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은 현실이다上] 농촌문화를 지키는 ‘젊은 손길’, 청년농부의 일상
[귀농은 현실이다上] 농촌문화를 지키는 ‘젊은 손길’, 청년농부의 일상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11.13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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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선택·판로개척 모두 본인 몫
체험장·SNS 등 홍보수단 다양화
농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 필요

TV를 틀면 종종 ‘농사짓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볼 수가 있다. 연예인들이 몇 주, 혹은 몇 달간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여유롭고 평온한 귀농 생활을 꿈꾸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활정보 프로그램이나 뉴스 기사에서도 귀농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보니 귀농은 더 이상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귀농이 ‘로망’인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 귀농인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듯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본지는 2회에 걸쳐 농업으로 경력을 만들어가는 청년 귀농인의 일상과 귀농인 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신성원 회장이 ‘허니목화’ 농장 목화밭에서 목화솜을 따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회장 신성원씨가 ‘허니목화’ 농장 목화밭에서 목화솜을 따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나도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귀농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이들은 많다. 특히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농촌 생활을 접한 이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매일 농촌의 푸른 풍경을 바라보고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누리는 여유로운 생활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 않았을까.

과연 농촌의 생활은 우리가 꿈꾸는 그것과 같을까. <투데이신문>은 청년 귀농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자 전북 순창군에 자리를 잡은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회장 신성원(33)씨의 양봉·목화 농장 ‘허니목화’를 찾아 그의 일과를 담아봤다.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 천일홍이 피어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 천일홍이 피어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꽃과 벌을 기르는 ‘청년농부’

지난 10월 22일 오후 2시경 순창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신씨는 순창 청년농부 모임 더불어농부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농촌에 청년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나 말고 다른 청년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기적으로 활동 하려고 만든 모임이죠.”

신씨의 차를 타고 허니목화 농장으로 이동하면서 판로를 개척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2016년 귀농한 그는 목화와 천일홍을 재배하며 양봉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꽃 심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목화와 천일홍을 키워 꽃다발과 리스(Wreath, 문에 걸어두는 장식)를 만드는 강의도 열심히 하고 있다.

“대형마트 문화센터에 전화를 돌려 ‘목화와 천일홍으로 꽃다발 만드는 특강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강의하면서 생활비와 자재비를 벌기 시작하면서 활동을 많이 했죠. 인문학 교육이나 다문화센터에서 ‘플라워테라피’ 강사로도 참여했고요.”

군 부사관으로 10년을 복무하다 귀농한 그는 판매보다는 강의에 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강의를 통해 판로를 넓히고 있다.

“군 생활 10년을 한 사람이 사람 많은 데서 웃으며 ‘이것 좀 사주세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군에서 교관 생활을 해서 가르치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강의를 통해 발을 넓히고 판매를 시작했죠.”

대화를 하며 차로 30여분을 달리니 농장이 보였다. 농장 가운데쯤에는 신씨의 부모님이 지은 멋진 한옥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순창군 쌍치면 출신인 그는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때문에 ‘귀농’보다는 ‘귀향’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저는 사실 부모님이 갖고 계신 집과 땅이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귀농인들 보다는 사정이 낫죠. 농업을 하고 있지만 귀농이라기보다 귀향이 더 적절한 말일 거 같아요.”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신성원 회장이 ‘허니목화’ 농장에서 닭장 문을 만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회장 신성원씨가 ‘허니목화’ 농장에서 닭장 문을 만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닭장 속에는 염소가

꽃을 키우고 꿀을 따는 농장이지만 농촌에서는 작물을 돌보는 일 외에도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오후 3시경 농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망가진 닭장 문을 수리하는 일이었다. 신씨 아버지가 기르는 흑염소들이 닭장 문의 철망을 뿔로 긁어 망가졌다고 한다.

“아직 염소를 넣어 둘 축사를 따로 마련하지 못해서 닭장 구역을 나눠 같이 넣어 두거든요. 그런데 염소들이 자꾸 뿔로 철망을 긁어서 끊어요.”

농장에는 약 50여 마리의 닭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산고양이가 닭을 물어가 줄어든 거라고 한다.

“마리당 40만원씩 하는 좋은 씨닭을 몇 마리 들여왔는데 산고양이가 다 물어가고 두 마리 남았어요. 닭장 문을 빨리 만들어야죠.”

줄자로 닭장 문 크기를 잰 그는 트럭에 각목을 싣고 닭장 앞으로 옮겼다. 능숙하게 이리저리 각을 재고 원형전기톱으로 각목을 자른 그는 나사못으로 나무를 이어붙이기 시작했다.

“아…생각을 잘못했네.”

