15분경부터 5시까지 현대차 본사 앞에서 열린 사측 집회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고씨 등 유성범대위 회원 25명은 사측이 주최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연좌해 자유발언과 구호제창을 이어갔다.

1·2심은 이에 대해 “사측 집회는 헌법과 집시법이 보장하는 집회라기보다 현대차 경비업무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며 “현대차 측의 선행 신고로 현대차와 관련한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개인이나 단체가 집회장소를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는 등의 이유로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한편 고씨는 2016년 6월 25일 오전 1시46분경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범대위가 주최한 ‘고(故) 한광호 열사 100일 현대차 진격의 날’ 집회에 참여했다가 고공농성 퍼포먼스를 막으려는 경찰에 과격하게 저항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유성범대위는 당시 집회에서 6m 높이의 철골구조물을 설치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상복을 입은 한 집회 참가자가 한광호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구조물에 오르자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이에 고씨 등이 반발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1심은 “집회의 목적에 비춰 상복을 입고 시설물에 올라 영정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라며 “신고된 집회장소에 있는 참가자들을 강제로 밀어내는 경찰의 조치에 저항·항의하기 위해 고씨가 경차르이 방패를 주먹으로 1회 때리고 2~3회 잡아 흔든 것은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당시 경찰이 집회 방법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고 강제로 밀어내는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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