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후 작업했던 20대 근로자 추락 후 의식불명, 끝내 사망
올해만 4번째 현장 사망, 안전대책 없이 비가와도 업무 강요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T서비스의 20대 설치기사 비온 뒤 무리한 작업 중 추락, 의식불명 끝에 지난 8일 결국 숨을 거뒀다. 올해만 4번째 사망사고다. KT서비스는 그러나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직원들에게 우천 중 작업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9일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경 KT서비스의 설치기사 故장모씨(24)가 세상을 떠났다. 장씨는 앞서 지난달 23일 비가 내린 후 부천에서 현장 작업을 진행하다가 추락해 의식을 잃었다. 

당시 장씨는 오후 1시 무렵 3층 건물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올라가 전화 설치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졌다. 장씨는 사고 발생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고 뇌압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수술도 받지 못한 끝에 숨졌다. 

KT서비스는 KT의 계열사로 집전화·인터넷·TV 등의 개통 및 A/S를 비롯해 유무선 상품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전문 회사다. 현장직원들의 우천 시, 우천 후 작업은 당연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주로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고 감전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

말뿐인 슬레이트 지붕 작업 중단, 문자 지시 강제성 없어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는 이 같은 현장직원 사망사고가 올해만 4번째 발생했고 지난해부터 헤아리면 6번째라고 전했다. 

KT서비스는 그러나 연이은 안전사고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안전모 착용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던 지난 8일에도 현장 작업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KTS본사가 슬레이트 및 샌드위치패널 지붕에서는 작업을 중단하라는 문자를 전 직원에게 보냈지만 강제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투데이신문>이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사실상 우천 작업을 이어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장 기사 직원들은 중부지방에만 60mm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나온 날에도 작업을 이어가야만 했다는 것이다. 

슬레이트와 샌드위치 패널에서 작업하지 말라는 문구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이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실적을 체크하며 작업 강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비 오는 날에는 원천적으로 작업을 안 시키는 게 맞는데 말로는 그러면서 실제로는 실적을 체크한다”며 “이번에 사망한 청년 역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이어 “(본사는)사고가 나면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게 아니라 안전모를 잘 쓰라는 말부터 꺼낸다”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지 이건 그저 사고가 난 후에 죽지는 말라는 의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작년부터 6명이 사망했는데 변한 게 없다. 특별근로감독 요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KT 퓨처스타’ 제도를 통해 입사한지 갓 1년 된 새내기 직원이었다. ‘KT 퓨처스타’는 대한민국 청년이 KT그룹의 미래 핵심인력이라는 취지로 1~2개월 교육훈련 진행 후 정규직으로 연계 채용하는 제도다.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미래의 별로 키우겠다며 고용한 회사는 결국, 미래의 별이 아닌 하늘의 별로 만들고야 말았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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