나사못으로 열심히 문을 만들던 그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문 가운데 대각선으로 붙일 창살의 크기를 잘못 계산한 것이다. 각목을 조금 더 잘라내고 다시 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를 능숙하게 다루는 신씨지만 혼자 일하다 보니 그리 크지 않은 문을 만드는데도 2시간 가까이 필요했다. 경첩을 달고 문을 완성한 그는 닭 모이를 들고 흩어진 닭들을 불러모았다.

“구구~ 구구~”

그러나 기자가 낯설었는지 닭들은 아무리 모이를 놓아줘도 모이지 않았다. 그는 낯선 사람이 있어 닭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며 기자가 없을 때 닭들을 모아야겠다고 했다.

연통 설치 전 체험장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연통 설치 전 체험장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체험장’ 등 다양한 홍보수단 마련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농장 한편에 마련된 체험장으로 향했다. 신씨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작업은 체험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체험장은 농장에서 생산한 꿀을 진열해 판매하는 직판장, 꽃다발과 밀랍 초를 만드는 체험장 등 홍보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마음 편히 작업할 수 있는 개인 작업장이기도 하다.

“체험장을 만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내 공간이 없으니 작업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작업장이나 창고를 지을까 하다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에 체험장으로 만들었어요.”

지난 봄에 만들기 시작한 이 체험장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혼자 만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땅 파서 하우스 짓고 자갈 깔아서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혼자 삽 하나 들고 다 했어요. 또 전주까지 나가서 아는 분께 부탁해서 광목천을 가져와 인테리어도 했죠. 하우스는 6월에 완공했는데 아직까지 꾸미고 있으니 오래 걸린 거죠. 올해 안에는 다 끝내고 내년부터는 체험장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신성원 회장이 기자와 함께 ‘허니목화’ 농장 체험장에서 난로 연통을 설치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청년농부 공동체 ‘더불어농부’ 회장 신성원씨가 기자와 함께 ‘허니목화’ 농장 체험장에서 난로 연통을 설치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체험장에서는 허니목화 농장에서 재배하는 목화와 천일홍을 이용한 꽃다발·리스 만들기, 밀랍을 이용한 양초 만들기 등 체험형 프로그램과 함께 양봉·꿀에 대한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겨울을 보내기 위해 체험장에 난로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날은 연통을 설치해 난로를 완성해야 했다.

“비닐하우스에 연통이 닿으면 다 녹아버려요. 그래서 비닐을 뚫어서 철판을 덧대고 연통을 밖으로 빼내려고 해요.”

이번에도 원형 전기톱을 사용해 연통을 잘랐다. 그리고 철사를 이용해 연통을 이어붙였다. 연통을 철사로 묶을 동안 연통을 들고 있어야 했기에 기자가 도왔다. 연통을 완성하는 데만 수 시간이 필요했다.

전기톱, 전선, 나무 등 필요한 모든 것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기자가 감탄하자 그는 농촌 생활에서는 필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농촌에서 살려면 농사뿐만 아니라 나무, 전기도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아버지 같은 경우는 거의 목수시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반은 직접 지으셨어요.”

연통을 완성한 신씨는 곧바로 나무를 넣고 불을 때며 연기가 새는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기자가 반가워할 만한 말을 했다.

“도와주신 덕분에 난로 설치는 수월하게 끝났네요. 조금 이따 여기서 고구마 구워 먹죠. 시골 생활에서는 이런 게 재미 아니겠어요?”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 천일홍 씨앗을 따러 온 사람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 천일홍 씨앗을 따러 온 사람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꽃씨 나눠드립니다

신씨가 재배하는 천일홍은 키우기 쉽고 꽃이 오래가는 품종이다. 농장에는 자리마다 보랏빛 천일홍이 잔뜩 피어있었다.

“벌도 쳐야 하고 주변 조경도 할 수 있으니 천일홍 심는 건 부모님께서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자리 있는 곳마다 다 심었죠.”

체험장 난로를 설치하던 도중 주변의 귀농인들이 농장을 찾아왔다. 신씨가 SNS에 천일홍 꽃씨를 나누겠다며 올린 글을 보고 연락을 준 사람들이라고 했다.

“얼마 전 SNS에 천일홍 씨앗을 나눈다고 올렸더니 연락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한 분당 최대 1kg씩 따 가시도록 했는데 많이들 좋아하시네요.”

이날 꽃씨를 받으러 온 60대 조동옥씨는 3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순창에 내려온 귀농인이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농사지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걱정하면서도 신씨를 대견해 했다.

“요즘 시골에 젊은이들이 없어요. 농사지을 생각을 안 해. 그런데 이렇게 내려와서 잘하고 있으니 참 좋네.”

이날 조씨를 포함해 6명이 꽃씨를 받으러 왔다. 꽃씨 따는 방법을 알려주는 신씨도, 꽃씨를 따러 온 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꽃이 주는 행복인 것 같았다.

체험장 연통을 설치하고 꽃씨를 가지러 온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작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농촌에서는 해 떨어지면 퇴근이에요. 들어가서 쉬시죠.”

허니목화 농장에서의 첫날은 여유로운 듯 바쁘게 흘러갔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 양봉장에서 더불어농부 신성원 회장의 부모님이 벌통 소독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북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 양봉장에서 더불어농부 회장 신성원씨의 부모님이 벌통 소독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꽃과 벌, ‘선순환’ 농장

허니목화에서의 둘째 날 일과는 벌통 소독으로 시작됐다. 벌들이 꽃에서 꿀을 따오면서 진드기를 함께 달고 오는데, 이 진드기를 소독약으로 제거해야 한다. 벌통에 진드기가 들어갈 경우 병이 생긴다고 한다.

신씨의 아버지가 소독약 통에 소독약을 넣으면 어머니는 벌통 뚜껑을 열고 그 위에 약을 얹은 뒤 다시 뚜껑을 닫는다. 벌통 하나당 벌 2~3만 마리씩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간간이 비어있는 벌통도 있었다.

“벌통이 빈 것도 있고 그래. 다른 벌레가 있으면 통이 비기도 하고, 벌이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벌이 쏘니께 몇 컷만 찍고 얼른 가.”

신씨의 어머니는 연신 기자가 벌에 쏘일까 걱정하며 어서 자리를 피하라고 했다. 잠시 뒤 소독약을 넣던 신씨의 어머니가 손을 벌에 쏘였다. 원래 고무장갑을 끼고 해야 하는데 목장갑만 끼고 작업해서 그렇다고 한다.

양봉장 주변에는 말벌포획기가 걸려있었다. 말벌이 꿀벌을 낚아채 가는데, 이를 막기 위해 걸어뒀다고 한다. 말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는 마치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듯 위협적이었다. 파리채를 들고 말벌을 쫓는 것도 일이었다.

신씨의 부모님은 옛날에 한봉(토종벌)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꽃을 심는다고 했을 때 양봉을 하겠다고 나섰다.

“양봉은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만 큰 공간을 쓰지 않아서 활동량이 많지 않아요. 부모님께서 나이도 많아지시고 점점 힘에 부치실 테니 양봉이 맞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또 꽃과 양봉이 잘 어울리잖아요. 제가 기른 꽃에서 벌이 화분하고 꿀을 따가는, 선순환 구조의 농장을 만든 거죠.”

전북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서 생산된 꿀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전북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서 생산된 꿀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꿀 개발로 지역농가와 함께 성장

벌통을 소독하고 난 뒤 꿀을 포장했다. 꿀을 홍보하고 판매할 기회가 있어 준비하는 것이다.

“매주 전주에서 버스킹 행사가 있는데, 공연기획 하시는 분이 이번 주 토요일(지난 10월 27일)에는 규모가 크게 열려서 농산물을 진열하고 판매도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꿀을 포장해야 해요. 깜빡하고 있었는데 얼른 해야겠네요.”

신씨에게는 꿀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함께 꿀을 나르며 이것저것 묻자 그는 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꿀색이 연하면 가짜 꿀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원래 식물마다 가진 꿀색이 달라요. 아카시아는 연하고, 밤꿀이나 잡화(야생화)는 진한 갈색이에요.”

그는 ‘결정이 생긴 꿀은 설탕물로 만든 가짜 꿀’이라는 것도 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꿀이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포도당과 과당이 분리되면서 결정이 생기는데, 설탕에는 포도당이 없어 결정이 생길 수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꿀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구하기 어려워 눈으로 봤을 때 설탕과 비슷한 결정이 생기니 ‘가짜 꿀’이라고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씨는 자신이 생산하는 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과 함께 ‘과실꿀’을 개발해 자신의 농장뿐만 아니라 지역 농가와 함께 소득을 올리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그는 과일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과실꿀을 개발하기도 했다. 과실꿀은 딸기, 복숭아, 허브,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순창지역 농가들의 생산물을 분말로 만들어 꿀과 섞고 발효시켜 만드는 제품이다.

“과실꿀을 만들면 가장 우선적으로는 저한테 이익이 되죠. 두 번째로는 제품에 들어가는 과실의 농장에도 이익이 돼요. 주기적으로 소득이 창출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변의 농가와 함께 사는 방안이 되는 거예요.”

지난 10월 22일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서 기자가 장작을 패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지난 10월 23일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에서 기자가 장작을 패고 있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땔감 준비도 고된 일

오후 3시경 신씨는 난로에 불을 붙여 놓고는 밖으로 나가 전기톱을 들었다. 땔감을 준비하기 위해 베어놓은 통나무를 난로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도끼를 들어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집 난방을 나무보일러로 해요. 기름보일러 쓰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들거든요. 주변이 온통 나무니까 땔감 구하기도 쉽고. 그런데 부모님이 계속 나이가 드시니까 조만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어요. 땔감 구해오는 게 엄청 고된 일이거든요.”

나무 보일러를 때기에 추워지기 전에 장작을 준비해야 한다. 그가 몇 번 도끼질을 하더니 기자에게도 해보라며 도끼를 건넸다. 받아든 도끼는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다. 처음 해보는 도끼질이 익숙하지 않아 맨땅을 몇 차례 찍었다. 핀잔을 들으며 도끼질을 더 하니 점점 익숙해졌다. 나무가 한 번에 쪼개질 때면 쾌감이 들기도 했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거실에만 불을 땠는데 손님(기자)이 오셔서 방에도 불을 때기 시작했어요. 해 떨어지면 엄청 추워요. 겨울엔 땔감 준비하는 게 일이에요.”

더불어농부 신성원 회장이 목화와 천일홍을 이용해 만든 꽃다발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더불어농부 회장 신성원씨가 목화와 천일홍을 이용해 만든 꽃다발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목화

신씨는 목화를 알리는 일과 함께 천일홍과 목화를 이용해 꽃다발이나 리스 만드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농사를 생각했다”며 목화를 심게 된 남다른 사연을 설명했다.

그가 귀농하기 1~2년 전, 친형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 아픔이 있어 그는 귀농 후 부모님께도 치유가 되고 본인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작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꽃을 심고 정원 만드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꽃 재배를 생각하게 됐다.

“목화가 원래 순창 특산품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재배가 힘들고 소득이 높이 않아서 농장이 줄고 특산품에서 빠지게 됐죠. 그래서 목화를 잘 키워서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의 문화를 다시 한번 살려보고 싶었어요.”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신씨는 어머니께서 형을 사랑했던 마음을 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험장 한켠에서 말리는 중인 목화솜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체험장 한켠에서 말리는 중인 목화솜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갈색 솜 주문이 들어왔어요. 갈색 위주로 따주세요.”

신씨와 함께 목화 따기에 나섰다. 장갑을 끼고 갈색 솜을 찾아 따기 시작했다.

“한복집 같은 데서 정기적으로 주문이 들어와요.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분이거든요. 이 밖에도 유기농 목화솜을 찾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렇게 주문이 들어오는 것 외에는 솜을 타서 집에서 쓸 이불을 만들거나 해요. 꽃다발 만드는 용으로 잘라 두기도 하고요.”

처음엔 목화밭의 면적이 넓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력도 부족하고 많은 목화솜을 모두 소비하기 어려워 면적을 줄였다고 한다.

“제가 강의하는 데 쓸 양과 주문 들어오는 양에 맞춰서 목화밭 면적을 줄였어요. 목화 따는데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의 말대로 목화를 따는 데는 손이 많이 필요했다. 신씨와 기자, 동행한 후배 기자까지 3명이 꽤 오래 딴 것 같은데도 진전이 없었다.

오후 6시가 조금 못된 시각, 목화솜을 한참 따고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날이 어두워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따 모은 목화솜을 말리기 위해 체험장 한켠에 펼쳐두고 집으로 들어갔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 목화밭에서 딴 목화솜 ⓒ투데이신문
전북 순창군 쌍치면 ‘허니목화’ 농장 목화밭에서 딴 목화솜 ⓒ투데이신문

만만치 않은 농촌생활

신씨의 농장에서 보낸 이틀 간 장작을 패고 연통을 설치하는 정도 외에는 크게 힘을 쓸 일이 없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움직이다보니 힘들고 피곤했다. 기자는 그저 신씨의 일과를 따라다녔을 뿐이지만 신씨는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움직여야 했기에 더 분주했을 것이다.

기자가 지켜본 신씨의 일과는 오전 8시 전부터 일을 시작해 해가 저물 때까지 하루 종일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쫓기듯 바쁘게 일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허니목화 농장에서의 일상은 도시의 일상과 비교하면 여유롭고 평온한 듯 보였다.

그러나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농장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농사뿐 아니라 생산물을 어떻게 홍보·판매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또 ‘과실꿀’처럼 다른 농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농촌의 일상을 경험하는 동안 기자는 답답한 도시를 떠나 있다는 것만으로 ‘힐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기자가 귀농을 한 게 아니라 취재차 방문한 것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귀농 3년차 신씨의 농촌생활은 여유와 치열한 고민이 공존하는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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